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9.08 10:19 | 수정 : 2023.09.08 11:08
[땅집고] “그동안 애들 코 묻은 옷값 받아서 회사 키워놓고, 어린이집은 안지어주겠다니…”
지난해 매출 6452억원을 기록하면서 대형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신사옥에 짓기로 했던 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최근 전면 백지화, 논란이 되고 있다. 갈수록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자 정부가 나서서 출산 장려·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인데, 기업이 맞벌이 부부들에 대한 보육 환경 조성을 꺼리는 태도를 보여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오는 10월 중순 입주를 앞둔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 무신사 성수동 신사옥. 당초 무신사는 이 건물 지상 1~2층을 팝업스토어, 3층은 사내 어린이집, 4~10층은 사무실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무신사가 직원들에게 3층에 짓기로 했던 어린이집 건립 계획을 취소하는 대신, 이 곳을 사무실로 변경하겠다고 통보했다.
현행법상 상시 근로자가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 여성 직원이 300명 이상인 기업은 직장 내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무신사의 경우 종업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1300명을 돌파해, 법 적용을 받는다. 만약 법을 어길 경우 1년에 두 차례, 매회 1억원 범위에서 이행강제금 명목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무신사는 사내 어린이집 수요가 미미하다며 설치하지 않기로 입장을 굳혔다. 올해 어린이집 입소를 희망하는 직원이 한자릿수로 적었고, 내년 입소를 희망하는 직원도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 따라서 실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어린이집 설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무신사의 진짜 속내는 어린이집을 짓는 데 드는 비용보다 벌금 1억원이 더 싸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연간 비용이 10억원 안팎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30일 직원들과의 온라인 미팅에서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라며 "벌금을 내야 하지만 벌금이 훨씬 싸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은 무신사가 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기망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인사팀에서 채용을 진행할 때 재택 근무 및 어린이집 개설 계획 등 복지 시스템이 있다는 내용으로 여러번 안내했다는 것. 이 같은 내용이 직장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무신사가 시대를 역행하는 사내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젊은층에게 옷 팔아서 코 묻은 돈 벌더니, 애는 더 낳지 말라는 것이냐”는 등 비난을 사게 됐다.
논란이 커지자 무신사는 위탁 보육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집을 직접 짓는 대신, 내년 봄쯤 회사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과 제휴를 맺고 관련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회피하는 기업은 무신사 뿐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실태조사 결과 2022년 기준 현행법상 어린이집을 지어야하는 기업 총 1602곳 중 91.5%(1466곳)이 의무를 지켰다고 밝혔다. 이 중 1088곳은 사내 어린이집을 직접 조성했으며 378곳은 위탁 보육을 통해 의무를 이행했다.
반면 의무를 지키지 않은 기업은 총 136곳이었다. 보건복지부는 ㈜다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메가스터디교육㈜, ㈜비즈테크아이, ㈜에듀윌, 주식회사 컬리, 이와이컨설팅 유한책임회사, 코스맥스㈜, ㈜코스트코코리아, 한영회계법인,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이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기업 명단을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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