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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급등·LH 마비' 민간도 공공도 빨간불…사상 초유 공급 대란 오나

    입력 : 2023.08.31 07:41

    [혼돈의 부동산 시장 어디로 ③] 유례없는 민간, 공공 공급 동시 급감
    [땅집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땅집고] “올해 들어 인허가·착공 물량이 줄어든 만큼 가급적 올해 목표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해 시장에 '공급이 꾸준히 진행된다'는 신호를 주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올 들어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이 급감한 데 따라 집값 급등 우려가 나온 것에 대해 꾸준한 물량 공급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꾸준한 공급이라는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원자재값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능 마비 현상이 겹치면서 민간과 공공 모두 발이 묶여버렸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공급 추이가 계속된다면 2~3년 뒤 사상 최악의 공급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의 경우 분양(착공)부터 준공까지 공사기간(공기)이 약 3년 정도인데, 올 상반기 들어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이 나란히 쪼그라들면서 3년 뒤 공급 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 자명해졌기 때문이다.

    ■시멘트 값 또 오른다…치솟는 공사비에 발 묶인 민간 분양

    당초 정부가 발표한 목표 공급량은 임기 내 ‘250만호’ 이상이다. 적어도 반기에 평균 50만호의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올해 상반기(1~6월) 주택 인허가 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2% 줄어 18만9213호에 그쳤다. 착공실적도 나란히 줄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총 9만2490호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9%가 줄어든 수치다. 분양 실적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3% 하락했다. 특히 임대주택이 65.6%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문제는 민간도 공공도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민간의 경우 고금리 여파와 공사비 인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는 정비 사업장이 한둘이 아니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는 재개발 공사비로 평(3.3㎡)당 840만원을 제시했지만,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면서 재입찰을 진행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해당 금액은 여의도 재건축 추진 단지의 공사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여파는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시멘트 업계가 전기료 및 물류비 등 원가 상승을 이유로 다음 달을 전후해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올해 분양가가 1년 전과 비교해 10% 이상 상승한 가운데, 시멘트 값이 또 오르면 분양가는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 들이닥친 부동산PF 부실 우려도 큰 변수다. PF 시장 경색으로 인해 지방을 중심으로 폐업 및 부도 건설사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종합건설사 폐업신고는 총 332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8건에 비해 86.5%가 급증했다.

    지방의 경우 공사비 증가, 공기 지연 등으로 사업장 대부분이 이미 적자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신규 분양 물량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이 15%를 웃돌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가 고비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땅집고] 공공분양 4차 사전청약 접수가 시작된 지난 1월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마련된 현장 접수처를 찾은 시민들이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LH 악재로 멈춰 선 공공분양…공급 대란 현실화 가능성

    공공 분양도 급제동이 걸렸다. 공공분양을 주관하는 LH에 악재가 계속되면서다.

    3기 신도시 상당수 지역이 토지 보상 문제를 대부분 매듭짓고 오는 10월 착공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용역 발주 중단 및 각종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LH는 용역 발주에 적용될 내규를 이른 시일 내 개정해 사업 수행에 최대한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LH 퇴직자가 근무하지 않는 용역 업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 절차가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LH가 각종 수사와 조사에 휩싸여 있다는 점도 사업 일정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재 경찰은 철근 누락 부실시공 아파트의 설계, 시공, 감리 업체와 LH 내부 직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 조사도 예정돼 있다.

    LH 사태로 인해 신규 공공분양 주택 사업 추진 환경이 더욱 척박해졌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번 붕괴 사고로 인해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한 잣대가 올라가면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민간 분양과 비교해 수익성이 낮고 ‘공공’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입찰 선호도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LH 발주 사업이 중요한데 강화된 기준을 맞추려는 조치로 인해 비용이 올라가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입찰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국토부

    전문가도 지금과 같은 정부의 공급 추이가 지속한다면, 2~3년 뒤 공급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착공·분양·인허가 물량 모두 반토막이 나 공급량이 급감했지만, 지방 미분양 물량이나 기존 주택 재고량이 있어 당장 우려할 수준의 공급난이 찾아온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런 추이가 지속한다면 수년 뒤에는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윤 위원은 “정부가 공급 활성화를 두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면서 “예상되는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한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 평택 지제역세권 등 대규모 택지 지구를 활용해 서울 수요를 분산하는 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공공마저도 밀어내기식으로 분양에 나서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서 “현재 물량 급감 추이를 보면 2~3년 뒤 공급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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