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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장 지어줄게" 7년 기다렸는데…전주시 배신에 결국 떠나는 KCC농구단

    입력 : 2023.08.31 15:03

    [땅집고] 프로농구팀 KCC이지스가 홈 경기장인 전주실내체육관에서 팬들의 성원에 응답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조선DB

    [땅집고] “KCC 농구팀이 20년 넘게 전주시를 지켜왔는데, 전주시는 야구장은 신축해 주면서 농구장은 안 지어주고…”

    이달 30일 남자 프로농구팀 KCC 이지스가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연고지를 기존 전북 전주에서 부산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KCC가 22년 만에 전주를 떠난다.

    KCC가 오랜 연고지인 전주에서 굳이 방을 뺀 내막이 밝혀지면서 전주시에 대한 농구 팬들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주시와 KCC 측에 농구 경기장을 신축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도 7년째 건립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전주시가 농구장은 지어주지 않으면서, 야구 구단을 유치하기 위한 야구장 신축은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 KCC 농구단의 서운한 마음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KCC “전주시, 야구장은 지어주면서…새 농구장 건립은 2023년-2026년으로 미뤄”

    최형길 KCC 단장은 연고지 변경을 위한 이사회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연고지 전주와 여러 문제로 시끄러웠다”며 “원만히 수습하기 위해 인내하고 기다려 왔으나, 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은 올해 4월이었다"며 "새 체육관을 저희보고 직접 지으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5월에는 전주시와 프로야구 KBO가 야구장 건립 활용 계획을 논의하는 것을 보고 '농구는 뒷전이 됐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땅집고] 프로농구팀 KCC이지스가 2001년부터 22년간 홈 경기장으로 활용한 전주실내체육관 내부. /조선DB

    그동안 KCC는 1973년 지어져 올해로 준공 51년째인 전주실내체육관을 홈 경기장으로 쓰고 있었다. KCC는 2015년 경기장이 너무 낡았다는 이유를 들며 연고지를 수원으로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전주시가 KCC를 붙잡기 위해 2023년까지 새 농구장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해, 전주에 계속 머물기로 결정했다. 전주시가 현재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 부지에 복합스포츠타운을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곳에 KCC를 위한 농구 경기장을 신축하겠다는 것.

    전주 복합스포츠타운은 기존 전주실내체육관을 이전해서 신축하는 사업이다. 농구장과 육상 경기장 등 주요 체육시설이 들어서며 지하 1층~지상 3층, 대지 2만3403에 연면적 1만8853 규모다. 입석 1000석을 포함해 총 6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립비는 총 1421억원으로 추산한다.

    [땅집고] 기존 전주실내체육관을 이전해서 신축하는 전주복합스포츠타운 조감도. /전주시  

    그런데 전주시가 새 농구장 완공 시기가 당초 약속했던 2023년이 아닌 2026년으로 미뤄졌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홈 경기장인 전주실내체육관 부지 소유권을 가진 전북대가 국책사업인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KCC 측에 2025년까지 체육관을 비워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KCC가 퇴거 후 새 경기장 완공까지 1년여 동안 경기장이 없는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가 농구 경기장 건립 사업은 미루고 있는 반면, 프로야구 2군 리그를 유치하기 위해 야구장 신축은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 서운한 마음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 KCC측 주장이다.

    결국 KCC는 전주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22년만에 연고지를 부산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KCC 측은 "22년간 응원해주신 전주 팬들께 가장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체 농구 발전을 위해 새로 태어나는 구단이 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주시 “변경된 경기장 신축 계획 다 전달했는데…KCC 일방 결정에 유감”

    전주시가 농구장을 지어주지 않는 바람에 KCC가 떠났다는 소식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농구팬들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주시는 KCC의 이전 결정이 일방적이며 졸속 추진됐다고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땅집고] 전북 전주시청 건물. /전주시  

    전주시는 지난 30일 낸 입장문에서 “이전설이 불거진 뒤 KCC이지스 농구단을 방문해 면담했고 단장과 KCC그룹 회장단 면담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며 “만남은 피하면서 전주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마치 짜놓은 각본처럼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했다. 이어 “KCC는 이전과 관련해 전주시와 협의는커녕 통보조차 없었다”면서 “시민·팬과 동고동락한 시간은 눈앞의 이익만을 찾아 졸속으로 이전을 추진한 KCC의 안중에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전주시는 KCC측에 현재 홈 경기장인 전주실내체육관 철거 시기가 기존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연기돼, 체육관을 굳이 비워주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추후 복합스포츠타운에 건립할 새로운 홈 경기장 역시 202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는 입장도 명확하게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KCC가 전주시의 설명을 모르쇠로 일관한 채 이전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전주시 측 주장이다.

    전주시는 앞으로 “KCC의 이전 결정에 마음 아파할 시민과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프로 스포츠단을 유치해 빈자리를 채우고 스포츠 산업화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땅집고]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전주 KCC 이지스 선수들이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날 전북청년경제인협회 및 전북스타트업연합회도 “KCC 이지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연고지 이전 안건을 기습적으로 상정하고, KBL 또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른 아침에 이사회를 소집해 별다른 논의 과정 없이 이전안을 확정했다”며 “이 모든 과정이 보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어 “이번 KCC의 부산 이전 결정은 전북도민, 전주시민을 철저히 무시했을 뿐 아니라 농구단을 사랑했던 팬들을 기업 홍보수단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라며 “23년간 열렬한 응원과 애정을 보낸 전주시민과 팬들을 버리는 것은 보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 “KCC, 경기장 신축 문제 아니더라도 전주 떠날 생각이었다”

    [땅집고] 지난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KBL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KBL은 전주 KCC가 부산으로 연고지를 변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연합뉴스

    스포츠 업계에선 KCC가 일찌감치 전주시를 떠날 ‘각’을 재고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구단 내부에서 현재 인구가 64만5600여명에 불과한 전주시보다는 경기 관람객을 더 끌어모을 수 있는 지역을 물색하고 있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와의 경기장 신축 갈등이 불을 붙였고, 마침 인구 330만7000여명 규모 부산시 측에서 프로 농구단을 유치하려는 ‘러브콜’을 보내, 연고지를 부산 이전하는 결정을 빠르게 내렸다는 설명이다. 부산시에는 과거 부산 기아(1997년∼2001년)와 부산 KT(2003년∼2021년) 등 두 차례 프로농구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 팀 모두 연고지를 옮겨 울산 현대모비스, 수원 KT로 각각 바뀌었다.

    최형길 KCC 단장은 “박형준 부산시장께서 농구에 대한 관심이 많고, 실제로도 잘하신다고 들었다"며 "부산은 전에 프로농구단이 있다가 없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농구단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시에서 'KCC가 오면 후회하지 않고, 잘 왔다는 얘기를 듣게끔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해주셨다"며 "부산 팬들이 열광적이시기 때문에 그런 응원에 부응하게끔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KCC는 홈 경기장으로 사직체육관 쓸 예정이다. 이곳은 여자 프로농구팀 부산 BNK가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두 팀이 공간을 함께 쓰게 된다. 현재 KCC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최준용을 영입하면서 허웅,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 라건아 등 국가대표 라인업을 갖춰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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