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9.27 11:40
[땅집고] 태영건설이 최근 건설·금융업계에 퍼진 유동성 위기 소문과 관련해 “근거 없는 악성 루머”라고 일축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태영건설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그룹 차원의 지원까지 더해져 현재 4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 중이며 수주도 현재까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이 없는 공공 공사 중심으로 2조5000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근 한 언론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기업 건설사가 금융당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정부가 금융당국에 말해 급전을 내줬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건설사가 태영건설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돌면서 자금 위기설이 번졌다.
태영건설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 유포와 악성 기사 생성으로 회사의 경영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금융감독원 합동 루머 단속반에 신고했다”며 “황당한 루머에는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PF 우발채무 잔액은 착공사업장 1조4000억원, 미착공사업장 1조1000억원 등 약 2조5000억원”이라며 “미착공사업장에 대해서는 일부 사업 시행지분을 매각하거나 ‘장기 PF 전환’ 추진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단계적 실행 계획을 이행 중이며, 시공 중인 주요 사업장은 분양률이 90% 이상이라 미분양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의 자금 위기설이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쯤부터다. 당시 건설업계와 증권가에서 ‘건설사 부도 리스크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이 퍼졌는데, 기업별로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이유를 세부적으로 분석해 제법 신빙성을 얻었다. 이 자료에 태영건설도 부동산 PF 부실을 이유로 이름이 올랐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를 기점으로 태영건설의 부동산 PF대출 보증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 PF대출 및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자금보충약정은 2018년 말까지만 해도 3525억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 6월 말에는 3조2589억원으로 불어났다. 5년 새 9.2배 증가한 금액이다.
결국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태영건설의 신용도를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태영건설의 PF 대출 보증 규모가 증가한 원인에 대해 한국신용평가는 ‘개발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비롯했다고 봤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태영건설이 과거 경기 호황기에 자금 선투입이 요구되는 군부대 이전, 역세권 복합단지, 산업단지 등의 개발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업장에 PF 신용보강을 제공한 결과 규모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자체 차입규모나 PF우발채무가 쉽게 줄어들지 못하는 점은 재무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도 평가했다. 태영건설 사업장 구성에서 지방 분양 시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회복세가 좋지 않아 자체 차입규모나 PF우발채무가 감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차입금은 2022년 이후 개발 관련 자금소요 등으로 2023년 6월말 별도 기준 7000억원, 연결기준 1조7000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착공 PF 중에서 아직 분양이 진행되지 않은 현장이나 산업단지, 물류센터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신평은 PF차입금 뿐만 아니라 유동화증권의 원활한 차환 여부도 주시해야 할 요소라고 짚었다. 태영건설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유동화증권의 발행금리가 여전히 10%를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일부 현장(전주 에코시티, 부천 네오시티) 등의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하거나 시행사에 자금을 대여하는 등 어려운 조달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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