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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의 지옥문을 연 6대 악재

    입력 : 2023.09.12 07:35

    [혼돈의 부동산 시장, 어디로 ⑦] 6대 악재가 만든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주간조선DB

    [땅집고] 정부가 추석 연휴 전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이미 정부 손을 떠났고 아파트 공급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정부가 상반기 주택공급(인허가 기준)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공급확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실행력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분양가는 급등하는데 공급은 줄어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현상, 일종의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 상승)’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호황속에 물가의 지속적 상승)이나 디플레이션(불황속에 물가의 지속적 하락)과 같은 경제현상은 정부가 전통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과 토지·인허가 규제완화 등 비금융 지원을 내놓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 외에도 국회를 압박해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를 실현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정책은 전형적인 ‘불황기’ 정책들이다.

    그러나 지금 부동산 시장은 기존의 불황기와는 전혀 다른 시장이다. 지방 아파트나 서울의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매매가격은 뚝뚝 떨어지는 반면, 수도권 주요 권역 내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 시장은 고분양가에도 청약 인파가 몰리는 호황이다. 불황과 호황기의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은 ‘초(超)양극화 현상’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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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올 6월 기준 공사비 갈등이 불거진 수도권 정비사업지 현황. /땅집고 DB

    ■ 싸게 빨리 짓던 시대의 종말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지금의 초양극화 국면으로 들어선 것은 6대 악재가 잇달아 터진 여파로 보고 있다. ▲원자재값 인상 ▲인건비 인상 ▲금리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근로기준법 개정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LH 주차장 붕괴 등 6가지 대형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분양 물가는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다.

    불과 2, 3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의 3.3㎡당 공사비는 비싸도 500만원대였다. 작년 말 700만원으로 오른 3.3㎡당 공사비는 최근 800만원대까지 올랐다. 재건축 조합은 공사비 인상으로 늘어난 추가분담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높이면서 전반적인 분양 물가를 끌어올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 7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625만원으로 전년 7월(1453만원) 대비 약 12% 상승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2821만원에서 3192만원으로 분양가가 약 13% 급등했다.

    기존 사업지에서도 공사비 인상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건설사들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수주를 망설이고 있다. 가급적 경쟁은 피하고 선별 수주를 통해 돈 되는 사업장만 수의계약으로 수주하는 식이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서 공사가 한창인 모습. 기사 본문과는 관련 없음. /뉴스1

    ■ “운 나쁘면 망한다” 불어나는 비용ㆍ책임에 몸 사리는 건설사들

    아울러 ▲주52시간 시행, ▲중대재해법, ▲부실시공 붕괴 사태 등으로 공급주체인 건설사가 위축된 점도 ‘싸고 신속하게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시대’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 5년째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제와 작년 1월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건설현장 공사기간(공기)은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로 부동산 PF 연체 등에 대한 자금 조달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건설사가 져야 할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일어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건설사들은 더욱 몸을 움츠리고 있다. 사망자도 없었고 전면 재시공을 약속한 GS건설은 국토부가 8개월 영업정지를,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는 경찰 압수수색을 4번이나 당했다.

    심지어 시공에 관여하지 않고 컨소시엄으로 지분으로만 참여한 동부건설과 대보건설은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는 것이 국토부 방침이다.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상황을 다 지켜보고도 LH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LH가 공공분양, 임대주택, 3기 신도시 등 핵심 주체인 만큼 공공 주택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대책 효과는 반짝…새 아파트, 몸값 더 뛸 것”

    전문가들은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정부의 공급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효과가 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떨어지면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데 올해 들어 인허가ㆍ착공물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당장 2~3년 뒤 주택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공급 대책을 내놓긴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 체질 자체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대책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부동산 스테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정부 대책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전 정부에서 신축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지났다고 봐야 한다”며 “지방뿐 아니라 서울조차도 사업성의 한계로 인해 신축 아파트 공급은 끊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높은 분양가를 받아줄 수요가 없어서 건설사들이 새 아파트를 공급하려 하지 않게 되고, 서울 등 수도권도 일반 분양가 인상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새 아파트를 짓기 힘들어진다는 예측이다. 김 소장은 “새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은 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집값과 분양가를 잡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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