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14 07:00
[땅집고] “학령인구가 줄면 부동산 시장에서도 딱 9개 자치구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미 강남3구와 강동구, 양천구, 성북구, 노원구 등 학령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사람들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쏠림 현상을 피부로 느끼지만, 과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국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0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5명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다시 썼다. 2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은 2012년(1.26명)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인구학 전문가인 미국의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는 EBS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초저출생’에서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줄어드는 학령인구가 부동산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다.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 올라온 ‘저출산 시대를 버티며 자녀 키우기 좋은 동네’라는 글은 지난달 30일 올라온 뒤 조회수 1만5000회를 기록했다.
글쓴이 A씨는 학령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공고해진다고 전망했다. 그는 10년 안에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부터 초등학교, 중고교 교육기관까지 모두 통폐합이 이뤄지고, 학령인구에 따라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일어난다고 봤다.
A씨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총 9개 자치구가 버틴다고 예상했는데, 바로 강남3구와 강동(고덕), 양천(목동), 노원(중계), 성북(길음) 등이다. 그는 “서울 핵심지 주택가격이 빠지는 일이 일어나긴 어렵다고 본다”며 “이들 자치구 안에서도 대단지면서 소아청소년과가 많은 곳이 버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네티즌들은 “대한민국 부동산은 출산 전후로 이해된다” 등 대부분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자녀 유무에 따라 갈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하원문>
저는 아이들이 많은 동네의 활기가 좋아서 자금이 생기더라도 비싼 동네로 옮기기 보다는 마음에 드는 동네 안에서 큰 집을 고릅니다. 집 밖에 나섰을 때 학생들이 자라는 모습, 동네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보고 귀여워하는 모습들을 마주하는 게 곧 기분좋은 일 아닙니까. 이런 동네에선 나가는 인구와 들어오는 인구 흐름이 모두 활발해 이사 차도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엔 학령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이들이 많은 동네를 선호하는 것과 별개로, 아이들이 많은 곳이 곧 미래가 있는 동네가 아닐까 합니다.
그 근거로 몇 가지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먼저 지난 해 출생아 수는 25만명으로, 2029년엔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2015년의 절반(55%)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출생아가 줄면 가장 먼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문을 닫습니다. 국공립과 민간 모두 원생 수가 줄어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죠.
즉, 앞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30~50%는 통폐합을 할 것입니다. 지난 2015년엔 금천구, 지난해엔 광진구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미 공동화가 일어난 지역의 학령인구를 다시 늘리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2022년 출생아(25만명)가 2~5살이 되는 2024년~2027년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빠르게 줄어 통폐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런 양육시설 공동화가 이뤄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2029년과 2032년엔 각각 초등학교, 중학교 통폐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흔한 학부모의 자세에서 볼 때 어린 아이를 키운다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있는 곳을, 자녀가 학생이라면 학생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고 봅니다. 자녀가 고등학생이라면 공부하는 분위기가 좋지 않을까요? 따라서 학교 통폐합이 진행돼 통학 거리가 먼 지역이 생기면 사람들은 아이들이 많은 지역을 더욱 선호할 것입니다. 전세와 매매를 가리지 않고요.
집 근처에서 돈을 쓰기 때문에, 이런 곳에선 상권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생산인구가 줄면 상권이 무너집니다.
이러한 이유를 토대로 서울 핵심지 주택가격이 떨어지기란 어렵다고 봅니다. 서울 인구가 줄더라도, 마지막까지 인구밀도가 유지되는 곳이 살아남는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즉, 지금 아이들이 많고 인프라를 갖춘 곳이라면 앞으로도 버틴다는 의미죠.
서울에서 이런 곳은 딱 9개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성북구, 노원구, 은평구, 양천구, 강서구입니다. 요약하면 이들 자치구에서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고, 소아청소년과가 밀집한 곳은 학령인구가 줄어도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 안에서도 가장 중심 아파트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금전적 진입장벽으로 인해 영끌을 하거나 평수를 줄여야 할 수 있지만, 최대한 이 안에서 버티길 권합니다.
학령인구가 더욱 줄면, 9개 자치구 중에서도 일부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비정할지 모르지만, 강남3구와 강동, 양천 등이 버틴다고 봅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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