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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3660대1…들어가고 싶어도 '그림의 떡' 청년주택

    입력 : 2023.10.03 07:25

    [청년 주거난 하] 약속된 34만호, 청년주택은 어디에?
    [땅집고] 2023년 1차 행복주택 입주자모집결과, '아현푸르지오클라시티'는 청년부분에서 경쟁률 3660:1을 기록했다./네이버 거리뷰

    [땅집고] ‘경쟁률 3660대1’. 지금의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지난 7월 SH가 발표한 2023년 1차 행복주택 입주자모집공고 청약 접수 결과가 발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탄식이 쏟아졌다. 서울 마포구 ‘아현푸르지오클라시티’ 전용 38㎡(이하 전용면적) 청년층 1가구를 모집하는데 무려 3660명이 지원했다. 경쟁률만 무려 3660대 1이다. 직장인 이경수씨(29)는 “청년주택을 알아보는데 경쟁률을 보고 당첨은 로또보다 더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거 비용을 줄이고 싶은데 월세나 전셋값이 많이 올라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입지가 좋은 아파트라 경쟁률이 높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구로구 천왕연지마을 청년주택 전용 31㎡도 328.7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금천구 청년주택도 27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천왕연지마을 고령자의 경우 경쟁률은 1:1에 불과했다. 신혼부부나 고령자 대상으로 한 모집 경쟁률은 10대1 안팎인 경우가 많았으나 청년주택만 유독 적게는 100대1 많게는 수천 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땅집고] SH 1차 행복주택 입주자모집공고 최종 청약 접수 결과./SH

    민간 정비사업에 좌지우지되는 청년주택 공급량…침체기엔 태부족

    고금리와 높은 집값에 2030세대는 주택 매수에 나서기가 힘들다. 게다가 전월세 가격까지 오르면서 저렴한 임대료를 지불하는 청년주택을 입주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많다. 청년주택은 2030세대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재정과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대중교통이 편리한 부지에 주변 시세의 60~80% 수준 임대료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SH가 발표한 2023년 1차 행복주택 공고를 보면, 신규 공급물량 548호 중 522호가 신혼부부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26호만 청년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대부분 단지에서 나온 청년 물량은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SH 관계자는 “SH에서 신규 공급되는 물량은 민간 건설사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해서 아파트를 지었을 때 일부 물량을 기부채납 받는 것인데, 민간 주택 공급이 꽉 막히니 청년 물량도 부족한 것이다”고 했다.

    작년 8월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5년간 공공분양 5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분양은 ‘뉴:홈’이라는 브랜드로 청약 시장에서 소외된 청년층에 약 34만 호 공급을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공공분양 주택 착공 실적은 1713호로 전년 동기(6362호) 대비 73% 급감했다. 청년주택 당첨에 수차례 고비를 마신 사회초년생 김모씨는 “수요가 많은 지역에 청년주택이 더 공급이 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일자리나 학업 때문에 수도권 거주가 필요한 청년들이 많은데 수도권엔 없고 지방에만 많은 것 같다”고 했다.

    “필요한 곳에 없다” 수급 불일치…공급량 채우기에 급급

    직장인 A씨(27)는 2021년 2월 세종 조치원읍에 위치한 청년주택에 입주했다. 입주자 모집 당시 계약률은 30%가 채 안 됐다. 이후 입주자격을 지속적으로 완화하여 추가 모집한 후 공실을 겨우 채웠다. A씨도 추가 모집으로 들어간 사례다. 신축 아파트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2년 만에 바뀌었다. 그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 행복주택은 주변 인프라와 교통환경이 열악하다”며 “공급량이 가장 많은 전용 19㎡에 입주했는데 너무 좁아 불편함이 크다”고 했다.

    [땅집고] 조치원 한 행복주택 바로 앞에는 철도가 지나가는 등 인프라가 열악하다./네이버 거리뷰

    행복주택의 높은 공실률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크게 수요가 많지 않은 지방 외곽지역의 공급, 계층별 정해진 물량, 초소형 평형 공급과 인프라 부족 등이 꼽힌다. 공급자 위주의 정책을 펼치다 보니 지방 외곽 등에는 공실이 쌓이고 수요가 많은 지역에는 공급부족 사태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도시공사가 수요에 맞지 않는 공급을 늘리기에 급급했다”며 “청년들이 원치 않는 입지에 공급하다 보니 공실률만 매년 늘어나는 ‘후진국식 행정’ 결말이 초래됐다”고 했다. /정진택 땅집고 인턴기자 jj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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