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09 07:21
[땅집고] “어, 숲속에 웬 새하얀 궁전들이 있네요! 대체 무슨 건물일까요?”
자동차를 타고 서울과 강원도를 연결하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경기 가평군 일대 숲속에 자리잡은 거대한 흰색 건물이 눈에 띈다. 도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새하얀 외관을 하고 있는데다, 건물 꼭대기가 둥근 돔 형태라 마치 궁전같은 인상을 준다. 대체 이 건물 정체가 뭘까.
땅집고 취재 결과 정체불명의 궁전은 이른바 통일교로 널리 알려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종교재단 소유로, 명칭은 ‘천원궁’이다.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에 있는 장락산 자락에 올해 5월 준공했다.
천원궁은 지하 4층~지상 3층, 대지 3만7922평에 연면적 2만4700평 규모다. 통일교 그룹 계열사인 선원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통일교 측은 천원궁 건축 의도로 ‘세계 평화를 위한 철학 활동을 통해 일반 대중과 문화적 소통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통일교는 이 천원궁 외에도 가평군 설악면 일대에 건물을 여럿 개발, ‘천원단지’를 꾸려나가고 있다. 천원단지 건물들 중 종교적 성격을 띤 곳은 천원궁처럼 새하얀 외관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06년 완공한 후 본관처럼 쓰고 있는 흰색 궁전 형태 건물인 ‘천정궁’을 비롯해, 기념문인 ‘천승전’, 통일교의 역사를 정리해 소개하는 용도의 ‘천보원’ 등이다.
천원단지에는 종교 용도 외에 실생활과 밀접한 건물도 적지 않다. 2003년 개원한 양·한방 협진병원인 ‘HJ매그놀리아 국제병원’, 공연·전시·콘서트·MICE 행사 등을 개최하는‘HJ 글로벌 아트센터’, 세미나실과 북카페 등 편의시설로 구성하는 ‘HJ천주천보수련원 등이다.
지역 사회에선 통일교 측이 가평군 설악면 일대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이곳이 종교색이 짙은 건물들로 들어차 동네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통일교 측이 짓는 건물 인허가 과정에서 가평군이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져 논란이 됐다. 개발이 제한된 녹지인 장락산 일대에선 신축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가평군이 유독 통일교 측 건물에 대해서는 쉽사리 인허가를 내주고 있다는 것.
실제로 가평군은 2017년 천원단지 일대 용도지역을 기존 농림지역(건폐율 20% 이하, 용적률 80% 이하) 및 보전관리지역(건폐율 20% 이하, 용적률 80% 이하)에서 계획관리지역(건폐율 40% 이하, 용적률 100% 이하)으로 변경해 주기도 했다.
이 용도지역 변경 공고에서 가평군은 “수려한 경관과 자연자원을 보유한 가평군의 관광객 유치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휴양시설로 개발하고자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관광 휴양형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신설해 (이곳을) ‘가평 세계평화박물관 조성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가평군이 밝힌 용도지역 변경 이유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교가 짓는 건물이 세계평화와 대체 무슨 상관이 있으며, 통일교 신자 외에 어떤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겠느냐는 등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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