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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왁싱샵…100억 들였는데 외면받는 이유

    입력 : 2023.09.22 14:36 | 수정 : 2023.09.22 14:44

    [땅집고] 강원 삼척시 도계읍 일대 해발 500여m 높이에 지어진 ‘심포 뷰티스 마켓’. /삼척시

    [땅집고] “강원도 산꼭대기에 세금 100억원 넘게 들여 왁싱샵, 네일샵을 차려놓다니… 도대체 누가 여길 오겠습니까?”

    최근 강원 삼척시가 해발 500여m 높이에 있는 도계읍 산속에 왁싱·네일샵을 지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폐광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최근 유행하는 ‘K-뷰티’ 콘텐츠를 활용해 이 시설을 지은 것인데, 첩첩산중에 건물을 짓는 바람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혈세낭비만 불렀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석탄이 핵심 자원이었던 1960~1980년대, 탄광이 밀집한 삼척시는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대표 지역이었다. 하지만 전세계 에너지 산업 구조가 석탄에서 석유 위주로 전환하면서 문을 닫는 탄광이 속출했다. 이런 폐광은 삼척시 뿐 아니라 국가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으스스한 폐광 때문에 지역 분위기 침체가 빨라지면, 관광 유동인구뿐 아니라 주거인구까지 감소시켜 자칫하면 지역이 아예 소멸할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집고] 과거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던 강원 삼척시 도계광업소 입구. /한국문화원연합회

    이에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폐광지 개발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모사업에 당선된 삼척시는 2021년 말 해발 500여m 높이 도계읍 심포리 일대에 부지 1만3760㎡에 지상 2층, 연면적 2400㎡ 규모인 ‘심포 뷰티스 마켓(Beauty’s Market)’을 지었다. 최근 한류 뷰티산업에 전세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점을 겨냥해, 각종 화장품 만들기를 비롯해 왁싱(제모)·네일 체험도 가능한 뷰티시설을 지은 것. 사업비로는 국비 38억원을 포함해 총 106억3900만원이 들었다.

    당초 삼척시는 이 건물을 지역 특산물인 포도와 뷰티를 결합한 체험·판매장으로 조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관광객을 더 끌어모을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성격이 변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심포 뷰티스 마켓’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고지대에 있어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곳에 뷰티 관련 시설을 지으면 찾는 사람이 없어 ‘유령 건물’로 전락하고, 곧 혈세 낭비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

    실제로 건물이 들어선 심포리 일대는 삼척IC에서 50㎞ 떨어진 외곽지역이라 삼척시민들 조차 잘 찾지 않는 지역이다. 이렇다보니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기도 어렵다. 서울에서 건물까지 가려면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태백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3시간여 이동한 뒤, 다시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해야 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지 않다.

    [땅집고] 강원 삼척시 ‘심포 뷰티스 마켓’ 건물에 조성한 왁싱시설 등 뷰티 관련 공간들. /삼척시 블로그

    이런 지적에도 ‘심포 뷰티스 마켓’은 준공 후 반년 남짓 지난 2022년 7월 공식 개장하면서, 결국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들어선 왁싱·네일샵이 됐다. 시설 이용료를 포함한 입장료는 ▲19세 이상 성인 6000원 ▲청소년·군인 5000원 ▲어린이 4000원 등이다. 삼척시민이나 폐광지역 주민, 65세 이상 노인 등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시설에 방문하면 나의 피부색과 가장 잘 맞는 색깔인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를 진단할 수 있고, 내 피부에 적합한 화장품을 만들거나 왁싱·네일아트 등 뷰티 체험을 저렴한 가격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양한 뷰티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100억원을 넘게 들여 지은 ‘심포 뷰티스 마켓’을 찾는 사람은 하루 평균 10명을 밑돌 정도로 방문율이 저조하다. 시설 개장 이후로 삼척시가 매년 추가로 쓰는 세금도 적지 않다. 삼척시는 2020년 12월부터 3년 동안 ‘심포 뷰티스 마켓’을 민간업체 ㈜토브지엠피에게 위탁 운영 맡겼는데, 해당 업체에게 건네는 위탁비가 연 3억4400만원에 달해서다. ㈜토브지엠피는 2020년 설립해 올해로 4년차인 신생 업체로, 직원은 5명에 불과하다.

    [땅집고] 강원 삼척시 ‘심포 뷰티스 마켓’에서 퍼스널 컬러를 진단할 수 있는 공간. /삼척시 블로그

    정식 개장한지 1년을 갓 넘겼지만 벌써부터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심포 뷰티스 마켓’에 비난 화살이 쏠리자, ㈜토브지엠피는 언론을 통해 “미용 전문가와 일반인들을 상대로 홍보를 강화하고,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시설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척시 역시 건물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달 8~9일에는 ‘제1회 청소년 뷰티 체험·진로 박람회’를 개최했고, 앞으로 시설을 한국여성수련원 등 교육기관 교육생의 뷰티 체험 코스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이다. 또 건물 인근에 있는 활기 치유의 숲, 가곡 유황온천, 뷰티스마켓, 소한계곡 민물김 생태관광지 등 4개 코스와 연계한 여행 운영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척시 측은 "홍보영상 제작, 전국 대학생 졸업 작품 전시회, 전문가 초청 답사 여행 등으로 ‘심포 뷰티스 마켓’이 특색있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삼척시의 뷰티·왁싱·네일샵에 대해 네티즌들은 “나랏돈을 빼먹으려고 해도 좀 될성싶은 걸 했어야지 않나, 첩첩산중에서 누가 뷰티 체험을 하겠느냐”, “저런데서 일하는 직원들은 개꿀이겠다, 일 진짜 없을듯”이라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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