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1.17 13:51 | 수정 : 2024.10.07 18:59
[땅집고] “불황이라는 결혼시장에서도 잘생긴 사람은 항상 인기에요. 프랜차이즈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잘생긴 브랜드’를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브랜드 매장 1개는 부실한 10개 매장보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효자 노릇을 할 거에요. 지금 같은 경기침체 시기일수록 알짜를 찾아야 합니다.”
초역세권 상권도 ‘공실 쓰나미’에 빠질 정도로 불경기지만, 지역 별로 수년간 자리를 지키는 가게가 있다. 대개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맛집이나 프랜차이즈다. 최근엔 오래된 맛집들도 브랜드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브랜드’를 달아야만 살아남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브랜드 유명세만 믿고 계약했다간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난감에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예상보다 저조한 수익률에 임차인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임대인은 월세를 받지 못해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창업계의 마이더스’ 서민교 맥세스컨설팅 대표는 이런 경기 침체 시기일수록, 알짜 브랜드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식품 등 유통업계에서 점포개발·운영기획 등 15년간 실무를 맡았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지난 2003년부터 프랜차이즈 컨설팅에 뛰어 들었다.
서 대표는 “눈 감고 찍어도 대박나는 브랜드가 있다”며 “이러한 브랜드를 고른 뒤엔 임차 방식과 규모별 매장 운영·배달 여부 등 관리 방식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등록된 약 1만개 브랜드를 놓고 성장성과 안정성, 본사 및 가맹점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오는 23일 개강하는 ‘중소형빌딩 자산운영관리 설루션 8’기 강연에서 ‘중소브랜드 임차업종 이해하기’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서 대표를 만나 성공하는 프랜차이즈 매장 유치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서 대표와의 일문일답.
-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임차인으로 오면 건물 가치도 올라가는 것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건물 세입자로 맞이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브랜드 운영사가 상권분석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완전히 결과가 갈린다. 자체적으로 상권 분석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라면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물을 택했을 것이다. 이 경우엔 성공률이 높다.
다만, 많은 유동인구만 보고 계약을 맺었다면 가맹점주도 세입자도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건물 가치 상승과는 정 반대 결과를 낳는 셈이다.”
-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매장 유치를 할 때 유동인구 외에 또 볼 게 있을까.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 프랜차이즈 사업에서도 사업성을 따져야 한다. 그래서 식품, 유통, 화장품 등 업종에 상관없이 흔히 대기업에 속하는 기업들은 수년간 매장 운영을 하면서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매장 입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입지 자체는 매우 우수하더라도 경쟁사가 많거나, 임대료가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인이나 예비창업주가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하나.
“그렇지만, 다소 비효율적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운영 경험이 없다면 현장에서 어떤 점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동네를 오래 지켜본 지역 공인중개사들도 입지별로 운영하기 적합한 매장을 가려내기 쉽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엔 이러한 프랜차이즈가 매우 많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기업은 6729개, 브랜드는 9820개다. 사실상 1만개 중 하나를 골라야 이른바 ‘대박이 났다’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중 알짜를 가려내기 위해 1~5단계에 걸쳐 외식업(가맹점 50개 이상·50개 미만) 100개 브랜드를 추렸다. 1~3위는 모두 치킨 브랜드로 P사와 G사, B사가 차지했다. 서비스업과 도소매업은 50개 브랜드를 뽑았다. 서비스업에서는 P즉석사진관 브랜드와 어학원이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도소매업 1·2위는 캠핑 업체였다. 이런 브랜드는 우량 임차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알짜배기를 찾는 방법은?
“원하는 업종을 고른 뒤에 지역과 배후 수요, 통행량, 유동인구, 경쟁사 정보를 일단 취합해야 한다. 서울과 경기도가 다르고, 서울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소득수준이 다르다. 이러한 정보가 있어야 적재적소 맞는 브랜드를 찾고, 결국 실패를 줄일 수 있다.
2003년 컨설팅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상권 정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2013년부터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분석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취합했다. 눈 감고 찍어도 성공하는 프랜차이즈를 가려내고 싶었다. 5년 전부터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올 4월 지적재산권 특허 등록을 마쳤다.”
-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프랜차이즈 수요 더욱 많아졌다. 오래 가는 가맹점 비결이 있을까.
“분명히 있다. 개인적으로 가맹점주는 손님이 찾아오는 매장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음식점이 매장과 배달, 포장, 밀키트 기능으로 나뉘었는데 이런 요소가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
특히 배달 수수료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출혈이 지나치게 크다. 송파구 한 중화요리 전문점은 홀 매출이 1억4200만원, 배달 매출이 2400만원이다. 이중 배달 수수료로 540만원을 부담한다. 언제부턴가 ‘프랜차이즈’하면 배달을 떠올리는데 업계와 가맹점의 발전을 막는 길이다. 배달 오토바이가 줄줄이 서있는 건물보다 줄서서 먹는 맛집을 만들어야 건물 가치가 올라간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