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10 07:32
[땅집고] 지난 6월 한국자산신탁이 경기 가평군에 5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사업의 수탁 심의를 검토하다가 도중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산신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본PF 전환을 앞둔 이 사업장을 심의한 뒤 신탁계약을 맺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수도권 집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사업성도 악화하자 검토를 중단하고 8월 말까지였던 브릿지론만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캠코가 운영하는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진행(예정)된 신탁사의 토지 매각 공매 입찰(취소 공고 포함)은 총 12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24건보다 76.4% 급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로 공매로 넘어간 공사 현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였던 지난해까지 약 400조원에 육박하는 수탁고를 올리며 탄탄대로를 달려온 부동산 신탁사들이 올해는 크게 휘청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증가 및 신규 개발 사업지가 감소하고, 사업성에 대한 신탁사 내부 심의도 강화한 영향이다. 올 하반기 건설업 불황이 예견된 만큼 신탁사 손실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캠코가 운영하는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진행(예정)된 신탁사의 토지 매각 공매 입찰(취소 공고 포함)은 총 12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24건보다 76.4% 급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로 공매로 넘어간 공사 현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였던 지난해까지 약 400조원에 육박하는 수탁고를 올리며 탄탄대로를 달려온 부동산 신탁사들이 올해는 크게 휘청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증가 및 신규 개발 사업지가 감소하고, 사업성에 대한 신탁사 내부 심의도 강화한 영향이다. 올 하반기 건설업 불황이 예견된 만큼 신탁사 손실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 부동산신탁사, 2000년 대비 수익 ‘39배’ 증가했지만…올해는 역대 첫 감소
신탁사는 고객이 재산을 맡기면 이를 목적에 맞게 관리해 주면서 신탁보수라고 하는 수수료를 받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관리와 동시에 위탁자로부터 소유권의 이전을 수반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고객이 맡기는 재산은 돈, 채권, 주식, 부동산 등인데, 이에 따라 신탁의 종류도 결정된다. 부동산 신탁사는 시행사와 계약을 맺고 부동산 대출금이나 사업비 등의 자금을 관리하고, 부동산 개발 및 인허가 등 사업 주체의 지위까지 대행해 처리하는, 일종의 매개 역할을 한다.
부동산신탁사에 사업을 맡기면 자금력이 있어 원활하게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다. 정비사업 관련해선 일반 조합보다 전문성을 잘 갖춰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6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 신탁사의 수주고는 2000년 10조원에서 2022년 391조원까지 39배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호황기였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성장세가 가팔랐다. 주로 담보신탁(274조원)과 토지신탁(101조원)이 수탁고 증가를 견인했다. 신탁사 숫자도 작년 기준 14곳까지 늘었다.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된 이후 신탁사가 정비사업도 담당할 수 있게 되면서 신탁사를 찾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많아지는 추세다. 조합 대신 신탁사가 사업시행자가 되면 조합 설립을 위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고, 조합 임원의 비리도 사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2년 초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6000억원의 공사비 증액으로 시공사와 갈등을 겪다 공사 중단 사태를 맞이한 이후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더 주목받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하면서 신탁 업계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신탁사의 주 수익인 토지신탁 수주고가 2022년말 101조원에서 2023년 98조원으로 2000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최근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올 3월 기준 신탁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재무 부담금을 나타내는 신탁계정대여금은 2조97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00억원 늘었다. 2016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신탁사의 부채비율이 하반기 미분양 증가와 함께 다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준공기한 못 지키는 시공사 늘어…신탁사 위험 떠안을 수도
무엇보다 다양한 토지신탁의 유형 중 부동산 활황기에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이 증가한 것은 최근 신탁사 실적 악화의 주 요인으로 거론된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업무인 하나인 관리형 토지신탁에 신탁사가 ‘책임준공 확약’이라는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신탁 상품이다. 책임준공확약이란 천재지변,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약정된 기한 내에 공사를 완료하고 사용승인 또는 준공인가를 얻겠다는 것을 약정하는 것이다. 위탁자가 사업비의 조달 의무를 부담하고, 신탁사는 일정조건 하에 추가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에 대해 책임준공 의무를 지는 형태다. 주로 규모가 작고 신용도가 낮아 대출이 어려운 시공사의 사업장, 아파트보다는 상가·오피스텔, 물류센터 등 비주거시설 사업에 많이 사용됐다.
책준 신탁사업에선 시공사가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결국 신탁사가 부동산 PF 대출원리금을 떠안아야 한다. 최근처럼 공사비 급등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나 책임준공기간을 맞추기 어려워진 시공사가 증가하면 신탁사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책준신탁 구조상 부실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는 시공사로 참여하는 건설업체가 부동산 신탁사에게 사전에 정해진 준공기한까지에 대한 책임준공확약을 제공한다. 이후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하면 부동산 신탁사가 본래 준공기한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자체 자금투입 등을 통해 책임준공을 시키겠다는 2차 책임준공확약을 대주단에게 제공하는 구조로 약정이 이뤄진다.
시공사가 부동산PF 대출금으로도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하면 건설사의 금융 부담은 신탁사로 옮겨붙을 수밖에 없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확약은 책임준공기한까지 시공사가 준공하지 못할 경우, PF 대주의 확정 손해에 대해 결국 부동산신탁사가 민법상의 손해배상을 부담하는 방식”이라며 “부동산 분양 경기가 저하되고 인건비 및 건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공사의 책임준공형 부실위험도 높아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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