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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문제는 기우…단, GTX 먼저 공사하면 은마 재건축 비용 증가할 것"

    입력 : 2023.08.24 07:31

    [땅집고] “수도권광역고속철도(GTX) 대심도 공사는 통상 지하 40m 아래에서 진행합니다. 깊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암질이 좋기 때문에 공사는 물론 철도 운행도 더욱 안전하고요. 주거지 아래 대심도 공사가 위험하다는 주장은 기우라고 봅니다.”

    수원과 양주 덕정을 잇는 GTX-C 노선이 22일 실시협약을 맺고 연내 착공을 준비하는 가운데,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지하 관통안을 두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파트 지하를 철도가 관통하게 될 시 안전 보장 여부와 재건축 시 비용 증가를 두고 국토부와 주민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토부가 선택한 현대건설 측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단지 지하를 관통한다. GTX-C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지하 40~60m 깊이로 파서 철도를 내는 '대심도' 방식으로 노선을 깐다는 계획이다. 깊은 지하에 터널을 낼 뿐 아니라 발파방식도 기계식 굴착을 이용하는 회전식 터널 굴진기(TBM) 공법을 적용한다. TBM 공법은 폭약으로 터널을 뚫는 '발파 공법'에 비해 지반붕괴 우려가 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TBM 공법으로 계획돼 있다”며 “단순히 지하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지난 1979년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 규모 대형 단지로 2만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대단위 아파트 단지기 때문 거주민들이 GTX-C 건설에 따른 지반 붕괴 등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앞선 지하철 등의 공사에서도 대단위 아파트를 관통하는 사례는 드물어 거주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땅집고]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수도권광역고속철도(GTX) 대심도 공사에 대해 지하 깊이와 현재 기술력을 고려한다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배민주 기자

    국내 지질학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GTX-C 노선 굴착이 지상 위의 주거지에 미치는 위험성이 낮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심도 공사 기법은 상당한 수준을 갖췄고, 은마아파트의 경우 터널과 아파트 단지 이격거리가 55m에 달하는 만큼 진동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 전 교수에게 주거지역 아래에 추진되는 대심도 공사의 위험성과 방지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이 전 교수는 국내 1세대 지질학자 이정환 박사의 아들로 런던대 임페리얼칼리지대학원 토목지질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기술위원회 한국대표, 서울시립대 사면재해기술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GTX-C 공사를 두고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

    “주민들의 마음은 이해하나 공사 안전성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고 본다. C노선 착공을 맡은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기술력이 신뢰할 만한 수준인 데다, 정부도 주민들이 못 미더워할 만큼의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

    공사 자체도 안전하다. 대심도, 즉 지하 40m 아래에서 굴착을 진행하기 때문에 지상에는 거의 영향이 없는 수준이다. 또한 TBM 공법 자체가 굴착기가 기차처럼 터널을 뚫고 지나가는 식의 공사 기법이라고 보면 된다. 소음이 매우 적은 공사 방식으로 공사 기간에 주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극히 드물다.

    또한 아파트 공사의 경우 철심을 암반에 박는 ‘파일 기초’라는 작업을 거친다. 지반 침하가 발생하더라도 파일 기초 작업이 된 이상 아파트가 무너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진동 문제는 지하철을 생각해보면 된다. 지하철로 인해 생활에 지장이 가는 정도의 피해를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하철 공사와 대심도 공사는 그 깊이에 차이가 있을 뿐 공사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GTX의 경우 지하철보다 더 깊은 지점에서 운행하기 때문에 주거동까지 진동이 전달될 가능성은 더욱 낮다.”

    -앞으로 은마아파트가 재건축될 예정인데 고려해야 할 변수는 없나.

    “터널 공사와 재건축 공사 순서에 따라 시나리오가 달라진다. 시간과 비용만 들이면 결과적으로는 어느 쪽이든 안전한데, 다만 더 늦게 공사를 진행한 쪽의 비용 부담이 더 크게 발생할 것이다.

    터널 공사가 재건축보다 선행한다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 초고층 재건축에 따라 지하 공간도 깊게 파게 될 것이고, 층고도 높이 올리게 될 텐데, 터널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지하 터파기 공사 시 무진동 공법 등 특수 공법을 적용해야 한다. 아울러 초고층으로 짓게 되면 아파트 크기와 하중에 따른 ‘응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또한 터널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단지 배치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차라리 재건축이 먼저 진행되는 게 전반적으로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TBM 공사 방식이기 때문에 굴착 시 발생하는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고, 국토부가 차수 공사와 진동 공사 등만 확실하게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대심도 공사가 안전하게 마무리되려면.

    “공사의 완결성은 결국 시간과 돈이 좌우한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산이 많으면 숙련된 기술공을 채용하고 질 좋은 자재를 쓸 것이고, 시간이 여유로우면 중요한 시공 과정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진행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공기에 쫓기고, 증액이 어렵다 보면 최근 벌어진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처럼 비리가 생길 수 있다. 일정을 밀어붙이기만 하니 제대로 된 기술자가 실력을 발휘할 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부실시공을 단순히 기술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고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터널 공사 현장 같은 경우에도 민관이 협력하는 민방위나 자율방범대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각종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GTX 공사 현장만 해도 공익 제보 전화번호 걸어놓고, 전문가와 주민들이 함께 와서 감리하면 그 어떤 시공사도 비리를 저지를 수 없다. 공사의 안전은 정부도, 시공사도 어느 한 주체가 오롯이 담보할 수는 없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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