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10 10:34 | 수정 : 2023.10.10 11:13
[땅집고]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세보증금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정부가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으나, 하루가 다르게 전세 가격이 뜀박질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러다 전세금도 '영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세금이 오르는 배경으로는 매물 감소, 전세자금 대출 금리 인하, 가을 이사철 이사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전세가 상승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단기간에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부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세금이 오르는 배경으로는 매물 감소, 전세자금 대출 금리 인하, 가을 이사철 이사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전세가 상승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단기간에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부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반년 만에 전세금 5억 오른 잠실…중심부일수록 상승세 빨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7억8000만원까지 하락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 전세가는 지난달 13억원까지 올랐다. 이 아파트 전용 59㎡ 전세보증금은 올 1월 6억6000만원에서 이달 9억4000만원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엘스’ ‘트리지움’ 전용 84㎡ 전세보증금은 각각 8억30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8억원에서 12억5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전세가 상승은 서울 전역에서 일고 있다. 성동구 ‘센트라스’ 전용 84㎡ 전세가는 올 3월 6억 후반대까지 하락했으나, 지난 9월 9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현재는 호가는 8억5000만원부터다. 올 4월 7억원에 세입자를 들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8월 9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전세 호가는 9억원부터다.
전세가 상승 속도는 서울 중심부일수록 가팔랐다.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들의 전세가 상승세는 강남3구나 마용성보다 더디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 전세보증금은 올 1월 3억원에서 이달 3억8000만원으로, 1억원 미만 상승을 기록했다. 저가 아파트가 많아 ‘영끌족의 성지’로 불린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전용 60㎡은 올 1월 2억2000만원에, 이달 2억5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 전세가 오르는 이유, 매물 실종·이사 수요…역전세난 없었다
관련 지표도 상승세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0% 오르며 2019년 12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세가가 오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우선 매물 감소를 꼽을 수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2만9026건으로, 올해 초(5만4954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중구(-59.4%)·동작구(-56.9%) 등 일부 자치구는 전세 매물 건수는 반토막이 났다. 매물 감소폭이 가장 적은 곳은 강남·강동·서초구였다. 3개 자치구를 제외한 22개 자치구의 전세 매물 감소율은 20%가 넘었다.
가을 이사 수요도 전세난을 심화시킨 요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교통이나 학군이 뛰어난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 강남에선 아파트 대단지 입주장을 맞아 전세가가 출렁인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세입자를 들이면서 전세가 하락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최고 6%대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근 3∼4%대로 떨어진 점도 전세 선호도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세 거래 비중은 최근 28개월 만에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달 9일 기준) 1만4022건 중 전세 거래는 8707건으로, 전체의 62.1%를 차지했다. 지난 2021년 5월 전세 비중이 67.2%를 기록한 뒤 역대 최고다.
■ “입주물량 많으면 전세가 잡을 수 있는데…새 집이 없네”
전문가들은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전세 수요를 상회하는 공급이 있으면 전세가가 자연스레 내려간다고 입을 모은다. 다주택자가 내놓는 임대주택이나 입주물량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집을 즉시 공급하기란 어렵다. 다주택자들은 줄줄이 집을 내놓는 추세고, 입주물량을 공급하는 새 아파트는 당장 첫삽을 파더라도 공급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
더욱이 이런 새 아파트는 당분간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시장 선행지표로 꼽히는 인허가와 착공, 분양 지표는 모두 급감하고 있다. 당장 들어갈 집이 부족한 상황에서, 3년 뒤 공급되는 주택마저 줄어드는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23년 8월 기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착공은 11만3892호로 전년 동기 대비 56.4% 감소했다. 1~8월 누계 기준 주택 인허가는 21만2757호로 전년 동기 대비 38.8% 줄었고 분양(승인)은 9만4449호로 전년 동기 대비 42.3% 감소했다.
업계에선 전세가를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수요 진작책과 비(非)아파트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 공사 기간이 짧아, 단시간에 공급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인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연말에 전월세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없다”며 “아파트는 지금 당장 착공해도 3년 뒤에나 입주 물량이 풀리기 때문에 그 공백을 메꿔줄 사업 기간이 짧은 대체 상품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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