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19 09:41 | 수정 : 2023.10.20 17:17
[땅집고] 지난달 설계공모지침을 발표한 압구정3구역 주민들이 조합이 내놓은 설계 공모 지침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19일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 조합이 공개한 설계공모지침에 따르면 설계회사들이 오는 11월 6일까지 재건축 청사진을 마련해 조합에 제출해야 한다. 재건축 설계업체 선정에는 해안건축과 희림건축 두 곳이 참여한다.
해안건축과 희림건축이 맞붙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양측은 지난 7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권을 놓고 1차전을 벌였다. 당시 조합은 총회를 열고 희림건축을 설계사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압구정 3구역’ 재건축조합이 설계공모를 하면서 용적률을 서울시 지침인 300%가 아닌 360%로 설계한 희림건축을 경찰에 고발했으며 설계 회사 선정 자체를 무효라고 밝혔다. 이후 서울시는 조합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고 결국 조합은 지난 8월 희림의 설계자 자격을 취소하면서 재공모로 이어졌다.
압구정3구역 일부 조합원들은 새롭게 설계 업체를 뽑는 공모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새로운 설계업체가 공모에 참여하기에 공모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기간이 짧아 현실적으로 기존에 설계공모에 참여했던 업체 설계업체만 참여할 수밖에 없다.
설계 공모를 내고 작품을 제출하기까지의 기간은 총 한달 정도로 통상 50가구 미만의 다세대주택에 대한 설계안도 최소 1~2개월 정도 걸린다.
특히 응모자격에 '해외건축가와 컨소시엄을 권장'한다는 문구를 넣었다는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설계사무소가 한 달만에 해외 건축가를 섭외해 설계를 추진하기에는 짧은 기간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1차 공모에 참여한 압체만 2차 공모가 가능하다.
응모작품을 심사하는 설계공모 심사위원 자격요건 중 하나가 '건축업무와 관련된 5급 이상 공무원'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신통기획을 추진하는 단지인만큼 설계 공모를 진행할 때 서울시 입김이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압구정3구역 조합은 조합원과의 소통창구로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밴드’를 통해 “새로운 설계 공모 지침이 기존 설계지침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주장한다. 조합 관계자는 게시물에 “지난번 서울시와의 대치를 고려해 토지이용계획과 관련해 설계사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는 내용이 바뀌었을 뿐 재설계공모기준 및 공모지침이 지난 번과 달라진 바 없다”고 했다.
조합은 설계 공모 기간이 한달에 불과한 것은 조합원들에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현재 압구정 6개 구역에서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인데 다른 구역에 비해 속도가 늦어질 경우 이주하는 시점도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 한 지역 내에서 대거 진행될 경우, 전세 대란을 막기 위해 이주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며 “현재 압구정2·4구역이 3구역에 비해 속도가 빨라 만약 3구역 추진 속도가 늦어질 경우 이주 순서에서도 밀릴 수 있어 사업 추진시 속도를 빠르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기존과 동일한 설계업체가 후보로 나오는 것이면 재공모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조합측은 “공모 참여하는 데만 설계업체에서 20억원 가까운 인건비가 든다”며 “국내 유수의 6개 설계업체와 접촉했는데 3~6위 설계업체는 국내 1,2위를 다투는 해안, 희림 건축이 참여하는 공모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구현대'로 불리는 압구정3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369-1 일대 총 4065가구 규모다. 50층 안팎 5800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추진된다. 1979~1987년 입주했으며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구역 총 6곳 중 규모가 가장 커 핵심으로 꼽힌다. 성수대교와 동호대교 사이에 있으며, 부지 남쪽에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을 끼고 있다. 설계비만도 300억원에 달한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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