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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통일동산 6.5만평 부지는 왜 '전국 최대' 흉물로 남았나

    입력 : 2023.09.29 07:30

    [땅집고] “규모가 엄청나니까 아무래도 보기 싫죠. 조만간 재개발 하겠지 했는데 14년간 방치될 줄이야…” (파주 유승앙브와즈 아파트 입주민 P씨)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는 14년째 공사가 중단된 폐건물이 있다. 신세계 아울렛 바로 옆이다. 높은 펜스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안에는 짓다가 만 건물 수십 동이 버려져 있다. 철근과 시멘트는 부식돼 있고 땅에 놓인 자재들도 버려진 지 오래다. 폐건물이 버려진 부지의 규모만 무려 21만㎡. 2년 이상 방치된 사업지 중 동양 최대 수준이다.


    이곳의 정체는 '통일동산지구 휴양콘도미니엄'으로 토지주인 시행사 시티원과 시공사인 DL이앤씨가 합작한 민간개발 사업이다. 1990년 노태우 정부 시절, 여의도 면적(848만㎡)의 절반이 넘는 약 553만㎡ 규모가 '통일동산지구'로 지정돼 개발을 시작했다. 통일동산 내 52만㎡(16만 평)부지에는 1250실 규모의 대규모 콘도미니엄과 워터파크 등의 종합 휴양 시설이 계획됐다. 폐건물이 있는 곳은 숙박시설인 콘도가 들어서는 부지로 21만㎡(6만5000평)에 달한다. 31개 동의 콘도가 지어질 예정이었지만 2008년에 공사가 33.46% 진행된 상태로 멈춘다.

    금융위기로 인해 시행사 시티원의 자금난이 악화되면서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것. 분양 홍보 당시 30평에서 90평대 객실의 분양 가격은 5억원에서 20억원 정도였다. 평당 1770만원에서 2150만원 수준. 이는 파주신도시 분양가인 평당 1000만원의 약 두 배에서 세 배였다.


    콘도 분양에 문제가 생기자 골프장, 워터파크 등의 개발도 중단됐다. 집 앞에 종합 휴양시설이 생긴다는 소식에 탄현면의 발전을 기대했던 유승앙브와즈 아파트 입주민들은 폐건물이 14년 동안 방치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폐건물과 가까운 101동 세대에서는 거실에서도 흉물스런 모습이 훤히 보인다. 주민들은 원치 않았던 '흉물뷰'를 가지게 된 것. 유승앙브와즈 입주민 P씨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골프장, 워터파크 등 생긴다고 했을 때 동네가 발전될테니 다들 좋아했었다"며 "처음에는 플랜카드도 걸고 했었는데 오래 방치되면서 의미가 없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15년 방치 기간이 길어지자 파주시는 이 부지를 '부동산투자이민제' 지구로 지정하려 했다. ‘부동산투자이민제’는 5억 원 이상 투자한 외국인에게 한국 거주 자격을 부여하고, 5년 이상 거주하면 영주권(F-5)을 주는 제도다. 다수 중국투자기업이 관심을 표명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드 여파로 투자유치에 실패했다.


    결국 파주시는 4년 뒤인 2019년, 국토교통부 방치건축물 정비 선도사업 공모에 참여해 이 건물들을 철거하려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공사비 지급 조건을 두고 시공사와 시행사 간 의견이 틀어졌다”며 “사유지이기 때문에 시에서 강제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행사와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시행사 시티원을 상대로 4000억원대 공사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이 소송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내년 초 판결이 날 예정이다. 판단한 DL이앤씨 관계자는 "부지가 어떻게 활용될 지는 시나 시행사의 의견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땅집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바탕으로 재작성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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