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피땀눈물로 키운 내 회사, 제값 받고 팔기 위해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입력 : 2023.10.13 13:38 | 수정 : 2024.11.06 13:13

    대한민국 고도성장기인 1970~1980년대 중소기업을 차렸던 이른바 1세대 창업주들이 은퇴를 코앞에 두고 기업 매각을 고려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새로 나오는 매물의 경우 흔히 3D 업종으로 불리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사진은 제조 업체가 밀집한 수도권 남부의 한 산업단지. /남강호 기자


    수도권에서 자동화생산설비 개발·유통업체를 운영하던 기업인 A씨. 40대 초반에 사실상 맨손으로 창업해 20년 가까이 운영했던 회사를 2019년 약 200억원에 팔았다. 그는 “환갑을 넘어 은퇴 고민이 컸는데 자식은 사업을 물려받는 걸 원치 않았다”면서 “파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을 사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안수정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는 “다행히 당시 거래하던 외국업체 B사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B사는 몇 년간 거래하면서 A씨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한국 판매망 확대를 통한 사업 시너지를 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다만 B사는 A씨가 당분간 경영을 계속하고, 향후 경업(competition)은 안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민감한 조건이었지만 A씨는 수용했고 좋은 가격에 매각에 성공했다. A씨는 올해로 4년째 전문 경영인으로 회사에 남아있다.

    최근 A씨처럼 은퇴를 앞두고 20~30년 이상 운영했던 회사를 매각하려는 창업주들이 적지 않다. 중소·중견 기업은 창업주가 가업을 승계하고 싶어도 자녀가 경영권을 물려받고 싶지 않다고 하면 사실상 매각밖에 선택지가 없는 탓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안 변호사는 “어렵게 기업을 팔았는데 상속·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내고 나면 막상 수중에 남는 매각대금은 20~30%에 그칠 수 있다”면서 “창업주 스스로 기업 매각 절차와 세무 이슈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조선일보와 땅집고, NH투자증권이 오는 11월 7일 개설하는 ‘성공적인 기업매각과 명예로운 가업승계 실전전략 2기’ 과정에서 강의한다.

    ■내 회사 강점과 약점 파악이 첫걸음

    기업 매각을 위한 첫걸음은 창업주가 스스로 기업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안 변호사는 “매각 자문사를 선정해 핵심기술, 인력, 노하우 등 매수인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면서 “일부 매수인은 창업주가 회사에 남아 전문 경영인으로 경영을 해줄 수 있느냐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로 본다”고 했다.

    매수인은 크게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로 나뉜다. FI는 투자금에 대한 배당과 수익을 중시하는 반면 SI는 사업적 시너지 획득에 방점을 둔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SI가 더 매력적이다. 주로 기술·특허 등 사업 자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매각 금액도 속칭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적지 않다.

    빠른 매각을 위해서는 매각대금 지불 조건에 융통성을 두는 방법도 있다. 안 변호사는 “매각대금을 일시에 받지 않고 1~2년에 걸쳐 할부로 받거나, 기업 성과에 따라 추가 금액을 받는 약정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매수인은 초기 자금 부담이 줄고 매도인은 경기 불황 등 불안 요소가 있긴 하지만 제값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픽=양진경


    ■매각에 앞서 세무 플랜부터 세워라

    안 변호사는 매각에 앞서 세무 플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업주 입장에서는 매각 다음 수순은 바로 상속·증여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식을 팔면 매각차익의 최대 27.5%까지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면서 “매각대금을 상속·증여하면 최대 50% 세금을 또 내야 한다”고 했다. 지분을 먼저 증여해 증여세를 낸 후 수증자가 주식을 팔면, 증여 시점에 주식 취득가액이 높아져 양도세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세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매각에 앞서 종합적인 세금 플랜을 짜놓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후 삼성 오너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만 11조원을 넘는다. 안 변호사는 “일부만 매각해 경영권은 유지하면서 제3자로부터 펀딩을 받아 새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해외 거주를 계획 중인 창업주 사이에는 글로벌 사업 확장도 주목받고 있다. 안 변호사는 “상속ㆍ증여 시 외국에 세운 회사 지분은 해외 자산으로 분류해 절세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실질을 동반하지 않는 플랜은 세무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 기업 승계·매각 실전 과정>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땅집고와 NH투자증권이 공동 주관하는 ‘기업인을 위한 성공적인 가업 승계와 명예로운 매각 실전 전략 2기’ 교육 과정이 오는 11월 7일 개강한다. 가업 승계·매각 전문가들이 총 10회에 걸쳐 심도 있는 강의를 진행한다. 홍승환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반드시 알아야 할 매각 주요 절차와 전략’를 알려준다. 이승현 NH투자증권 세무위원과 조정근 서경대 교수가 각각 ‘역외거래, 탈세 또는 절세?’와 ‘특례 없이 절세하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소진수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회계사와 안수정 변호사는 ‘최신 승계 트렌드와 이슈’ 등을 강의한다.

    가업 승계·매각 전략에 대한 일대일 맞춤 컨설팅도 무료 제공한다. 수강료는 500만원이며 선착순 20명을 모집한다. 홈페이지(realtyevent.chosun.com)와 전화(02-6949-6179)로 신청할 수 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