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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세 매물 30% 증발…'역전세 대란'이라더니, 이상현상 원인은?

    입력 : 2023.09.26 07:57 | 수정 : 2023.09.26 07:58

    [땅집고] “요즘 전세 매물이 엄청 많이 줄었던데, 이유가 뭘까요? 다른 때와 분위기가 너무 다르네요~” (한 부동산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경./조선DB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전세 매물이 급감해서 전셋집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땅집고 취재 결과 올해 들어 전국(시도 단위)에서 전세 매물이 늘어난 지역은 단 한곳도 없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역전세난(기존 보증금보다 시세가 하락하는 것)’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전망과 완전히 다른 현상이 나타나자, 전문가 의견도 분분하다. 먼저 업계에선 전월세 임대수익보다 매도로 얻는 차익이 크므로, 다주택자들이 매도로 방향을 틀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시에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매매 매물이 늘었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에선 서울로, 서울 안에선 강남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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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올해 전국 전세·매매 매물 수 증감 추이. /김서경 기자

    ■ 전세 매물 증가 지역, 단 한 곳도 없다…대전·전북, 6개월 만에 반토막

    전국의 전세 매물은 단 6개월 만에 바짝 말라 버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대전광역시 전세 물량은 2000건으로, 반년 전(4221건) 대비 52.7% 줄었다. 같은 기간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 전세 매물은 3487건에서 1802건으로, 48.4% 감소했다. 6개월 만에 전세 매물 건수가 반토막 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이다. 경기도(-40.4%)와 전남(-35.6), 광주(-33.7%), 서울(-33.5%), 인천(-33.3%)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전세 매물이 적게 줄어든 곳은 경북(-12.9%), 충남(-14.8%), 제주(-15.1%)이다. 감소폭이 적은 지역마저도,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월세 매물도 줄었다. 대전 월세 매물 건수는 이달 기준 1066건으로, 6달 전 2082건이었던 데 비하면 무려48.8% 줄었다. 전남과 경기 지역 월세 매물 감소율도 각 47.3%, 40.6%로 집계됐다. 세종(-38.2%)과 광주(-36%), 인천(-30.8%) 역시 월세 매물이 증발했다.

    강남구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강남구 개포동에서 6000가구가 입주하면서 전세가격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일대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이 놀랄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로 매물 수가 줄고 있다“고 귀띔했다.

    [땅집고] 깡통전세 및 역전세난 위험 가구 추이. /한국은행 조사국

    ■ 역전세난 온다더니 무슨 일?

    올 상반기 업계에선 ‘역전세난’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물론 국책기관도 나서 역전세난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은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잔존 전세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7000가구)에서 지난 4월 52.4%(102만6000가구)로 늘었다고 밝혔다. ‘역전세’는 전세시세가 보증금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실제로 대부분 아파트 전세 보증금은 1~2년 전 전세보증금보다 하락한 상태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5월 중순 22억원(9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으나, 올 4월엔 13억원(13층)에 세입자를 들였다. 약 1년간 9억원 하락한 것이다.

    래미안원베일리 등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영향을 받아 전세가가 하락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러한 전세가 하락세는 입주 물량이 없는 지역에서도 발생했다.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 ‘텐즈힐’ 전용 84㎡ 한 전세 세입자는 올 2월 기존 보증금 9억5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낮은 7억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맺었다. 성동구엔 올해 입주한 단지가 없다.

    [땅집고] 경남 창원시 의창구 '유니시티' 아파트. /김서경 기자

    ■ 그 많던 전세 어디로 갔나…’전월세→매매로 돌렸다’ ‘갈아타기 수요’

    업계에선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르면서 집주인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집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전세난이 예고되면서 정부의 대출 기준 완화, 무주택자를 위한 특례 상품 도입 등으로 사실상 시장 연착륙이 이뤄졌고, 집값이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면서 전세 임대보단 매도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가 강승우(필명 삼토시)작가는 “전세보다 월세가, 전월세 수익보다 매도 수익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이들이 많다”며 “당분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대출금이 많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전국적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지방에서도 상급지를 갈아타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역 안에선 도심으로, 지방에선 서울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했다. 상급지로 갈아타기위해 전세 임대 대신 매매를 선택하는 다주택자들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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