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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3대장 올랐던 '갤러리아', 한화는 왜 포기했나?

    입력 : 2023.10.24 07:00

    [땅집고] ‘강북의 코엑스’로 꼽히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잠실운동장·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사업을 모두 거머쥔 건설사가 있다. 바로 한화 건설부문이다. 이 회사는 서울의 지형도를 바꿔놓을 사업으로도 평가받는 두 사업의 공사비를 합하면 4조(兆)원이 넘는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한화건설을 한화에 합병하면서 ‘한화 건설부문’으로 사업부를 재편했다. 김승모 대표이사가 이끄는 한화 건설부문은 현재 복합개발사업과 친환경 사업, 신도시 개발 등을 주축으로 한 ‘그린디벨로퍼’로 변모 중이다.

    [땅집고] 한화 사옥 전경. /한화 건설부문

    그러나 이러한 신사업 포부를 내비치는 사이, 회사 성장 기반을 다진 주택사업이 가려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태평양건설을 모태로 하는 한화건설은 그간 오벨리스크(2000년), 꿈에그린(2001년)을 선보이면서 아파트 브랜드 시대를 활짝 열었을 정도로, 주택 사업에 진심인 회사였다. 2019년 신규 브랜드 ‘포레나’를 등장시킬 때는 전국에서 무려 4개 단지를 동시에 분양했다.

    서울숲 3대장으로 불리는 초고층 단지 중 하나인 ‘갤러리아 포레’는 한화건설의 역작으로 꼽힌다. 한화건설이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 ‘오벨리스크’를 대체해 내놓은 ‘갤러리아’가 적용된 곳이다. 이후 10년간 ‘갤러리아’ 아파트는 등장하지 않았다. 중견사들마저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다퉈 내놓는 가운데, 유명 브랜드마저 쓰임새를 찾지 못한 모양새다.

    한화 측은 ‘갤러리아’의 경우 애초부터 아파트 브랜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십여년 전 ‘꿈에그린’ 하이엔드 브랜드로 ‘갤러리아’를 활용하려 했으나, 검토 단계에서 그친 것으로 안다”며 “현재 한화 주택 브랜드는 ‘포레나’로 통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 한화 건설부문이 지은 '포레나 송파'. /한화 건설부문

    하이엔드의 부재가 빚어낸 결과일까. 한화의 주택사업 비중은 지난해 11월 한화에 흡수합병되면서 더욱 힘을 못쓰는 실정이다. 재무상황을 보여주는 관련 수치는 모두 내림세를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건설의 2020년과 2021년 매출액은 3조5927억원과 2조951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각 715억원, 3621억원을 기록했다.

    한화 건설부문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조5684억원이나,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한화에 포함된 첫해인 지난해엔 당기순이익 122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줄곧 감소세다. 2020년 248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1년 1804억원으로 줄었고, 2022년엔 26억원으로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전반적으로 매출액이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건설업 내에 종합건설(한화 건설부문), 부동산개발사업(한화솔루션(주) 인사이트부문, 경기용인테크노밸리)을 두고 있다. 이중 한화 건설부문은 한화 건설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땅집고] 한화 건설부문 최근 3년 간 당기순이익. /김서경 기자

    동시에 뇌관으로 불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금액은 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 1분기 2981억원에서 2분기 3370억원으로 13% 올랐다.

    주택건축 등 분양사업을 위해 구입한 토지도 적은 편이다. 한화건설의 용지는 지난해 말 901억원에서 올 상반기 747억원으로 17% 줄었다. 신규수주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다.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업계 전반이 정비사업 수주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서다.

    최근 부실시공 문제가 대두된 점도 건설사엔 부담이다. 정부를 중심으로 공사비를 더 투입해서라도 안전이 보장된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한화건설 역시 업계를 덮친 부실시공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주 포레나 에코시티’는 입주 직전 부실 시공으로 인해 수분양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천장 석고보드가 부서지고, 통창에 금이 갔다”고 토로했다.

    주택사업 부진에도 한화가 높은 도급순위(2023년 11위)를 기록한 배경엔 조 단위의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이 있다.

    한화는 지난 2021년 수원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완수한 후 여러 공모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사업비가 2조원에 달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 공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유휴 철도용지를 서울역과 연계해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것으로, 컨벤션센터,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등을 조성한다.

    한화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35만㎡에 걸쳐 스포츠·문화·비즈니스 융합된 초대형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잠실 스포츠ㆍ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도 맡았다.

    종합건설사에서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꾀하는 데는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사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업계에서 손에 꼽는 비(非) 건설맨이다. 2022년 한화 방산부문 통합 전까지 방산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겸직했다가 통합 이후 한화 건설부문 사장만 맡고 있다. 한화큐셀코리아, 한화테크윈, 한화지상방산, 한화디펜스 등 주요 계열사를 거쳤다. 대형 건설사 수장 대부분은 주택·건축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가 지난해 9월 한화건설 수장으로 선임됐을 당시 업계에선 한화가 주택 사업을 줄이는 대신, 풍력·태양광 등 신사업 비중을 확대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사실상 회사 성장을 이끈 주택 사업을 뒤로 하면서 친환경 인프라 디벨로퍼’로 체질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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