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05 07:33 | 수정 : 2023.10.05 09:07
[땅집고] 올 상반기 한국은 물론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국가의 집값이 반등을 시작했다. 지난해 15% 폭락했던 홍콩도 연초부터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홍콩은 지난 5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2차 집값 폭락’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7월 홍콩 주택가격은 전달 대비 1.12% 하락,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7월 주택 가격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8% 하락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최근 “집값이 더 내려가기 전에 처분하려는 매물이 경쟁적으로 나오면서 두 달전보다 최소 10% 이상 가격이 내려갔다”면서 “전문가들이 홍콩 집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코로나가 종료되면서 중국 본토 등 외부 구매자 덕분에 연초 주택가격이 반등했지만 반등은 약하고 단기적이었다”면서 “ 일부 전문가들은 2017년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집값이 폭락과 반등을 거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이른바 ‘데드캣바운스(일시적 회복후 하락)’, ‘W자형 집값 침체’가 홍콩부터 시작된 것일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7월 홍콩 주택가격은 전달 대비 1.12% 하락,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7월 주택 가격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8% 하락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최근 “집값이 더 내려가기 전에 처분하려는 매물이 경쟁적으로 나오면서 두 달전보다 최소 10% 이상 가격이 내려갔다”면서 “전문가들이 홍콩 집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코로나가 종료되면서 중국 본토 등 외부 구매자 덕분에 연초 주택가격이 반등했지만 반등은 약하고 단기적이었다”면서 “ 일부 전문가들은 2017년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집값이 폭락과 반등을 거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 이른바 ‘데드캣바운스(일시적 회복후 하락)’, ‘W자형 집값 침체’가 홍콩부터 시작된 것일까?
■ 분양가 인하 경쟁, 치솟은 금리
홍콩의 ‘2차 집값 폭락’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첫째, 재벌이 주도한 분양가 인하이다. 홍콩 재벌 리카싱(李嘉誠)이 창업한 청쿵(長江)그룹이 7월 야우퉁(油塘) 의 오션뷰 아파트를 주변시세보다 20~ 30%나 싸게 분양했다. 현지 언론은 “주택시장에 폭탄을 던진 격”이라고 보도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신규 주택 가격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업계의 전망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청쿵 그룹의 폭탄 세일은 소비자들에게 주택 분양가 인하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았다.
둘째, 중국리스크의 본격화이다. 홍콩은 중국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 경제 위기론 등으로 홍콩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면서 대규모 인구 유출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전염병 영향으로 1997~2003년 고점 대비 집값이 70%까지 폭락했다. 청쿵그룹의 아파트 폭탄세일도 결국 리카싱이 홍콩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산을 처분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리 직격탄에 미분양 아파트 급증
셋째, 금리 인상의 직격탄이다. 사실상 미국 금리와 연동되는 홍콩의 기준금리는 5.75%까지 치솟았다. 한국의 기준금리(3.5%) 보다 훨씬 높다. 문제는 미국이 대부분 고정금리인 데 반해 홍콩은 대부분 변동금리이다. 한국, 캐나다, 호주 등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기준 금리인상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최소화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폭이 홍콩에 비해 높지 않다.
금리 인상 탓에 미분양 아파트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완공된 아파트 7,600채중 6월 말 현재 판매된 아파트는 55%에 불과한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 판매율 78%보다 낮은 수치이다.
넷째, 대규모 공공주택 개발 계획이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에 취임한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의 만성적인 주택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10년 동안 43만가구의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30만1000채의 임대주택과 12만9000채의 민간주택이 공급된다. 연간 2만 가구 정도 주택이 공급되는 홍콩에서 연간 4만 가구가 지어진다면 ‘공급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과거에도 연간 4만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절반 정도만 공급돼 만성적이 주택부족과 집값 폭등현상이 벌어졌다.
■골프장에 아파트 단지 건설 등 총력전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정부의 계획이 지켜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속도전을 포함한 총력전이다. 홍콩행정당국은 5년 동안 경량 공공 주택(light public housing) 약 3만 가구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미 8개의 부지를 선정했다. 경량주택은 현장에서 막바로 조립하는 ‘모듈식 구조’로 건설속도가 빠르다. 13~31㎡ 사이로 기존의 공공주택보다 작다.
홍콩 정부는 판링 골프장(약 32헥타르)에 1만2000채의 아파트 건설을 추진중이다. 판링골프장의 일부는 코스는 1911년에 건설되었으며 중화권에서 가장 오래된 18홀 코스이다. 홍콩은 토지는 국가소유로, 개인에게 임대해주는데, 판링코스의 임대기간이 끝나자 홍콩정부는 재임대하지 않고 아파트 건설에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골퍼들이 유서 깊은 명문코스를 훼손한다면 격렬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홍콩의 집값이 비싼 것은 토지부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홍콩의 토지 중 75%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리먼쇼크 후 한국도 W자형 침체
한국도 리먼쇼크후 W자형 집값 침체를 겪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2008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10.2% 하락했다. 그러나 2009년 21.21% 폭등했다가 2010년 ~2012년 3~7% 하락했다. 부동산 하락기에는 매매가 거의 중단돼 급매물만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통계보다 하락 폭이 훨씬 크다. 당시 강남의 고가 아파트들도 고점대비 절반 정도까지 가격이 급락했다.
당시 침체가 지속된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반값 아파트인 보금자리주택 정책, 미분양 아파트 급증, 판교•위례•동탄 등 2기 신도시 입주 등의 영향 탓이다. 홍콩의 급락도 분양가 할인경쟁, 공급증가, 미분양 아파트 증가 등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한국 주택시장과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은 당시와 달리, 미분양이 줄어들고 있으며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급등하고 주택인허가 물량은 급감하고 있어 현재까지는 W자형 침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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