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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는 명분…터미널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

    입력 : 2023.08.28 07:49 | 수정 : 2023.09.01 16:20

    [땅집고] 양재동 화물터미널,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 동대문구 동부화물터미널 등 서울의 터미널이 첨단물류센터라는 명분을 내세워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고 있다.

    [땅집고]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에 차량이 정차된 모습. /조선DB

    도심 터미널은 대부분 노른자 땅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최근 터미널 부지에서 진행되는 물류센터 개발 계획들을 살펴보면 지하에 물류센터를 두고 지상에는 초고층 주택과 판매시설을 둔 고밀 개발 형태가 대다수다. 업계에선 터미널 부지가 물류센터보다는 사실상 ‘아파트 장사’에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거 중심 개발로 땅과 건물의 가치가 뒤바뀌면서 사업 시행사에 과도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평가다.

    ■ 서울시, 방치된 서울 내 터미널 부지에 초고층·고밀개발 시동

    [땅집고]서울시 물류단지 조성 계획. /땅집고

    서울에서 대표적으로 방치된 터미널 부지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옛 화물터미널 부지다. 식품 전문회사 하림그룹이 2016년 이 땅을 매입해 물류복합센터로 개발하고 있다. 2015년 국토교통부가 이 부지를 도시첨단물류산업단지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하림은 양재동 225번지 일대 8만6000여㎡(2만6000평) 부지에 총 6조3000억원을 투입해 지하 8층~지상 49층짜리 물류·업무시설과 공동주택(998가구)·오피스텔(342실) 및 숙박시설을 포함한 복합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연면적이 147만5245㎡, 용적률이 800%로 서울 터미널 부지에서 개발 중인 물류센터 규모로는 가장 큰 시설로 짓는다.

    양천구 신정동 1315일대에 있는 서부트럭터미널도 도시첨단물류산업단지 시범사업지로 지정된 곳 중 하나다. 이 부지는 서부티엔디가 사업비 1조7508억원을 들여 지하7층~지상 25층, 연면적78만㎡, 용적률 396%규모 물류복합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물류시설과 판매시설을 비롯해 아파트 892가구, 오피스텔 225실, 공공기여를 통한 창업지원시설, 체육센터, 임대주택 92가구를 짓는다.

    [땅집고]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사업지로 지정된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과 서초구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계획. /각 업계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의 경우 지난 7월 서울시 물류단지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향후 양천구의 건축 인허가를 거쳐 2025년 착공해 2028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는 연말쯤 심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일반 물류단지 개발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제13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동부화물터미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동대문구 장안동 283-1 일대 지상에 지하 6층~지상 39층 규모로 공동주택 204가구와 오피스텔 324실 등 총 528가구를 짓고, 물류시설은 소규모 생활 물류 중심으로 전면 지하층에 배치할 예정이다. 또 동쪽 건축물은 특화된 건축 디자인을 적용해 중랑천변 랜드마크 타워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땅집고]서울 동부화물터미널 개발 계획. /서울시

    ■ 알짜 부지에 물류센터 외 백화점·아파트까지?…“시행사만 노났다” 비판도 나와

    양재동 화물터미널과 양천구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 부지는 국토교통부가 2015년 지정한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된 곳이다.

    두 부지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용도지역이 일반상업지역으로, 최대 허용 용적률이 800%다. 그러나 시의 지구단위계획상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허용된 용적률을 모두 실현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양재동 하림부지의 경우 그 일대가 도시계획시설 중 유통업무설비 시설만 들어설 수 있도록 지정됐다. 이를 고려하면 용적률은 최대 400%까지 받을 수 있다.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 부지도 마찬가지로 도시계획시설 중 자동차정류장으로 지정돼 용적률 제한을 받았다. 도시계획시설 해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밀 개발은 불가능한 땅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지정되면 고밀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도첨단지 근거법인 물류시설법은 시범단지 대상지를 ▲노후화한 유통업무설비 부지 ▲일반물류터미널 부지로 한정하고 있다. 물류개발지침에 따라 부지 개발에 적용하는 용적률은 해당 시의 조례 즉, 용도지역상 용적률(800%)을 따르도록 했다. 또 공동주택 등의 지원 시설도 일정 비율로 포함할 수 있다.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 부지는 시가 지난해 도시계획시설(자동차정류장)에서 해제했지만, 통합 심의 과정에서 주변 공항으로 인한 고도제한을 받으면서 용적률이 396%까지만 허용됐다. 양재동 하림 부지는 통합 심의를 앞두고 있는데, 지구단위계획상 도시계획시설이 해제되지 않아 심의 결과에 따라 최종적인 개발 규모가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도시첨단물류단지 제도 자체가 도심 터미널을 물류센터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용도를 허용하면서, 사업 시행사에 막대한 이익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물류시설법에 의해 고밀 개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시에서는 지구단위계획을 우선해 물류센터 중심의 개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물류시설이 들어와야 하는 부지에 주거 시설을 허용하면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공기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거 시설을 개발할 때 아파트만 짓지 않고 마트 등 상업시설, 그 외 시설을 함께 융합 개발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 마치 그런 형태처럼 터미널 부지들이 사실상 주거 중심으로 개발되는 측면이 있다”며 “복합개발을 시도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누가 봐도 아파트에서 나오는 수익성이 더 커진다면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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