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20 14:32 | 수정 : 2023.10.20 14:51
[땅집고] “내가 내 돈내고 산 집인데, 입주 자격이 없다고요? 절대 못나갑니다”
“이 주택은 실버주택으로 60세 이상만 입주가 가능합니다.”
지난 2008년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는 아파트 입주권을 산 매수자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구청과 정부는 입주 예정자 일부에게 '입주 불가' 통보를 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이 주택은 실버주택으로 60세 이상만 입주가 가능합니다.”
지난 2008년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는 아파트 입주권을 산 매수자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구청과 정부는 입주 예정자 일부에게 '입주 불가' 통보를 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바로 이 아파트가 노인주거복지시설 중 하나인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기 때문이다. 즉, 노인들을 위한 ‘실버주택’이므로 일반인은 입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관련 법에서는 노인복지주택 입소 기준 연령을 60세(현재는 65세)로 봤다.
노인복지주택은 노인에게 주거시설을 임대, 주거 편의·생활지도·상담 및 안전관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노인복지법’을 근거로 운영되며, 60세 이상의 입소자격자와 입소자격자의 배우자가 입소할 수 있다.
논란이 된 곳은 노원구 중계동 ‘중앙하이츠 아쿠아 아파트’다. 이곳은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안고 있던 관련 법령 미비 등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실버타운 업계를 뒤흔든 대표 아파트로 꼽힌다.
지난 2008년 입주한 ‘중앙하이츠 아쿠아 아파트’는 최고 10층, 4개동, 219가구 규모다. 당시 분양가는 4억2000만~4억4500만원 선이었다. 시공사는 중앙건설이다.
이 단지는 2008년 6월 노인복지주택 설치신고를 했으며, 건축물 대장에도 노인복지주택으로 기재됐다. 당시 시행사는 구청으로부터 노인복지주택 혜택인 취·등록세면제, 용적률 혜택을 받아 이 단지를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입주 전 전 가구 중 30% 이상이 60세 미만 사람들에게 전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노인복지주택 취지로 지어졌으나, 일반 아파트처럼 거래가 이뤄졌다.
당시 관련 법에선 입소 연령만 명시했을 뿐, 이러한 전매를 막는 규정이 없었다. 입주민을 강제로 나가게 할 방도가 없던 구청은 결국 입주를 허락했다.
이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관련 법을 개정했다. 2008년 8월 4일부터 입주 자격을 위반에 대해 처벌 규정을 둔 것이다. 단, 처벌 규정 시행 이전 건축허가 또는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노인복지주택은 입소 자격자가 아닌 자에게 양도 또는 임대할 수 있고, 자격이 없더라도 입소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엔 분양형과 임대형으로 구분하던 노인복지주택 중 분양형을 없앴다. 불법적인 분양, 양도, 입소 등의 악용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결국 이 아파트는 지난 2021년 진통 끝에 일반 아파트로 변경됐다. 이는 노인복지주택이 아파트로 바뀐 첫번째 사례다.
‘중앙 하이츠 아쿠아’는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에서 몇 안 되는 준신축 아파트 중 하나다. 단지 정문부터 7호선 중계역까지 직선거리가 220m에 불과한 초역세권 아파트이며, 학교에 둘러싸인 이른바 ‘학세권’ 단지로도 볼 수 있다.
지난 2021년 10월 12억원에 거래됐던 이 단지 전용 84㎡는 올 4월엔 8억7500만원에 팔렸다. 현재 호가는 9억5000만원선이다. 전세 시세는 5억원 안팎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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