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1.03 10:39 | 수정 : 2023.11.03 14:10
[땅집고] 지난 1일 오후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해밀톤 호텔’ 건물 옆으로 폭이 좁은 경사진 골목이 보였다. 핼러윈 주말이었던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10시쯤, 이태원을 찾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9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던 ‘핼러윈 참사’가 벌어졌던 현장이다.
골목 초입에 가보니 추모 공간이 마련돼있었다. 벽면에는 포스트잇에 ‘OO언니 사랑해, 또 보자’, ‘혼자 살아남아서 미안해’ 등 사망자들을 기리는 메모가 다닥 다닥 붙어있고, 바닥에는 꽃다발이 여럿 있었다. 대로변을 지나다가 추모공간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춰 둘러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핼러윈 참사가 벌어진지 1년이 지났다. 올해 핼러윈은 다행히 별 사고 없이 지나갔지만, 과거 도로 통행을 방해해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해밀톤 호텔 서쪽 철제 가벽은 여전히 철거되지 않고 있다. 당시 도로 폭을 좁혔다는 지적을 똑같이 받았던 건물 북쪽 불법 증축 테라스는 현재 사라졌는데, 유독 이 가벽만 사고 발생 1년이 지나도록 철거되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뭘까.
해밀톤 호텔은 지하 4층~지상 9층 규모로 1970년 준공한 이태원동 일대 랜드마크다. 이 건물이 서쪽으로 끼고 있는 40m 길이 경사로에서 지난해 핼러윈 참사가 발생했다. 해밀턴 호텔 측이 이 골목 쪽에 붉은색 철제 가벽을 설치하는 바람에 도로 폭이 기존 4m에서 3.2m까지 좁아져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철제 가벽은 세로 21m, 가로 0.8m, 높이 2~2.8m 규모로 약 10년 전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밀톤 호텔 측은 이 가벽을 내부 쇼핑몰로 통하는 통로 및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는 용도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용산구청 측은 핼러윈 참사 이후에도 해밀톤 호텔 측에 가벽을 철거해달라고 강제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법상 벽과 기둥, 지붕으로 구성하는 구조물이라야 건축물로 판단하는데, 이 철제 가벽의 경우 천장이 없는 형태라 불법 건축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용산구청 건축지원팀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해밀톤 호텔 서쪽 가벽이 핼러윈 참사의 사고 원인으로 지목돼 지난해 11월 호텔 측에 안전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불법 건축물이 아니라 철거를 요구하기는 어려운데, 호텔 측이 아직까지 이 시설물을 없애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철제 가벽이 법적으로는 불법 증축 공간이 아닐 수 있지만, 실제 도로 폭을 좁혀 핼러윈 참사를 불렀다면 용산구청과 서울시가 해밀톤 호텔 측에 어느 정도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천장만 없애 불법을 피해간 이른바 ‘꼼수 건물’을 묵인하는 것은 지자체의 역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9월 이상용 해밀톤 호텔 대표에게 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또 호텔 운영 법인인 해밀톤 관광에는 벌금 3000만원, 임차 법인 디스트릭트에는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법원 측에 요청했다. 당시 이씨 측 변호인은 불법 테라스 설치로 인한 건축법 및 도로법 위반 혐의는 인정했지만, 철제 가벽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가벽 설치의 경우 에어컨 실외기의 열기와 소음이 보행자에게 닿지 않도록 하라는 공무원의 행정지도에 따른 것으로 건축법 위반죄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고 기일은 오는 11월 29일 진행 예정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건물 관리만 잘해도 임대료 외에 억대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 중소형빌딩 자산가치 극대화☞땅집고M
▶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 꼬마 빌딩, 토지 매물을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 ‘땅집고 옥션’ ☞이번달 옥션 매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