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1.15 07:00
[땅집고] “올림픽선수기자촌(올선) 재건축 핵심은 ‘자연’입니다. 한강변 재건축 단지가 한강 조망권 단지로 설계하듯 올선을 녹지 조망권 확보 단지로 만드는 겁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자연의 미래가치를 낮게 보고 있지만, 5년만 지나도 사회의 기준 자체가 바뀔 겁니다.”
유상근 올림픽선수기자촌 재건축 추진단(올재단) 단장은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올선을 첨단과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미래 가치형 아파트의 모범사례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선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기자들의 숙소로 조성한 5540가구 매머드급 규모 아파트다. 올림픽훼밀리타운ㆍ아시아선수촌 등과 함께 이른바 ‘올림픽 3대장’으로 불린다.
입지와 사업성이 좋은 단지로,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넘기 시작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움직이고 있다. 현재 도정법 상 재건축을 진행하는 초기 법적 단체인 재건축 추진위는 없다. 소유주들이 2018년 자발적으로 만든 임의단체인 올재단이 추진위로 올라서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올재단은 최근에는 ‘재건축 추진 설명회’를 열고 단지 내 녹지를 강조한 설계안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땅집고는 유 단장과 만나 그가 구상하는 올선 재건축 방향과 현 상황 등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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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재단 단장으로 재건축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는지.
“본업이 변리사다보니 규제에 대한 분석이나 돌파구 찾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강점이 있는 편이다. 직업상 미래를 바라보는 기술을 주로 다루다보니, 올선 재건축 사업에도 미래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올선을 조합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잡음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과의 소통을 중시해야 한다고 본다. 공개한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갈 때 사람들은 부패를 의심한다. 신뢰를 쌓기 위해 유튜브 등을 활용해 가능한한 로드맵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재건축 추진 설명회도 그 일환이다. 전문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수월한 점도 있다. 한사람 한사람 설득하고 시간을 쏟는 편이다. “
-5500여 가구로 단지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이견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을지.
“올재단은 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주민 설문조사에 나섰다. 주민 니즈를 파악하지 않고 임의 추진할 경우 필히 문제가 생긴다고 봤기 때문이다. 5540가구 중 과반이 넘는 3148가구의 참여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올선은 참여 소유주 중 76%가 실거주 소유주로 나타났다. 소유주 연령대는 50~60대 비중이 가장 높고, 저밀도와 평형 증가 시 분담금 납부 의향이 있다는 특징을 파악했다.
이 결과가 이번 설계안에 담긴 지상 공원화, 산지 하천과 연결한 산책로, 용적률 249%, 녹지 조망권 극대화를 위한 단지 배치, 전 가구 남향에 대형평수, 테라스형ㆍ타워형ㆍ판상형 등 3가지 주택형 다양화 등이다. 올선 주민들은 자연환경을 살리고,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은 쾌적한 주거단지를 원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올선 원설계자인 우규승 건축가와 스타건축가 유현준 홍대 교수가 설계에 참여한 배경인가?
“그렇다.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자연을 갈망한다. 결국 단지 내 녹지 등 자연환경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철학을 공유하고 반영해줄 수 있는 설계사를 찾아야 했다. 우 건축사와 유 교수도 이런 철학을 공유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모셨다. 국내에서 원설계자가 재건축을 맡는 건 최초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재건축 시장은 다 사업성 중심으로 간다. 현재 기준으로는 계량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자연환경’이라는 미래적 가치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지구온난화가 시작하면서 앞으로 국내에서도 5년만 지나도 단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녹지 비율 확대 등을 도입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대비하기 위해 올선이 선제적으로 녹지를 가급적 많이 확보해야 한다. “
-녹지 확보에 포커스를 두면 분담금이나 속도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분담금은 연면적이 안 나와서 아직 집계할 수 없는 상황인데, 미리 말하자면 올선 주민들이 미래를 같이 봐주시면 좋겠다. 사업비가 늘면 분담금이 늘기 때문에 우려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적정한 사업비 수준 내에서 진행하겠지만, 필요한 곳에는 돈을 더 써야 미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녹지를 위해서 나무 한그루 더 심고, 공공미술, 커뮤니티 첨단화 등에 돈을 쓸만큼 쓰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원가절감에 머물러 있는 건 개발도상국 때의 ‘소품종 대량생산’ 시절에 머무르는 것이다.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획일화한 상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 자체가 압축성장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이제는 높아진 국민소득 수준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에 집중해야 한다. 개성을 강조하고 주거상품을 다양화해야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
-현재 올선 재건축은 어느 단계까지 왔나.
“올 2월 정밀안전진단을 D등급으로 통과해 첫 재건축 사업 문턱을 넘은 뒤, 7월 정비계획 업체로 KTS엔지니어링을 선정했다. 현재는 정비구역 지침 및 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 정비구역 지정 인허가를 받기 위한 주민동의율은 설명회 당시 이미 3254장을 확보해 문턱인 60%를 넘겼다.
상속이나 증여로 소유주 변동이 계속 생기다보니 안정적으로 66%를 채워서 내년 초까지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비구역 고시 인허가 되면 바로 추진위가 만들어진다. 다만 관건은 환경영향평가 통과가 언제 되느냐다. 올선은 정비구역 면적이 55만6713㎡로, 기준인 30만㎡를 넘기기 때문에 경관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을 적용받는다. 환경영향평가 속도에 따라 추진위 설립도 속도를 낼 수 있다. ”
-올선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계적으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로 지어진 곳 중 재건축에 나서는 곳은 올선이 첫 사례다. 올선을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자연친화적 미래 유산으로 남겨 세계적인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 모범사례로 남기는 것을 사명으로 삼겠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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