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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으로 본 우크라이나 특수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

    입력 : 2023.09.08 07:31

    [땅집고] 국내 토목·건축 회사 삼부토건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도시 재건 사업에 뛰어들면서 주가가 고공행진 한 가운데,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재건 사업은 현지에서 인력과 자재망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 환경이 척박한 분야로 꼽힌다. 과거에도 전쟁 국가에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국내 대기업·중견기업들이 협력해 진출한 적이 있지만 수주 실적도 저조했다. 또 사업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 채 철수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자금력이 좋지 못한 기업은 섣부른 해외 진출로 인해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땅집고]지난해 8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미사일 공격으로 열차와 차량이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 전쟁 국가 재건 사업, 과거 대기업도 줄줄이 패배 맛봐

    우리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해외 전쟁 국가에 재건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알 카에다의 9·11테러를 겪은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이라크를 침공해 일으킨 전쟁이다.

    미국이 개전 3주 만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함락하자 종전 분위기가 흘러나오면서 재건 사업이 본격화했다. 우리나라도 재건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라크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수년간 경제 협력 관계를 다졌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한국 기업의 수주 활동을 지원했고, 당시 현대건설을 비롯한 삼부토건, 범양건영, 삼환기업, 경남기업 등이 건설사들도 현지조사단을 파견하면서 수주전에 나섰다.

    하지만 2004년 현대건설이 댐 관계시설과 북비지역 송배전 복구공사를 약 2000만달러(약 2700억원)에 따낸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2008년 들어 쌍용건설과 현대건설을 공동대표로 하는 컨소시엄이 이라크 북구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약 107억 달러(약 10조원)가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수주하면서 재건 사업에 참여했다. 이는 당시 한국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계약으로 최대 규모였다.

    이 사업조차 19억 달러(약 2조3949억원) 규모 금융 조달에 실패해 결국 2008년 10월 무산됐다.

    [땅집고] 한화건설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 비스마야 지역에 짓기로 한 대규모 신도시 사업 조감도. /조선DB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을 11년째 이어온 한화건설은 지난해 신도시 건설에서 최종 철수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화는 약 13조원을 투입해 10만가구 아파트와 학교·병원·전력시설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사업 부지가 여의도 6배 면적(18.3㎢, 약 550만평) 크기이며 완공 시 60만명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사업이 40%쯤은 진행돼 3만가구 주택 입주는 완료된 상태다.

    사업 초반 한화는 초대형 건설사업을 수주했다며 주목받았지만 결국 현지에서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한화건설이 받지 못한 공사 대금은 해당연도 한화건설 매출의 30%에 이르는 9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산유국 진출해도 자금 조달 어려운데, 농업국 우크라이나는?

    전쟁 국가가 아닌, 비교적 자금력이 풍부한 산유국에 진출한 기업들도 자금 조달에 실패해 폐업을 면치 못했다.

    한때 시공능력평가순위 30위권대에 올라선 우림건설은 2007년 카자흐스탄 건설 시장에 진출했다가 결국 부도가 났다.

    우림건설은 2007년 카자흐스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알마티(Almaty)에 최고급 주거단지 및 복합시설을 짓는 ‘애플타운’ 조성 사업을 도맡았다. 당시 계약가는 3530억1200만원이다. 우림건설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농협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2008년 말 덮친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부동산 시장 불황 등으로 우림건설은 큰 어려움을 겪었고 2012년 결국 파산했다.

    카자흐스탄과 함께 산유국 대표 지역인 아프리카 앙골라에 진출한 남광토건 역시 해외 진출 이후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남광토건은 2005년 오일머니를 쓸어 담겠다며 앙골라에 진출했다.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낭골이 발주하는 주상복합빌딩, 무탐바연구소, 컨벤션센터 등 총 6700만달러 규모 사업을 수주하면서 성과를 높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택 사업이 침체하면서 1조50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걸림돌이 됐다. 2012년 남광토건은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법정 관리에 들어갔고, 세운건설에 인수됐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해외 사업은 저가 입찰을 하는 데다 비싸게 되팔 수도 없기 때문에 아파트를 지어도 남는 게 없어 자금력이 없는 건설사가 쉽게 뛰어들 만한 분야가 아니다”라며 “이라크는 산유국이어서 기름을 팔아서라도 기업에 공사대금을 줄 수 있지만, 농업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이마저도 어렵기 때문에 공사비 재원 마련이 가능한지 여부 등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게 많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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