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1.02 14:45 | 수정 : 2023.11.02 14:53
[땅집고] 한 때 1만여명 대학생들로 붐볐던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가 14년째 방치 중이다. 약 22만㎡ 규모의 캠퍼스는 현재 적막만이 감돈다. 현재 가건물을 포함한 건물 19개동 가운데 평생교육원으로 운영되는 한 건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건물은 버려진 상태다.
인천대학교는 44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대학교다. 하지만 처음부터 국립대는 아니었다. 1979년에는 인천공과대학, 1980년에는 인천대학, 1988년에는 인천대학교, 1994년에는 시립인천대학교, 2013년 국립인천대학교까지. 부르던 명칭이 수 차례 바뀌었다.
인천대학교는 한때 비리사학의 대명사로 불렸다. 학교 설립의 역사는 선인학원으로부터 시작된다. 주로 '선인재단'으로 불렸다. 예비역 중장 출신인 백인엽씨는 본인의 이름을 따 '선인학원'을 만들었다. 군사 정권에서 선인학원은 급성장했다. 인천 제물포역 인근에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10개가 넘는 학교를 설립해 인천 최대의 사학재단을 만들었다.
1979년 인천공과대학이 개교하자마자 학교는 혼란에 빠졌다. 무려 9900명이 부정 편입학을 했고, 기부금 상당액을 이사장인 백씨가 횡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인천대학생들의 본격적인 반발이 시작됐다.
하지만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학생과 대학 구성원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1994년이 돼서야 '사립'에서 '시립'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 후 2013년, 국립대 전환운동에 130만명이 서명하며 국립으로 전환됐다.
인천대학교는 2009년, 개교 30년을 맞이해 학교를 송도 신캠퍼스로 이전한다. 그때부터 제물포캠퍼스는 학생 없이 건물만 남게 된다. 지난 2019년에는 본관 1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우범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6만6000평이 넘는 이곳을 개발할 계획은 없는 걸까. 부지 주인인 인천대학교는 지난해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을 통해 개발 구상안을 공개했다. 22만㎡의 땅을 각각 교육시설용지, 상업시설용지, 공원 등으로 이용하고 도서관, 실내스포츠센터 등 주민들을 위한 시설의 사업비는 상업용지 민간 매각 비용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인천대가 추산한 제물포캠퍼스 상업용지 매각 비용은 2457억원(2021년 1월 인근 상업용지 공시지가 기준). 인천시에서도 이 개발 계획을 꽤 긍정적으로 검토했었다. 인천시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에 나온 대로 7만㎡의 부지를 시가화용지로 반영을 했었다”며 “더 나아가서 구체적인 개발 계획 제안이 왔어야 하는데 아직 추가 확정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인천대학교의 개발 구상안 공개 이후 1년이 훌쩍 지난 상황. 사업 현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인천대학교 관계자는 “PF 금리 상승으로 기존 계획 대로 사업을 진행하면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며 “토지 용도 변경이나 상세한 도시관리계획은 추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 부지는 사업성 부족으로 개발하지 않고 방치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2만㎡나 되는 땅이 학교용지라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한 디벨로퍼 S씨는 “시에서 토지 용도변경에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이 부지는 학교 용지이기 때문에 개발을 위해서는 용도 폐지가 필요하다”며 “교육청에서 학교 용도 폐지를 해주지 않으면 상업용지여도 다른 시설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리스크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땅의 가치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주민들은 제물포 캠퍼스 개발에 대한 소문만 무성하고 실질적인 건 이뤄진 적이 없다며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민 B씨는 "빠른 시일 내에 개발이 어렵다면 일부 부지를 주차장으로라도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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