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22 11:50 | 수정 : 2023.10.22 14:50
[땅집고] 지난 달부터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정부가 대출을 조이고 있는데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가 줄고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22일 뉴스1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는 3269건으로, 전달(3845건)보다 576건 줄었다.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지만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가 521건인 점을 감안할 때 전달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매물도 적체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7만6578개로, 전주(7만5456개)보다 1122개 늘었다. 1년 전(5만8664개) 대비로는 1만7914개 증가한 것이다.
시장에서 아파트를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16일 기준 90.2로, 전주(89.9)보다 0.3포인트(p) 올랐다. 아파트 매수심리가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을 하회하는 것이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사사무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선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론을 내세우며 매수를 부추기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추격에 나설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내외 지표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금융회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상승,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못 돌려주게 된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불안, ▲6개월째 증가 중인 가계대출, ▲3고(高) 현상(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 등 국내 불안 요소만 해도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국제 유가 급등,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미 국채 금리가 16년만에 5% 돌파하는 등 전 세계적인 고금리 장기화 조짐 등 초대형 글로벌 악재도 있다. 각종 변수로 인해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6번 연속 3.5%로 동결했으나, 시장금리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은 이미 7%를 넘어섰으며 연내 8%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가 조정에 나서는 집주인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이달 들어 주담대 금리가 위쪽으로 출렁이면서 수요층 심리도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라며 “차주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면 소득 대비 이자·원리금 부담이 늘어날수록 대출한도가 축소돼 내 집 마련 진입장벽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높아진 이자 부담에 과거처럼 영끌(과도한 레버리지)을 통해 매매에 나설 경우 이자 부담으로 인해 급매로 팔아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모든 면에서 주거비 부담은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