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 김대호 아나운서 홍제동 주택은 무당집?

[땅집고] “공과금 고지서가 나왔는데 ‘용궁사’라고 적혀있더라고요. 나중에 알고보니까 여기가 무당집이었다고….”

올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김대호(39) 아나운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산자락에 자리잡은 한 단독주택을 매수한 뒤 홀로 생활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가감 없이 공개하면서 시청자들의 호감을 듬뿍 받은 예능 캐릭터로 떠올랐다. 아나운서라는 직업답게 멀끔한 외모와는 달리 낡은 주택에 살며, 집 마당에서 텃밭을 가꾸고 비닐로 포장마차를 만든 뒤 퇴근 후 혼술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인 못지 않은 매력을 뽐냈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거주하는 홍제동 주택은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 중 한 곳인 개미마을 일대에 있다. 개미마을은 1960~1970년대 6·25 전쟁으로 갈 곳이 없어진 도시빈민들이 임시 거처를 짓고 살면서 조성된 지역이다. 인왕산 둘레길이 시작하는 입구쪽에 자리잡아 경사가 가파른 지대에 판잣집 등 허름하고 낡은 주택이 옹기종기 들어서있다.

당초 마을이 조성됐을 때 피난민들이 모여 산다고 해서 ‘인디언촌’·‘인디언타운’이라고 불렸지만, 1980년대 주민들이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주민들’이라는 뜻을 담은 ‘개미마을’로 이름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한 뒤 이 명칭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30대로 젊은 김대호 아나운서가 굳이 낡은 주택이 밀집해 주거 선호도가 떨어지는 홍제동 집을 사들인 이유가 뭘까. 2004년부터 자취를 시작해 20년째 혼자 살고 있다고 밝힌 그는 당초 양천향교 바로 옆 복층 오피스텔에 월세로 거주했다. 하지만 재계약 시기가 도래하자 집주인이 보증금 3000만원을 한 번에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그 때부터 새 집을 보러다녔다고 한다.

김대호 아나운서는 “원래부터 아파트에 살 생각이 없었고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었다”며 “처음 이 동네(홍제동 개미마을)에 왔을 때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너무 산동네 아닌가 했는데, 집에 딱 들어온 순간 내가 원하는 형태라는 생각이 들어 무턱대고 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에서 퇴직금을 일찍 정산받고, 부모님과 외할머니에게 빌린 돈을 합해 이 집을 2억500만원에 매수했다고 밝혔다. 워낙 낡은 집이라 고시원에서 반 년, 옥탑에서 반 년 거주하면서 내부 공사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홍제동 단독주택과 얽힌 흥미로운 사연도 공개됐다. 원래 이 집이 무당이 살던 곳이었다는 것. 유튜브 채널 ‘한국방송작가협회’ 영상 콘텐츠에 출연한 김대호 아나운서는 “공과금 고지서에 '용궁사'가 적혀 있더라”며 “나중에 목수 아저씨가 나가면서 하시는 이야기가 '여기가 예전에 무당이 신당 차리고 했던 곳이에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귀신을 진짜 무서워한다”며 “어머니가 구석구석에 막걸리라도 뿌리고 첫 날 잘 때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절이라도 하고 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2년간 개미마을 인근에서 거래된 단독주택 사례를 보면 3.3㎡(1평)당 가격이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1985년 23㎡ 규모 토지에 준공한 1층짜리 단독주택이 2017년 7000만원에 팔렸는데, 올해 6월에는 1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3.3㎡당 1868만원 수준에 거래된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166㎡ 토지에 들어선 벽돌구조 주택이 8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3.3㎡당 1632만원을 기록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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