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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공급 부족 심각…저질주택 두고 경쟁하는 최악 상황 올 수도"

    입력 : 2023.09.14 07:33

    [혼돈의 부동산 시장, 어디로] 김진유 경기대 교수 인터뷰 上

    [땅집고]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결과는 좋지 않지만 방향성은 알맞게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민주 기자

    [땅집고]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결과는 좋지 않지만, 방향만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주택자를 투기 수요로 규정했던 지난 정부와는 달리 규제를 완화하면서 수요를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의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공도 민간도 공급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럴수록 정부가 나서서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 개편에 있어서도 정부가 과감하게 쇄신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시 계획 및 주택 정책 전문가인 김 교수는 올해 3월부터 한국주택학회 회장직을 맡았다. 땅집고가 지난 8일 김 교수를 만나 혼란을 겪는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공급 대책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바닥은 확실히 다졌다. 지역에 따라서 회복 속도가 빠른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겠지만, 회복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생각하는 것처럼 서울에 주택 보급률이 충분하지 않다. 수요가 많은 곳에서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더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고 본다.”

    -올해 들어 주택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그렇다. 최근 공급이 줄어든 여파는 짧게는 1년 반에서 3년 사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공급이 줄어들면 질 나쁜 주택을 두고 수요자끼리 경쟁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도 심각한 수준이라는데.

    “알려진 위기는 위기라고 보지 않는다. 위기가 닥치는 걸 모르고 있을 때 진정한 위기가 온다. 인구소멸 문제도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결국은 외국인 인구수용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다.

    주택 금융위기도 같은 식이다. 중소 주택 건설 업체들도 재정 상황을 스스로 알고 있다. 정부가 만기를 연장해 줘서 시간을 좀 주면 스스로 정리를 하든지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세 대란도 위기설이 돌았지만 요즘 전세 가격이 올라오면서 정리가 되고 있지 않나. 위기에 대해서 인지를 하면 파장이 크지 않다.”

    -누적된 미분양 물량 등 주택 보급률이 충분해 공급 부족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지 않다. 전국적으로도 부족하지만 지역적으로 보면 부족한 지역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서울시뿐 아니라 수도권 내 주택이 많이 부족하다.

    통상 천인당 주택 수(가구가 아닌 인별로 주택보급을 측정한 주택공급 지표)를 국제적인 기준으로 하는데 우리나라는 천인당 주택 수(423채)가 OECD 평균(462채)에도 못 미친다.

    보급률이라는 지표도 우리나라만 쓰고 있는데, 100%라고 해서 절대 충분한 수치가 아니다. 통계에는 포함됐지만 이사를 위해 비워둔 주택, 낡아서 방치된 주택은 사실상 주택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115% 정도는 되어야 여유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외국인 가구는 보급률 통계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수치로 보면 주택 공급은 부족한 것이 맞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점수로 평가하자면.

    “70점. 국민 기대에 못 미친 데다 결과가 좋지 않지만, 방향만은 제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방향도 잘못됐다. 집값 상승의 범인을 잘못 지목했다. 다주택자 투기 수요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봤는데 동의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은 정해져 있다. 그럼 그곳에 살고 싶어 하는 수요를 누를 게 아니라 적절한 곳에 좋은 주택을 많이 공급해 줘야 했다.

    이를테면 서울 곳곳에 제2의 대치동, 목동을 여러 곳 조성하는 식이다. 교육환경이 좋은 곳이 희소하니까 수요가 몰리는 것 아닌가. 그런 정책은 안 펴고 몰리는 사람들을 투기 수요로 보기만 하니까 문제가 풀릴 수가 없었다.”

    -LH 사태는 어떻게 풀면 좋을까.

    “사실상 LH 사태는 조직의 역량보다 담당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벌어진 일이다. 주요 업무와 부가적인 사업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능력이나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일을 시키고 있다. 일을 구분해서 본연의 업무와 연관이 크지 않은 일은 다른 조직을 만들든 민간을 활용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방에 특화된 사업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할 수 있게 내려주면 된다. 다만 LH와 다르게 GH나 SH는 지방 공기업이라 사업을 위한 절차가 더 많은 편이다. 이런 걸 정부가 나서서 좀 해결해 주면 된다. GH나 SH에서도 공공사업을 추진하고 싶은 의욕이 높다.

    -쇄신이 가능하다고 보나.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 때 L(한국토지공사)이랑 H(대한주택공사)랑 합쳤다. 두 공사의 기능이 중복되니까 합치자는 이야기가 2000년 초반부터 나왔는데 반발이 심해서 못 했었다. 하지만 결국 이 대통령이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다고 하면 못 할 것 없다.”/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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