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1.14 09:40 | 수정 : 2023.11.14 10:20
[땅집고] “원주시 문화를 상장하는 60년 된 극장을 시장이 나서서 한 순간에 철거해버리다니…. 정말 허무하고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강원도 원주시 평원동에 60여년 동안 자리를 지켜오던 ‘아카데미 극장’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원주시가 그동안 지역 문화를 상징하는 건물로 꼽혔던 이 극장 유지 비용을 문제로 들며 철거하겠다고 나서면서 시민들 반대가 빗발쳤지만, 결국 철거 절차가 강행되면서 건물 잔해만 남게 됐다.
원주시 아카데미 극장은 1963년 개관한 단관(單館)극장, 즉 스크린을 한 개만 갖춘 극장이다. 개관 당시 원주 시민들의 문화 생활을 책임지는 건물로 꼽혔다. 하지만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등 기업 자본력을 갖춘 대형 영화관에 밀려 2006년 상업 영화 상영을 종료하고, 이후 독립영화 상영관 및 전시 공간으로 쓰였다.
원주시 일대에 있던 단관극장 4곳(원주극장·시공관·문화극장·군인극장)은 2015년까지 모두 사라졌다. 아카데미 극장이 유일한 지역 단관극장 자리를 지키게 된 셈이다. 더군다나 아카데미 극장은 국내에서 원형이 보존돼있는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이기도 하다. 민선 7기인 원창묵 전 원주시장은 이 극장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을 지난해 1월 32억원에 매입하고,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6개월 뒤 출범한 민선 8기 원강수 원주시장이 집권하면서 아카데미 극장의 운명이 180도 달라졌다. 원주시가 이 건물을 유지·관리하는 데 세금이 과다 지출되고 있는 데다,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으로 노후화에 따른 붕괴 위험까지 점쳐진다며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 인근 전통시장 등 구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이 일대를 새롭게 단장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이 소식을 접한 원주시민들 및 문화인들 사이에선 아카데미 극장을 원래 약속대로 보존해달라는 원성이 빗발쳤다.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는 연일 철거 반대 시위를 벌이며 “아카데미 극장은 그저 낡고 오래된 극장이 아니라 원주 민주주의와 문화의 상징”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극장 보존은 지난 시정에서 의견 수렴과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추진됐던 일인데, 시정이 바뀌자마자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문화인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박찬욱, 변영주 등 유명 영화감독들이 SNS에서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원주시 아카데미 극장을 지켜달라는 여론을 모으는 데 동참했다. 이 외에도 한예리, 김보라, 장원영, 차순배 배우, 배세영 작가, 황석희 영화 번역가 등도 운동에 참여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원주시는 지난 10월 30일 아카데미 극장 철거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 회원 50여명이 철거 용역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건물 옥상 발코니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에 강제 연행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갈등 끝에 아카데미 극장 건물은 전부 헐리게 됐다. 현재 건물 잔해 및 폐기물 반출만 남겨두고 있다. 원주시는 이달 20일까지 마무리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원주시는 300여평에 달하는 이 부지에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새로 짓고 이 곳에서 버스킹, 작품 전시회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사람들이 다시 몰려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카데미 극장이 갈등 끝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영화사적으로나 근현대건축적으로나 보존 가치가 높았던 건물인데 원주시가 시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철거를 강행하다니 너무 원통하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당장 수익성도 발전 계획도 없는 건물을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가며 지켜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원주시의 행정이 납득 간다”는 식의 댓글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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