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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은 1600억 적자인데 회장은 배당금 잔치…재계 20위도 밀려나 [건설사 기상도]

    입력 : 2023.08.24 07:41

    [건설사 기상도-부영 ①] 임대주택 외 신규 사업 발굴 실패…적자 늘어

    /이지은 기자

    [땅집고] 국내 임대주택 분양·임대사업 1인자로 꼽히는 부영그룹. 이중근(83) 부영그룹 회장이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향후 경영 일선 본격 복귀와 부영그룹의 경영 방향 및 승계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18년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2021년 8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부영그룹의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건설사별 주택 부문 매출이 줄어들자 각 기업마다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반면, 부영그룹은 아직까지도 명확한 신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부영그룹은 8년 만에 국내 재계 20위권에서 밀려난 데다,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마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임대주택 1인자’ 부영그룹…매출 반토막, 영업이익 ‘마이너스’ 적자 기업으로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부영그룹의 전신은 이 회장이 40대 초반이었던 1983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삼진엔지니어링’이다. 1993년 사명을 부영으로 변경한 뒤, ‘사랑으로’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며 임대주택 사업에 집중해 회사 규모를 크게 불렸다. 서민들에게 임대아파트를 공급한 뒤, 약속한 임대기간이 끝나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분양대금을 거두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이렇게 부영그룹은 국내 임대주택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자산 20조원대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재계 순위도 2004년 36위에서 2015년 19위로, 10년여 만에 17계단 상승했다.

    [땅집고] 최근 3년 동안 부영주택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이지은 기자

    하지만 최근 2년여 동안 부영그룹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와 함께 지난해부터 침체된 부동산 경기와 무관치 않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자산 비중 70%를 차지하는 부영주택 매출은 ▲2020년 2조4559억원 ▲2021년 1조6745억원 ▲2022년 5565억원 등, 매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 같은 기간 임대주택 분양수익이 2조2252억원→1조4920억원→4130억원 순으로 크게 쪼그라든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1615억원 적자까지 기록했다.

    ■임대주택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문제는 주택 사업에 집중하던 건설사마다 매출 하락을 겪은 뒤 새 먹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부영그룹은 아직까지도 임대주택 사업 외에 별다른 탈출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 그나마 임대주택 외 사업 부문으로 꼽히던 호텔·테마파크 등 건설도 지지부진하다.

    [땅집고] 부영그룹이 빈 땅으로 방치하고 있는 인천 연수구 동춘동 부영 테마파크 사업부지. /땅집고DB

    예를 들어 2015년 인천 연수구에 송도테마파크를 짓겠다며 3150억원에 사들인 부지 100만여㎡는 현재 산업폐기물 매립지로 방치돼있는 상황이다. 호텔을 짓겠다며 2009년 매입한 서울 성수동 서울숲 부지와 2012년 사들인 중구 소공동 부지도 각각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업계에선 그동안 부영그룹이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제대로 된 경영상 판단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현재 부영그룹은 이 회장 직무대행으로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인 이희범 회장과 부영주택 건설을 총괄했던 최양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중근 회장, 3000억 고배당에 억대 기부

    [땅집고] 이중근 회장 독식 체제인 부영그룹 지배구조 정리. /이지은 기자

    부영그룹의 또 다른 문제는 기업 승계이다. 이 회장이 슬하에 3남 1녀를 둔 데다 올해 83살 고령인데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승계 작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부영주택을 보유한 지주사 ㈜부영만 해도 이 회장이 지분 93.79%로 대부분을 갖고 있는 보수적 구조다. 나머지 지분은 ▲장남인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이 2.18% ▲교육재단 우정학원이 0.79% ▲자사주 3.24%로 구성한다.

    이 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부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그가 수령한 배당금이 3062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9~2021년 3년 동안 받은 배당금(122억원)의 26배 수준이다. 최근 이 회장이 고향인 전남 순천시 서면 운평리 주민들과 초·중·고 동창에게 최대 1억원씩 현금을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 등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배당 정책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중”이라며 “회사의 경영실적이 부진한데 이 회장이 고배당을 받아 간 데다 고향 이웃들에게 1억원씩 기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내부 직원들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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