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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이 vs. 안전한 힐스테이트…가락동 5000억 재건축 수주전 [르포]

    입력 : 2023.09.20 09:30 | 수정 : 2023.09.20 13:38

    [땅집고]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프라자' 단지 내에 내걸린 시공사 홍보 현수막. /배민주 기자

    [땅집고] “디에이치 적용해준다고 한다고 해서 현엔(현대엔지니어링)쪽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그게 무산됐다면 자이로 바꿔야죠. 또 그러자니 GS건설도 부실시공 문제가 영 걸리는데… 고민이 되네요.”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프라자 조합원)

    19일 오전 지하철 5호선 개롱역에서 내린 뒤 15분 정도 걸으니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프라자’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단지 입구 아파트 외벽에는 정비사업 수주를 두고 치열한 2파전을 예고하는 두 개의 큼지막한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전체 공사비 5000억원이 넘는 대형 수주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시공사는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다.

    GS 건설이 내건 현수막에는 부실시공으로 논란이 된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겠단 의지가 엿보였다. ‘새로운’ 이란 문구가 세 번이나 등장했다. 바로 옆 아파트 외벽에는 현대엔지니어링 홍보 현수막이 걸렸는데, ‘안전한’,’든든한’,’정직한’ 등의 문구가 담겼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4위에 이름을 올린 건설사인만큼 시공 능력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땅집고] 이번 가락프라자 정비사업 수주전에 참가한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동사업시행방식은 시공사의 재무능력이 중요하다'는 문구를 현수막에 내걸었다. /배민주 기자

    이번 수주전은 전체 사업비 규모도 크지만, GS건설이 검단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 이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첫 수주전이라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GS건설이 주민들을 상대로 홍보 활동에 열을 올리며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GS건설이 이번 수주전에서 시공권을 따내지 못한다면 부실시공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해 결국 수주에 실패했단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성적표가 다음 수주전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만큼, GS건설 입장에서는 이번 가락프라자 수주 성공이 절실하다. GS건설은 가락프라자 정비사업 외에도 노량진 1구역, 한남4구역, 미아2구역 등 수주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GS건설만큼이나 현대엔지니어링도 수주에 적극적이다. 아파트 단지 입구 바로 옆에 달린 플래카드에는 ‘공동사업시행방식은 시공사의 재무능력이 중요하다’,’업계 최저 부채비율 63.3%, 최고 신용등급 AA-‘의 문구가 강조돼 있었다. 가락프라자 재건축 사업이 공동사업시행방식으로 진행되는만큼 현대엔지니어링의 탄탄한 재무능력을 장점으로 내건 것이다.

    공동사업시행방식은 조합과 건설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제도로, 건설사가 조합의 사업비와 운영비를 조달해 개발이익이나 위험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식이다. 시공사가 직접 사업에 참여하는 만큼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메이저 시공사를 선점하려는 조합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만난 단지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붕괴 사고로 인해 GS건설의 신용평가 등급이 하락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가락프라자 정비사업이 공동사업시행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주는 영향이 클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사업비를 끌어오는 데 있어서 이자 부담이 오를 것”이라면서 “결국 상승분이 주민 몫으로 전가될 텐데 수년 뒤에 돌아올 추가 분담금 문제는 분명 고려해야할 요소”라고 했다.

    최근 GS건설에는 검단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인한 10개월의 영업 정지 처분, 신용평가등급 하락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업 수주를 위해 기존에 내걸었던 디에이치 대신 힐스테이트로 노선을 틀면서 수주전의 판도가 다시 뒤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홍보를 진행하면서 현대건설의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힐스테이트로 브랜드를 변경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제시한 설계나 공사 비용이 디에이치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힐스테이트로 바꿔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입찰 마감(20일)을 하루 앞둔 이날 단지에서 만난 조합원의 반응도 엇갈렸다. 80대 조합원 A씨는 GS건설의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A씨는 “오늘 아침 GS건설이 일찌감치 서류를 제출했다고 들었다”면서 “노름판에서도 자신 있는 놈이 먼저 패를 여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여서 마음이 간다”고 했다.

    또 다른 60대 조합원 B씨는 디에이치 적용이 무산된 사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B씨는 “디에이치를 적용해준다면 무조건 현대엔지니어링을 선택하려고 했다”면서 “그게 무산됐다면 자이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부실시공 때문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20일 입찰을 마감하는 가락프라자는 1985년 준공돼 올해로 지어진 지 38년 된 단지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기존 672가구 총 11동에서 지하 3층~지상 34층 12개 동, 1068가구로 탈바꿈한다. 예상 공사비는 3.3㎡당 780만원, 전체 공사비는 5050억원으로 책정됐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정비사업 관련 독자 제보를 받습니다 ☎(02)6949-6168, 이메일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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