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15 07:00
녹지 확보위해 철거되는 세운상가-上
[땅집고]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을 진행중인 서울시가 토지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토지가격이 급등해 기부채납을 위한 상가군 토지 매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세운지구 녹지 조성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자 오세훈 서울 시장은 지난달 26일 ‘최후의 수단’으로 상가 강제 수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반면 세운상가 토지 소유자들은 “세운 상가 토지가격이 크게 오른 적이 없다”며 오세훈 서울 시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서울시가 감정가로 부지를 강제 매입하는 수용 방식을 강행할 경우 주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민간개발업체 기부채납으로 녹지 조성…“땅값 3배 이상 올라 ‘수용’가능성 있어”
서울시는 지난해 4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하나로 종묘~퇴계로 일대를 재개발할 때 민간 개발업체가 세운 상가군 토지를 매입, 기부채납하면 해당 부지를 녹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운지구는 청계천을 중심으로 북쪽 종로, 남쪽 퇴계로와 접한 부지다. 부지 면적만 44만㎡에 달한다. 현재 세운상가를 비롯한 7개 건물군(세운·청계·대림·삼풍·풍전·신성·진양) 양옆 8개 구역에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비롯한 상가군을 철거해 종묘와 남산을 있는 1km의 녹지축을 만들고 주변에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세운지구 재개발 구역 시행사인 민간 개발업체가 상가 소유주에게 상가를 시장가로 매입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는 세운상가 토지 소유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감정평가액 대비 2~3배 높은 가격에 팔겠다고 해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6일 가격이 치솟은 세운상가에 대해서 처음으로 ‘수용 가능성’을 밝히면서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에서 수용방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사업시행자가 사업지구 내 토지를 전부 취득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 수용은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가와 유사하다”며 “다만 상가 임대인이 상가 매도의사가 없어도 수용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사적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고 했다.
■ 서울대개조 첫 발 ‘세운상가군 녹지 조성’…일본 도쿄 ‘마로누우치 지구’ 모티브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이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서울대개조 구상은 예산 투입을 최소화면서 많은 녹지 공간을 확보해 도시 공간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세운지구 녹지 조성 전략은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지구 재개발 사례를 모티브로 삼았다.
마루노우치는 도쿄도 지요다구에 있는 상업 지구로, 도쿄역과 황궁 사이에 있다. 마루노우치 지구 재개발은 도쿄역 광장 개편 및 지하보행로 개설, 공원 조성을 통해 녹지율을 최대 40%이상 늘리는 성과를 냈다. 이는 민간개발 활성화를 위해 부지 간 용적률 거래 및 용도 교환, 높이 제한 완화 등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고 고밀개발을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에서 상호 간의 거래를 통해서 매입 기부채납을 하게 되면 갈등이 최소화되고, 공공의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상가군을 공원화 할 수 있는 차원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도입됐다”며 “추후에 사업을 하게 되면 세입자(상가 임차인)에 대한 부분을 고려해야겠지만 매입 기부채납은 그런 걸 고려할 수 있는 관련 법이나 관련된 사항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에 착안해 시민 세금을 들이지 않고 도심 곳곳에 녹지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민간개발 시 높이와 용적률을 완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간 개발업체가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녹지를 조성하는 방식이 40년 가까이 한 곳에 자리 잡아 영업해 온 상가 임차인들의 이주 대책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세운 상가 임대인, “최근 땅값 오른 적도 없는데 ‘토지수용’?”
게다가 세운상가 상인들은 현재 상가군의 시세 변동이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1억짜리 상가가 10년에 걸쳐 겨우 2000만원 오른 경우가 대표적이다. 세운상가 상인들은 서울시가 주장하는 감정평가액이 급등한 상가 매물은 세운상가와 무관한 곳이라는 입장이다.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세운 5-1·3구역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상인 김모씨는 “다 허물어져 가는 상가지만 제조업체들이 자리 잡으면서 잘 나가는 업체의 경우 연 매출 8억원 정도 수입이 나오고 있다”며 “오히려 감정평가액에 따른 보상을 받고 나가는 게 더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세운상가 건물 외부에 위치한 전용 5평 점포 매물 호가는 2억원에 달한다. 내부에 있는 점포 전용5평 상가는 8000만원~1억원 수준이다.
한편 세운상가는 1968년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다. 1∼4층은 상가, 5∼8층은 아파트다. 2006년에는 상가 일대가 재정비 촉진구역으로 지정돼 철거 위기에 놓였고 2009년 일부였던 현대상가가 철거됐다. 그러나 2014년 재정비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나머지 건물은 남게 됐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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