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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무색한 미친 집값…강남 재건축·마용성 신축 신고가 행진

    입력 : 2023.09.11 07:42

    [땅집고]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땅집고] 고금리에도 최근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가 수도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년 10~20% 폭등했던 집값은 지난해 금리가 치솟으면서 22% 폭락했다. 그러나 올들어 상반기에만 9.9% 치솟았으며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의 최고가를 돌파, 이른바 신고가를 갱신하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금리에다 경제도 좋지 않은 가운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문재인 정부 시절의 '미친 집값', '부동산 불패 신화'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상태로 집값이 더 오르면 청년 세대에 절망감을 안겨주고 고물가 고임금을 유발하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군다나 소득 수준을 뛰어넘는 집값 상승은 결국 '버블' 붕괴로 이어져 가계파산 등 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 고금리·경기침체에도 강남 아파트 신고가 행진
    최근 강남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을 갈아치우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신현대 12차 전용 155㎡는 지난달 28일 61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은 지난해 4월 59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뒤 올해 5월에는 51억원으로 떨어졌으나 3개월 새 10억원 이상이 뛰어올랐다.

    [땅집고]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입구./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0차 전용108㎡는 지난달 41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아파트 동일 평형대 전고점은 올해 6월 거래된 37억원으로 두달 만에 4억이 뛴 셈이다.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청담디에브스아파트 전용 72㎡도 이달 9억 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는 6년 전인 2017년 6억5000만원대로 한동안 거래가 없다가 최근 2억5000만원이 오른 가격으로 매매됐다.
    새아파트도 초강세이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 일 4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8000만원꼴로, 분양가의 네 배 수준 가격으로 폭등했다.

    마용성 신축단지에서도 신고가…송도, 인덕원 전 고점 근접
    서울 집값 회복을 주도하는 강남권 상승세가 강북권 마용성으로 옮겨붙고 있는 분위기다. 거래가 뜸한 고가 아파트에서 최고가 거래가 나오고 준공이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축단지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땅집고]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네이버 거리뷰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이달 직전 최고가인 18억 4000만원에서 8000만원 오른 19억 2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최고가 14억 8000만원에서 5000만원 오른 15억 3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단지는 2021년 12월에 입주를 시작한 신축단지다.

    마포구 신공덕동 역세권에 위치한 ‘대우월드마크마포’ 전용 138㎡는 지난달 23일 최고가인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019년 9월 이뤄진 직전 거래에서는 동일한 평형대가 14억3000만원에 팔렸으나 4년 만에 팔리며 5억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마용성에선 역세권 신축, 대단지 중심으로 상승할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구축 아파트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용산구 이촌동 ‘반도’ 전용 136㎡는 지난달 11일 최고가 28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7월 이뤄진 직전 거래 27억원보다 1억5000만원 올랐다.

    성동구에서도 최고가 거래와 상승 거래가 이어졌다.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198㎡는 지난7월 95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99억원에 매매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한달 만에 동일 평형대가 4억이 뛴 셈이다. 성수동에 위치한 ‘동아’아파트 전용 52㎡는 지난달 12일 최고가 13억5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최고가(7억8000만원)보다 5억 7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마용성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첫째주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마포가 0.18%, 용산은 0.17%, 성동이 0.1% 올랐다. 특히 마포는 강남권에 속하는 강남(0.14%), 서초(0.06%), 송파(0.17%)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작년 폭락을 주도했던 경기도 동탄신도시, 인덕원, 인천 송도신시도 급반등하고 있다. 동탄신도시의 동탄역 시범 한화 꿈에그린 84㎡는 최근 12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8억8800만원(6층)까지 떨어졌는데 4억원이 오른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는 가운데 새 아파트 분양가 추이도 예사롭지 않다. 올해 초 서울을 포함한 대대적인 규제지역 해제로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관리에서 벗어나며 신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7월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동월에 비해 13%가 올랐다. 특히 인기가 좋은 85~102㎡는 39%가 폭등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다 분양가 상한제가 풀린 탓이다.

    최근 고분양가 단지의 분양가 인상분은 공사비 등 물가 상승 폭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사업인 ‘래미안 라그란데’는 분양가가 3.3㎡당 평균 3300만원 선이다. 인근에서 4개월 전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3.3㎡당 평균 2945만원)보다 3.3㎡당 3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래미안 라그란데’는 1순위 청약에서 3만7000여명이 몰리며 청약 경쟁률이 평균 79.1대 1에 달했다. 이달 청약에 나서는 이문3구역 ‘이문아이파크자이’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3400만∼3500만원 선이다. 한달 전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보다 분양가가 더 높다.

    ■'부동산 불패론' 학습효과... 되살아 나는 투기 심리
    최근 집값 상승세는 복합적이다. 우선, 내년 금리 하락론이 한몫하고 있다. 지금 금리가 높지만, 내년부터는 내릴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둘째, 원자재,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과 공급물량 부족이다. 분양가는 치솟는데, 공급물량(인허가 기준)은 13년 만에 최저치 수준이다. 정부는 분양가 자율화를 통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가격만 오르고 공급은 정체되고 있다. 셋째, 정부의 규제완화로 저금리 대출자금이 풀리고 재건축 재개발 호재도 많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아파트 시장을 10년 단위로 잘라보면 매매지수는 올랐다”며 “금리 불안정성이 지난해보다 완화하면서 당장 아파트를 사서 가격이 조금 내려갈 수는 있지만 10년의 주기로 보면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요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학습효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만든 가짜 반등론 주장도
    그러나 집값이 상반기 급반등하면서 매물이 증가하는 등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가계 부채가 오르는 등 경제 상황이 이렇게 좋지 않은데도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게 ‘기현상(奇現象)’으로 정부가 나서서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을 완화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IMF 당시보다 가계부채가 너무 높고 인구 감소 문제까지 겹치면서 더욱 심각한 부동산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지금의 반등세는 정부의 부양정책과 투기심리가 만들어 낸 '가짜 반등'이라는 주장을 펴는 전문가들은 인구가 성장하던 시기에도 대세 하락이 시작되면 6~7년씩 하락이 지속했는데, 인구가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는 수요가 부족해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의 흐름을 이어가긴 어렵다는 주장을 편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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