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23 08:16
[땅집고] 지난 몇 년 간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 미래에셋그룹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거진 해외 부동산 침체로 인해 타격을 입고 있다. 그룹 내 다른 사업들에서 경쟁력과 실적을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해외부동산 침체가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해외 부동산 위험노출액 14조…미래에셋 등 대형사 위주
금융투자협회가 조사한 지난 7월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 순자산 총액은 77조7035억원으로 2019년 말 55조5435억원 대비 40% 증가했다. 오는 2025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부동산펀드는 총 29조9000억원에 달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중 국내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위험노출액은 1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주로 미래에셋과 같은 대형사 위주로 위험노출액 규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몇 년 간 해외진출 사업 규모를 확대해왔다. 크게 증권과 자산운용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증권의 경우 11개의 주요 현지법인을 통해 영업 범위를 확대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로는 최초로 2003년에 해외진출을 시작해 인도, 영국, 브라질, 미 국 등 10개국에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에는 캐나다 ETF(Horizons ETF), 2018년에는 미국 현지 ETF 운용사(Global X)를 인수한 바 있다.
최근 투자한 오피스 빌딩으로는 중국 상하이 푸동 오피스타워, 미국 워싱턴DC 스트리트 빌딩, 미국 Novo Nordisk North America HQ 빌딩,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중부본사 빌딩,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빌딩, 독일 뒤셀도르프 보다폰 본사 빌딩, 미국 애틀란타 스테이트팜 동부본사 빌딩, 프랑스 마중가타워 빌딩 등이 있다.
호텔과 리조트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미국 와이키키 하얏트리젠시호텔앤스파, 미국 페어몬트 오키드 하와이 호텔 등이 있다. 인프라로는 미국 애틀란타 아마존 물류센터, 폴란드 브로츠와프앤코닌 물류센터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 같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부실 뇌관으로 떠오른 해외 부동산은 미래에셋증권이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을 통해 투자한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펀드(멀티에셋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호)도 문제가 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 주도로 조성된 원금 2800억원 중 90%가 휴지조각이 될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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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은 홍콩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이번 2분기 20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은 500억원으로, 미수채권 충당금 260억원 등으로 인해 운용 및 기타손익이 전분기 대비 52.3% 감소한 158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해외 부동산 리스크 전망으로 인해 미래에셋증권 주가도 폭락했다. 16일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미래에셋증권의 종가(6020원)는 지난달 최고가 7000원을 기준으로 14% 하락했다. 상위 10위권 증권사들 중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미래에셋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워싱턴에 투자한 오피스 빌딩도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 오피스 시장은 최근 공실률이 치솟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격이 급락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한 미국 워싱턴DC K스트리트 빌딩의 펀드 맵스프런티어미국사모부동산투자신탁5호는 현재 2015년 펀드 설정 이후 수익률이 70%까지 떨어졌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1750 K스트리트 빌딩은 미래에셋이 2015년 약 1250억원에 인수한 빌딩이다. 백악관 인근에 있는 오피스 빌딩으로 유명하며, 지하 4층~지상 12층 건물로 연면적이 약 2만㎡에 달한다.
■해외 부동산 시장 불황, “최종 손실규모 더 커질 수도”
최근 해외 오피스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불황을 맞으며 미래에셋그룹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들의 실적 악화는 하반기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2022년 1분기 이후 유럽 역세권 건물의 25% 이상이 하락 중이며 유럽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도 60% 줄어들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의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 말 13%에서 올해 1분기 19.9%까지 증가했고, 평방 피트당 1000달러 수준이었던 거래 평균 가격도 778달러 수준으로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해외 익스포져의 지역별 구성은 미국과 유럽 사업장 규모가 각각 6조4000억원(45%), 5조3000억원(37%)으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상업용 부동산이 8조7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호텔 등 숙박시설(2조3000억원)의 비중도 매우 높다. 미국과 유럽의 오피스에 대한 투자(6조원)가 가장 많이 이뤄진 것으로 나신평은 파악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 1년간의 금리상승은 부동산 모기지의 차환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과 유럽의 원격근무 전환으로 전반적인 임차수요 감소와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 미국과 유럽 오피스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 손실이 불어난 해외 부동산 위험노출액의 경우 대부분 펀드 형태여서 현재의 건전성 지표와 최종 손실규모간 괴리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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