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1.06 07:00
[땅집고] 지난해 10월 29일 핼러윈 주말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9명이 압사했던 ‘핼러윈 참사’가 1년을 꼭 채웠다. 당시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와 맞붙어있는 ‘해밀톤 호텔’의 불법 증축이 꼽혔다.
해밀톤 호텔은 지하 4층~지상 9층 규모로 1970년 준공한 이태원 일대 랜드마크 건물이다. 그런데 이 건물이 불법으로 증축한 공간 때문에 통행로 폭이 기존 4m에서 3m 정도로 좁아져 ‘병목현상’을 불렀다. 해밀톤 호텔은 건물 북쪽에 경량철골과 유리로 이뤄진 테라스 형태 건축물을 무단으로 설치해서 얻은 폭 1m, 길이 17m, 총 17.4㎡ 규모 공간을 주점으로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렸다.
건물 서쪽에 세워둔 붉은색 철제 가벽도 통행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가벽은 세로 21m, 가로 0.8m, 높이 2~2.8m 규모다. 건물에 설치한 실외기를 보행자와 분리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행법상 벽과 기둥, 지붕으로 구성하는 구조물이라야 건축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가벽 자체가 불법 건축물은 아니다.
불법 증축 테라스를 낀 해밀톤 호텔은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로 등재돼,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9년여 동안 용산구청으로부터 테라스를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아왔다. 현재 건축물 허가권자인 구청장이 위반건축물을 적발해 사전통지한 뒤 총 두 차례 시정 명령을 내리고 있는데, 불법 공간을 철거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동일인이 3년 안에 2회 이상 적발되는 경우 이행강제금이 배로 불어난다.
하지만 해밀턴 호텔은 이 공간을 없애는 대신 총 5억553만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서 불법 공간을 유지했다. 건물주가 벌금을 내서라도 영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다행히 해밀톤 호텔의 불법 테라스는 현재 철거된 상태다. 하지만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불법 건축물에 매기는 이행강제금이 너무 낮아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해밀톤 호텔의 경우 코로나 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9억5150만원 순이익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9년 동안 낸 이행강제금(5억553만원)이 너무 저렴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과 관련한 법 개정은 현재로선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시의 경우 관행적으로 연 1회 정도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벌금은 위반 건축물의 면적에 1㎡당 시가표준액의 절반을 곱해서 부과해왔다. 건물주들마다 불법 건축물 철거 명령을 무시하고 벌금만 내는 일이 반복되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서울시가 칼을 빼들었다.
건축 조례를 개정해 이행강제금을 연 2회, 금액은 1㎡당 시가표준액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지난해 말 발표한 것. 즉 벌금 부과 횟수와 금액이 각각 2배로 늘어나면서 이행강제금이 기존의 4배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3월 서울시의회의 제동으로 개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규모 주택 및 생계형 불법 건축물까지 일률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면 서민 고통을 가중시키고 사회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민병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은 “현재 고물가인 상황에서 이행강제금까지 강화해 버리면 서민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라며 “불법 건축물이라고 해도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건물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이행강제금만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9월 이상용 해밀톤 호텔 대표에게 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또 호텔 운영 법인인 해밀톤 관광에는 벌금 3000만원, 임차 법인 디스트릭트에는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법원 측에 요청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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