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9.23 08:33
[땅집고] 정부가 추석 연휴 전에 생활형숙박시설(생숙) 관련 정책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생숙의 주거용도를 인정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대책은 이전 정부가 생숙의 주거용도 사용을 금지하면서 용도변경을 하거나 숙박업소 등록을 위한 유예기간(2년)이 10월로 종료돼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데 따른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생숙은 태어나길 주방시설을 갖춘 호텔로 태어났다”면서도 “당장은 매년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는 게 적절한지 큰 문제의식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행강제금은 각 지자체가 연 2회 부과할 수 있고, 과태료와 달리 문제를 시정할 때까지 부과 가능하다.
업계에선 이번 대책이 부동산 공급대책의 일환인 만큼, 국토부가 생숙의 주거용도를 어느 정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책으로 국토부가 숙박과 주거용도를 구분, 주택으로 사용할 경우엔 주택과 같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생숙 단체인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일부는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시도했으나,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없는 땅이거나 지자체가 주차대수 기준 등을 강화한 탓에 용도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수분양자들은 이달 5일과 19일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실현 가능한 정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 “주거용 사용시엔 전매제한ㆍ실거주 의무 적용”
일명 ‘생숙 대란’의 논점은 생숙의 주거용도를 인정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생숙이 주택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생숙 논란은 전매가 자유롭고, 세금 계산 시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작됐다”며 “오피스텔처럼 주택 관련 세금을 모두 부과하고, 공공분양 주택처럼 실거주 의무 기간을 두면 투기 수요를 막으면서 실거주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행강제금 부과가 공급대책에 역행하는 모양새가 된다고도 봤다. 최 특임교수는 “정부가 이행강제금 부과 원칙을 고수하면 생숙을 짓던 시공사는 대금을 받을 길이 없고,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수분양자는 시행사 및 시공사를 상대로 관련 소송을 줄줄이 제기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엔 생숙을 공급한 1군 건설사는 물론, 공급 주체가 수만가구 분양대금을 토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생숙의 주택 기능을 알지만, 불법 사용에 대해 완전히 눈 감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초빙교수는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엔 주택에 상응하는 세금을 매기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면서도 “매년 부과하는 이행강제금 대신 과태료 처분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생숙, ‘준주택’ 가능할까…오피스텔보다 느슨한 기준 걸린다
일부에서는 생숙을 오피스텔처럼 준주택으로 인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오피스텔 역시 등장 초기 단계엔 애매모호한 정체성으로 혼란이 벌어졌으나 결국 준주택이 됐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비주택이지만 주거로 사용하는 시설로 ‘준주택’을 주택법에 신설하면서 오피스텔, 고시원 등을 포함했다. 준주택은 건축법상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돼 별도 안전 기준도 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1~2인 가구 증가와 가구 구성원, 연령 변화로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주거유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이제는 정착, 거주, 체류, 숙박 기능 구분이 무의미한 체류형 주거시설 개념이 새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하기엔 난관이 있다. 오피스텔보다 느슨한 주차장이나 방화 및 통신 시설 기준이 대표적. 피해가 극심하다는 이유만으로 규정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건축물을 준주택으로 인정할 수 없다. 과밀 학급을 유발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오피스텔은 100가구 이상이면 학교 용지 부담금을 내야 한다. 300가구 이상이면 교육환경영향평가도 받는다. 생숙은 이러한 규제를 모두 적용받지 않는다.
주거 여부를 결정짓는 전입신고 기준이 제각각인 점도 문제다. 현재 각 부처에선 유관법에 의거해 주거와 숙박 개념을 다르게 규정한다.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30일 이상 거주한다고 보고, 생숙의 전입신고를 받아준다. 반면 국토부와 보건복지부는 각 주택법과 공중위생관리법에 의거해 생숙에선 숙박업 신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숙박시설이지만, ‘숙박업’ 등록 어려워
생숙의 태생적 한계도 이행강제금 부과 원칙을 고수하기 힘든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도입된 생숙은 숙박업을 등록하면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숙박업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 조건을 충족해도 여러 분쟁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건물의 일부를 대상으로 숙박업을 하기 위해선 최소 30호실이나 한층 전 호실, 혹은 건축물 연면적 3분의1 이상을 숙박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이후엔 30호실 소유주가 모여 지자체에 가서 숙박업을 등록해야 하는데, 법인을 만들거나 대표자를 선정해야 한다.
숙박업 등록 후엔 자체 운영을 하거나 호텔 및 건물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위탁운영사에 운영권을 맡길 경우엔 도장, 인감증명서와 사업자등록증 등 필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위탁운영사가 서류를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 뉴스핌에 따르면 경기도에선 한 부동산컨설팅회사가 소유주들 몰래 생숙 전 호실을 숙박업소로 등록한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 관련 제도, 재검토할 시점…’레지던스’ 역할 고민해봐야
아울러 생숙의 목표와 관련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인 간의 계약에 국가가 적극 개입해 피해를 보상해 주면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생숙 논란은 시행사가 비주택을 주택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홍보해 발생한 일인 만큼, 매수자들이 책임을 따질 곳은 시행자 및 시공사”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한 건축행위가 가능하도록 한 정부와 허가를 내준 지자체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생숙이라는 제도가 목표 실현을 얼마나 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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