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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 5000만원에…"싸게 샀으면 입주 금지" 현수막 붙인 아파트 논란

    입력 : 2023.10.24 16:54 | 수정 : 2023.10.24 17:31

    [땅집고] 전남 광양시 마동 ‘광양 동문 디이스트’ 아파트에 할인분양 세대의 입주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단이 붙어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할인분양 세대는 입주 불가! 악독한 동문건설과의 계약을 미뤄주세요!”

    올해 1월 전남 광양시 마동에 입주한 ‘광양 동문 디이스트’. 광양시 일대 경제를 뒷받침하는 포스코 광양제철소로부터 직선 2.5km 정도 떨어진 총 1114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최근 이 단지 곳곳에 아파트를 할인분양 받은 사람들에 대한 입주를 막겠다는 내용의 전단이 내걸린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입주자들에 대한 전국적인 뭇매가 쏟아지고 있다.

    [땅집고] 전남 광양시 마동 ‘광양 동문 디이스트’ 아파트에 동문건설과의 할인분양 계약을 잠시 미뤄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의 전단이 붙어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먼저 정문 쪽 주차장에 출입하는 대로변에는 ‘할인분양 세대 입주거부!’, ‘분양원가 공개하라! 세무조사 실시하라!’라고 적힌 팻말이 줄줄이 설치됐다. 이어 단지 내부로 들어가면 ‘악독한 동문건설, 분양 대행사와 협력한 부동산들과의 계약을 잠시 미뤄주세요! 입주민이 협의할 시간을 잠시 주시면 좋은 이웃으로 환영합니다’, ‘할인분양 세대 적발시 주차요금 50배 적용, 커뮤니티 시설 및 공용부시설 사용 불가, 이사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 부터, 할인분양세대 입주 불가’라는 문구를 적은 전단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대체 이 아파트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동문건설, 5000만원 이상 ‘파격 할인분양’에…입주민들 뿔났다

    [땅집고] 전남 광양시 마동 ‘광양 동문 디이스트’ 아파트 정문에 동문건설의 할인분양조치에 항의하는 내용의 팻말이 걸려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광양 동문 디이스트’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61위 건설사인 동문건설이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아서 분양한 아파트다. 분양가는 84 기준 최고 3억2700만원 정도였다. 2020년 8월 분양 당시 1순위 청약에서 1091가구를 모집한 결과 1646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이 1.5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택형별로 보면 84 A타입과 B타입에서 대거 청약 미달이 발생하면서 미분양 아파트 오명을 쓰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광양시 일대 집값이 내려앉으면서 ‘광양 동문 디이스트’ 분양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이 아파트 84 주택에 이른바 ‘마이너스피’가 5000만원 붙은 매물이 2억8150만원에 등록돼있다. 분양가보다 매매호가가 더 낮아진 것이다. 집값이 곤두박질치자 미계약분을 포함한 미분양 주택이 총 200여가구까지 늘어났다고 전해진다.

    [땅집고] 동문건설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광양 동문 디이스트’ 아파트 할인분양가. /온라인 커뮤니티

    이에 동문건설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분양가를 최대 5000만원 이상 할인해서라도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기로 한 것. 업계에 따르면 84 아파트를 기준으로 20층 이상은 기존 3억2700만원에서 2억7100만원으로 5600만원 할인했으며, 6~9층은 3억2200만원에서 2억6900만원으로 5300만원 할인하는 등 파격적인 분양가로 계약률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같은 할인분양 소식이 알려지자 일반분양가에 ‘광양 동문 디이스트’를 분양받아 입주를 마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동문건설에 항의하고 집값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할인분양받은 사람들의 입주를 거부하는 전단을 단지 곳곳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할인분양 세대 입주를 거부하고, 이들에게는 주차요금과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비싸게 올려서 받겠다는 내용의 자극적인 문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전국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할인분양 반대해 분신자살까지…2010년대 집값 침체기 비극 재현되나

    이 같은 할인분양 세대 차별 행위는 2010년대 초반에도 벌어진 적 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든 시기라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미분양이 터지면서 건설사마다 할인분양 조치를 취했는데, 일반분양 세대가 크게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은 것이다.

    [땅집고]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 주민들이 아파트 입구를 막은 채 한라건설 측의 할인분양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2012년 입주한 ‘한라 비발디 아파트’다. 당시 한라건설이 이 아파트 미분양을 소진하기 위해 30% 할인분양에 나섰다. 일반분양가가 4억1000만원이던 전용 126 아파트를 1억1000만원 할인해 3억원 정도에 판매한 것. 이 사실을 접한 기존 입주자들이 반발하면서 건설사와 갈등이 터졌는데, 한 입주민이 시위 도중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 밖에도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 아파트’, 경기 김포시 걸포동 ‘오스타파라곤’, 인천 청라신도시 ‘청라 반도유보라’ 등 아파트 역시 정문 문주에 ‘할인분양 입주자 절대 이사 불가’라는 등 현수막을 걸어두고 건설사들과 강력하게 대치했다.

    한편 시행사,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할인분양에 나서거나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등 조치를 취더라도 일반 계약자들이 법적으로 이를 막을 권리는 없다. 실제로 관련 판결도 여럿 있다. 2010년 광주고등법원은 광주시 남구 진월동 ‘고운하이플러스’ 입주자 79명이 고운종합건설을 상대로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서 벌어진 집값 하락 등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건설사 편을 들어줬다. 고운종합건설이 2007년 10월 고운하이플러스 282가구를 분양했다가 100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자 아파트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임대주택 용도로 일괄 매도하면서 입주자와 갈등을 빚었는데, 법원이 이 같은 행위가 건설사의 재량이며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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