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케이팝시티 아닌 오피스텔시티였네…엎어진 6.8조 송도 R2 개발 내막

    입력 : 2023.08.25 07:40

    [땅집고] 인천 송도국제도시 K-POP 콘텐츠시티 조감도. /케이컨텐츠시티

    [땅집고] “송도 알짜배기 땅에 필요도 없는 공연장 만들고 닭장 오피스텔을 짓겠다니요?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사업이었어요.”(송도 주민 A씨)

    특혜 의혹으로 전면 백지화가 선언된 ‘송도 케이팝시티’ 사업은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국제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송도동 송도 R2 부지(15만8905㎡)에 추진했던 사업이다. 투자 예산만 해도 무려 ‘6조8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업은 아파트·오피스텔 1만 가구를 짓고 수익금으로 대규모 케이팝 공연장을 만들어 인천경제청에 기부채납하겠단 계획으로 추진됐다.

    ■자본금 10억원짜리 회사가 6조8000억원 규모 사업을?

    ‘송도 케이팝시티’ 사업이 특혜 논란에 휩싸인 건 인천경제청과 인천도시공사(iH)가 사업 부지를 특정업체인 ‘케이컨텐츠시티(가칭)’에 수의계약방식으로 매각할 수 있는지 검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수의계약 방식을 두고 특혜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자 인천경제청은 공정한 입찰 방식을 도입하겠다며 제안 공모 방식으로 선회했다.

    인천경제청이 사업 방식을 바꾸기까지 했지만, 사업 공모에 참여한 부동산 개발업체 케이컨텐츠시티가 이상한 행보를 보이면서 의혹에 불이 붙었다.

    케이컨텐츠시티는 인천경제청이 제안 공모 방식을 취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 바로 사업 참가 의향서를 인천경제청에 제출하고, 해당 내용을 담은 보도 자료까지 배포했다. 케이컨텐츠시티는 회사를 창립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은데다 자본금 규모도 1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규모도 작고 실체도 불분명한 회사가 6조8000억원 규모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점이 비상식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업비는 현대건설, 메리츠증권, 부동산개발사인 넥스플랜, 엔터테인먼트 회사, 외국 투자법인 등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해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현대건설 측은 “사업 참여 의사 정도를 밝히는 단계에 머물러 있던 상황으로 해당 사업체와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나 협약 내용을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케이팝시티’가 아니라 ‘오피스텔시티’ 지적도

    케이컨텐츠시티가 제시한 사업안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사업 예정지 전체 면적의 80% 이상을 오피스텔로 채우고, 정작 ‘케이팝시티’의 주요 시설인 ‘케이팝 아레나’의 면적은 5%가 되지 않는 비율로 계획했다. 케이팝시티가 문화 시설 조성 사업이 아니라 사실상 부동산 개발 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이다. 송도를 ‘케이팝 중심 도시’로 만들기 위해 사업 방향을 고심했다는 인천경제청의 설명과도 어긋난다.

    인근 송도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들 주민은 지난 2019년 인구 과밀 등을 우려해 R2부지에 주거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인천시에 내기도 했다.

    엄준현 송도SK뷰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진정한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특별경제구역인데, 인천경제청은 왜 R2부지에 대부분 오피스텔을 지어 부동산 개발업자, 건설 사업자의 이익만을 챙겨주려 하는가"라면서 "R2부지에 오피스텔 1만 가구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이게 ‘오피스텔 시티’이지 무슨 케이콘텐츠 시티이며, 케이팝시티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인천경제청이 현재 계획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송도 5동 주민대표 연합회를 중심으로 해서 단체 행동을 바로 진행하겠다"며 "인천경제청은 주민을 우롱하는 거짓 행정을 중단하라"고 했다.

    ■의회 패싱한 인천경제청…의혹 투명하게 해소해야

    인천시의회 측도 인천경제청이 추진한 송도 케이팝시티 사업을 두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케이팝시티 조성 계획을 밝힌 R2 부지가 인천경제청 소유가 아님에도 인천경제청이 나서서 케이팝 콘텐츠 시티라는 명목으로 특정 업체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천경제청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도 지적받았다. 인천경제청이 의회에 제출한 서류에는 자문위원에 대한 정보와 업무 미팅 장소, 참석자 명단이 모두 가려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측은 “사업비 300억원 이상 등의 사업에 대해서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인천경제청은 어떠한 심의나 자문 과정을 거치지 않은데다 시의회와의 협의나 소통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백지화 결정에 대해 인천경제청은 “주민의견 수렴 등 투명하고 공정한 제안 공모 추진 의사를 수차례 밝혔음에도 세간의 의혹이 끊이지 않고 주민 간 갈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