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9.21 09:29
[혼돈의 부동산 시장, 어디로-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下)
[땅집고] 윤석열 정부 주택 공급망의 핵심인 3기 신도시 개발 사업이 지연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3기 신도시 최초 입주 시점은 2025년이었으나, 다소 밀렸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인천 계양은 입주 시기가 2025년에서 2026년 하반기로 변경됐다. 광명시흥은 무려 2031년 입주 예정이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초빙교수는 입주 지연이 불가피한 현시점에서라도 3기 신도시의 자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기 신도시 개발 방향을 ‘일자리’에 맞추자는 제안이다. 그는 1·2기 신도시가 베드타운(퇴근 후 잠을 자는 주거지)화되면서 수도권 교통난이 심화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봤다.
윤 교수는 “일자리가 없는 3기 신도시는 곧 서울 진입 대기 수요로 이어진다”며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을 끌어올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명 ‘도시계획통’으로 불린다. 현장과 학계, 공공기관을 두루 거친 도시전문가다. 건설사 대표이사를 지낸 뒤 건설주택정책연구원장,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를 거쳤다.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 성남시 총괄건축가로 활동해 공공분야 도시 개발 경험도 풍부하다. 땅집고가 최근 홍익대에서 윤 교수를 만나 3기신도시 개발 방향에 대해 물었다.
-3기 신도시 성공 가능성 어느 정도라고 보나.
“우선 워싱턴이나 캠버라가 행정수도로 시작한 것처럼, 도시계획적 시각에서 신도시를 조성할 땐 분명한 목표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 세종(행정중심복합), 계룡(군사) 등 도시가 그 지역에 조성된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전반적인 용적률을 낮춰서 3기 신도시를 쾌적한 도시로 만들고, 신혼부부나 청년층 수요를 끌어들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도시가 활성화될지 모르겠다. 이미 2기 신도시 용적률(150%)보다, 1기 신도시 용적률(130%)이 더 낮지만, 모두 베드타운이 됐다.
신도시가 ‘부동산 정치의 산물’이라서 빚어진 일이다. 과거에도 그랬다. 조선 22대왕 정조는 정치자금 진원지인 종로를 벗어나 수원에 화성신도시를 만들었다. 전 정부는 임기 말에서야 주택공급이 모자란 것을 알고 급하게 3기 신도시를 지정했다. 3기 신도시로 지정해 보상금이 풀리고, GTX 등 교통망 설치를 약속했다.
개인적으로 3기 신도시 사업은 급조된 면이 있다고 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자경영심사위원회와 비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3기 신도시 심의를 맡았는데, 내용을 보고 1·2기 신도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3기 신도시에 꼭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단순하다. 맞벌이가 아이 기르기 좋은 도시를 만들면 된다. 1·2기 신도시 주민 중엔 서울에서 밀려나 해당 지역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일자리를 쫓아간 경우는 적다. 저출산 문제를 도시계획적 시각으로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인 만큼, 스마트도시를 만들어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대기업이 3기 신도시에 직원들이 근무할 오피스 타워를 함께 만들어 층을 나눠 쓰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또한 오피스 타워 입점 기업에 근무하면서 3기 신도시에 사는 청년 및 신혼부부에게 지자체가 취등록세 감면이나 육아휴직비 지급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대기업이 움직이면 중소기업이 따라간다. 그러면 장기적으로는 젊은이들로 꽉 차는 도시가 되고, 또 하나의 건강한 산업생태계가 구축된다.”
- 현재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 방향 어떻다고 보나.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올 하반기에도 꾸준히 공공주택을 선보인다고 했지만, 연간 1만가구 규모로는 시장 안정화를 이루기 어렵다. 공공주택은 질보다 양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들이 주도해 질 좋은 아파트를 도심에 꾸준히 공급해야만, 시장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는 DL이앤씨·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당장 쓸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 보유 자산을 유동화하고 있다. 이렇게 건설사들이 어려우면 민간 시장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추석 전 부동산 시장 대책에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활성화, 오피스텔 등 비(非)주택 규제 완화 방안 등을 담는다면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줄 수 있다. 대책이 나온다고 해서 건설사들이 당장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는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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