입력 : 2023.11.26 07:30
[땅집고] "폐쇄된 공간을 저렇게 넓게 만들어 놓으면 흉물이죠. 하려면 빨리 하든지 안 그러면 저 철조망이라도 다 걷든지 답답하기만 하잖아요. 주민 입장에선 쓸데없는 흉물이 생겨 버렸어요" (경기도 고양시 서구 일산동 주민 A씨)
경의중앙선 일산역 앞 역세권 땅에 계획된 일산복합커뮤니티센터 공사가 1년 5개월째 멈춘 상태다. 공동사업자인 LH와 고양시는 공사가 멈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면서 땅을 방치하고 있다. 일산역과 가까운 커뮤니티센터 개발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일산복합커뮤니티센터가 다음달 준공이었으나 부지는 휑한 상태다. 높은 펜스 주변으로 전동킥보드만 줄지어 있을 뿐, 공사장을 오가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일산복합커뮤니티센터는 2018년 선정된 일산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고양시와 LH가 공동사업 시행 협약을 체결하고 부지 약 4000㎡, 연면적 약 2만㎡에 9~15층 높이 건물 3개 동을 지을 예정이었다. 국비 지원만 80억원이 넘는 해당 사업은 일산서구보건소 신축을 비롯해 어린이집, 청년창업공간 등이 조성, 행복주택 132가구도 포함돼 청년·창업 특화시설로 지어질 계획이었다.
2021년 12월 29일 착공하며 순조롭게 진행되나 싶더니, 터파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지하에 매립된 경의중앙선 철로 옹벽이 발견된 것. 실시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옹벽 탓에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이에 대한 비용 책임과 설계 변경을 두고 고양시와 LH의 입장은 완강하다. 취재에 따르면, 해당 토지는 원래 도시철도공사 부지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고양시가 사업을 위해 토지를 분할해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LH는 고양시가 철도공사로부터 부지를 매입하는 단계에서 제대로 확인했어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LH는 "부지 확보는 고양시의 역할 및 업무였다"며 "우리 공사는 확정된 부지 조건에 따라 설계를 추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양시는 설계 주체인 LH가 지장물 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 후 설계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양시는 "공동 사업 시행자로서 협의된 만큼 사업 부지를 제공한 것"이라며 "LH가 설계 단계에서 발견 및 조치를 하고 착공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LH는 철로변으로부터 건축물의 지하 외벽을 당초 설계보다 1m 이상 거리를 확보하는 설계변경안을 고양시에 제시했다. 시민 안전을 위해 설계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고양시는 사업부지 활용 효율성을 위해 보강 공법과 정밀 시공을 통한 원안 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공사는 17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시공사에 배상해야 할 간접비는 하루 1400만원씩, 총 60억원대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양측의 책임 공방이 거센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또 다른 잡음도 있었다. 바로 고양시의 '행복주택 빼기' 요구다. LH에 따르면, 고양시는 행복주택을 다른 용도로 변경해달라 수 차례 요구하면서 설계 확정에 차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업이 중단된다면 매몰비용 및 위약금 등으로 220억 이상의 재정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된다. 땅집고가 일산복합커뮤니티센터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에 대해 묻자 고양시 관계자는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LH와 협약이 해지되더라도 시 용도에 맞게끔 변경해서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최근 고양시는 국토부에 사업기간 연장을 요청해 내년 12월까지 연장한 상태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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