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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 아닌가요?" 17년째 버려진 고성 알프스리조트 근황

    입력 : 2023.09.21 14:00 | 수정 : 2023.09.21 14:10


    [땅집고] "30년 전에는 스키장 알바생만 400~500명 됐어요. 여기가 번화가다시피 했죠. 저도 스키렌탈샵 5개를 운영했었으니까요. 근데 이제 흉물로만 남았죠"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흘리 주민 B씨)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에는 17년째 방치되고 있는 폐건물이 있다. 바로 '알프스리조트'다. 이곳은 1976년 국내 두 번째로 문을 열어 엄청난 인기를 누렸었지만 폐장한 뒤 공포체험장으로 전락했다. 현장은 방치되다 못해 거대한 쓰레기통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저기 깨진 유리들과 넝쿨들이 건물을 잔뜩 감싸고 있고, 리조트에서 쓰였던 걸로 추정되는 그릇은 산처럼 쌓인 채 버려져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유령 시설은 아니었다.



    알프스리조트는 금강산 1만2,000봉 중 하나인 마산봉 자락에 위치한 국내 최북단 스키장이다. 15만평 규모로 슬로프 8기와 리프트 5기, 수영장, 골프장 등을 갖췄다. 숙박시설로는 객실 수 500실, 총 8동 규모로 이뤄졌다.


    개장 초반엔 눈이 많이 내리고 설질도 좋아 많은 이들이 찾았고 전국겨울체육대회도 열렸다. 하지만 그 인기가 영원하진 않았다. 1990년대에 수도권과 교통이 편리한 영동고속도로 주변에 새 스키장들이 잇따라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알프스 스키장을 운영하던 주식회사 대영은 2003년 파산했고, 우민이 인수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2006년 알프스리조트는 문을 닫았다.

    2006년부터 사업 재개를 위한 시도는 계속 이뤄졌다. 이랜드가 500억원에 인수해 재개장하려 했다. 하지만 기존 소유주 우민과의 협상 실패로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 주식회사 알프스세븐리조트가 인수, 자본 유치를 위해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풍력발전 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얻고 이 수익금을 스키장 운영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금부족으로 물거품이 됐다. 더 이상 사업 재개가 어렵다고 판단한 고성군은 2018년에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를 결정한다.

    현재 알프스 리조트의 주인은 누구일까. 땅집고 취재 결과 스키장으로 활용되던 대부분의 부지는 산림청에게 임대로 받고 있었다. 고성군청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알프스리조트 부지 대부분이 산림청 소유"라며 "입구부터 건물이 몰려있는 부분은 사유지와 군유지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토지이용계획을 살펴보니, 산을 깎아 슬로프를 설치한 산 1-106번지 일대는 보전산지(㎡당 2,650원)로, 숙박시설이 있는 산 34-18번지 일대는 준보전산지(㎡당 132,600원)로 나와있었다. 취재에 따르면 준보전산지는 사유지로, 리조트 분양 유치권 해결이 안된 사람만 700명이 넘는다.

    한 시즌 15만 명 이상 찾던 스키장이 오랜 시간 버려지면서 스키장 인근 상가들도 문을 닫고 방치되고 있다. 그동안 흘리 주민들은 알프스리조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스키장 개발 재개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 자료에 따르면, 스키장 방문자 수는 지난 10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 포천 베어스타운 리조트 스키장, 용인 양지 파인 리조트 스키장, 남양주 스타힐리조트 스키장 등 총 6곳의 스키장도 최근 3년 이내 폐업했다.



    자연 훼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개발했던 땅에는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없어 잡초만 무성하게 나 있다. 올해 3월, 산림청은 알프스 스키장 용지 50만여㎡ 중 산림청 소유인 23만여㎡를 내년까지 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윤호 백두대간숲연구소 정책실장은 “알프스 스키장의 하부 지역이 (토사유출이) 일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식생들은 흙을 기반으로 생육하기 때문에 나무가 다시 자라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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