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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받으려고 위장이혼·임신까지…패륜 부추기는 '막장 청약'

    입력 : 2023.10.18 06:00

    /일러스트=이은현

    [땅집고] “생애최초 특공 미혼모 전형 넣고 싶은데…남편과 위장이혼하면 걸릴까요?”

    올해 분양가가 올라 청약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위장전입, 위장이혼·결혼·미혼, 통장매매 등을 통해 꼼수를 부려 부정 청약을 시도했다가 적발되는 건수가 덩달아 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정청약 사례가 2020년(228건)부터 2022년(329건)까지 3년간 44%가 증가했다.

    이에 현 청약 제도 구조가 예비청약자 사이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약 가점제가 도입되면서 다자녀, 신혼부부, 한부모 가정, 부양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혜택을 주는데, 최근 청약 열기가 더 달아오르면서 가점 없이는 청약에 당첨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보니 ‘패륜’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부정청약 적발유형, 위장전입 1위1명당 가점 5

    부정청약 적발 유형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건 ‘위장전입’이다. 청약 가점제는 84점 만점으로 부양가족 수(최고 35점)와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합산해 점수를 매기는데, '부양가족 수'의 가점 배점이 1명당 5점으로 크기 때문에 실제로 같이 살지 않더라도 3년 이상 동일 등본상에 올려 부모나 조부모를 위장전입시키는 사례가 많다.

    현실적으로 가점 없이 청약 당첨을 바라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새 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청약 가점이 ‘60점’은 넘어야 안정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에는 평균 가점대가 50점대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10점이 더 높아진 것이다. 가구별 만점은 3인 가구 64점, 4인 가구 69점에 해당한다. 일부 인기 단지의 경우 만점에 가까운 청약 통장도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이혼·미혼도 청약 당첨된다면 마다하지 않는 부부들

    신혼부부 특공에 지원하기 위해 위장이혼을 강행하는 부부도 늘고 있다. 세종에 거주하는 한 부부의 경우 부인이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된 후 남편과 위장이혼했다. 이후 남편이 한부모 가족 청약 자격으로 다시 세종의 다른 단지에 청약해 당첨될 수 있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 공공분양은 자녀 수, 해당 주택건설지역 연속 거주기간, 청약통장 납입 횟수, 혼인기간(신혼부부) 또는 가장 어린 자녀의 나이(한부모가정) 점수로 평가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신혼부부는 혼인 기간에 따라 최대 2점까지 받을 수 있지만, 2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정의 경우 3점까지 가점을 부여받을 수 있어 위장이혼까지 강행하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결혼을 하고 함께 거주하면서 혼인신고를 않고 ‘위장미혼’ 상태를 유지하는 부부도 많다. 결혼을 하면 부부합산 소득이 올라 대출이 제한되고 청약 신청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청약 열기가 과열되면서 임신진단서를 위조하거나 대리 산모 허위 진단, 임신진단서 이후 낙태 등의 방법을 통해 당첨된 사례도 발각됐다. 부정청약 수사 대상자 171명 가운데 무려 169명이 이러한 방법을 통해 부정 당첨된 것으로 알려져 시장에 충격을 줬다.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해당 사례는 실제 드라마에서도 차용됐다. 올 초 방영된 SBS드라마 ‘모범택시2’에서는 청약 가점을 얻기 위해 아이를 불법으로 입양하는 에피소드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적발 후 처분, 전체 13%에 불과… ‘솜방망이’식 사후처벌 개선돼야

    부정청약으로 적발되면, 수사 결과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차익을 본 금액에 따라 최대 그 이익의 3배까지 벌금을 물수도 있다. 당연히 해당 아파트 계약은 취소되고, 최장 10년까지 청약 자격이 제한된다.

    다만 위반행위에 대한 실제 처분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적발된 부정청약 적발 사례 중 실제 관련 법령에 따라 주택 거래 취소 조치 등 처분이 이뤄진 경우는 227건으로 전체 적발사례(1704건)의 13.3%에 불과하다.

    시스템 도입으로 적발 능력은 향상됐으나 사전방지가 어려워 이권에 따라 불법행위가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행정력의 한계로 전수조사가 어렵고, 부정청약이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법정형보다는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주려면 적발 시 해당 가구는 물론 가구원까지 모두 포함해 청약 행위 자체를 일괄적으로 제한시키는 등 처분 수위를 높이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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