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23 07:37
30년 베테랑 터널 전문가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회장
"지하수 유출 문제 고려 않는 공사는 위험…진동 문제도 시공 때 잡아야"
[땅집고] “수도권광역고속철도(GTX) 대심도 공사 자체가 위험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발생한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를 보십시오. 공사 현장에서는 개통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서두르거나 비용 문제로 인해 일부 시공이 빠지는 일이 잦습니다. 지하수 유출을 막는 차수공사나 진동 문제를 방지하는 흡입재 시공을 적용하면 공기가 늘어나기 때문에 도면 그대로 정직하게 시공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죠.”
30년차 베테랑 공학박사이자 터널 현장 전문가인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회장은 “지하수 흐름이 많은 주거 지역 아래 뚫리는 GTX 터널의 경우 유출을 막는 차수 공사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 침하의 경우 아주 느린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통과 함께 안전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감시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30년차 베테랑 공학박사이자 터널 현장 전문가인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회장은 “지하수 흐름이 많은 주거 지역 아래 뚫리는 GTX 터널의 경우 유출을 막는 차수 공사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 침하의 경우 아주 느린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통과 함께 안전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감시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하수 유출 문제로 인한 지반 침하로 단지가 내려앉은 단적인 사례로 인천 삼두 아파트를 언급했다. 인천 동구에 있는 ‘삼두 아파트’ 지하 42m 지점에는 수도권 제2 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일부인 인천 북항 터널이 지나는데, 지난 2015년 말 아파트 지하에서 터널 공사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아파트에 이 같은 균열이 발생한 일차적 원인은 터널을 발파 방식으로 굴착하는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공법을 꼽았지만, 그 이후 발생한 아파트 기울어짐 현상은 터널 공사에 따른 지하수 유출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삼두 아파트가 바닷가 위에 복토한 지역에 지어진 곳이라 조금만 땅을 파더라도 지하수가 높이 올라오는 지층인데 터널 공사로 인해 땅속에 있는 지층 구조가 텅 비면서 토사와 물이 동시에 가라앉는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지표면이 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1심 판결에서 해당 붕괴현상과 북항터널 공사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재판부가 기존 감정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삼두 주민들의 재감정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삼두 아파트처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은마 아파트와 청담동 주거지역 일대 지하에도 GTX노선이 지나면서 터널이 뚫릴 예정이다. 지역 주민은 공사의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청담동 주택가 지역이 한강과 가까워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 침하 현상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삼두 아파트 주위에 있던 바다가 지하수 공급원이 된 것처럼, 청담동에서는 한강이 지하수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주택가를 우회하는 대안 노선을 제안했지만, 국토부와 시행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마 아파트 또한 우회노선을 두고 국토부와의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토부는 원안 노선을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다.
이 회장에게 주거지역 아래에 추진되는 대심도 공사의 위험성과 방지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터널 자문을 맡은 이 회장은 연세대 토목공학 석사, 터널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코오롱건설 지하공간개발팀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GTX 대심도 공사에 특히 취약한 지역이 있나?
“대심도 공사를 진행하는 모든 지역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강이나 호수, 저수지, 바다 등 지하수 흐름이 많은 지역에 유출을 방지하는 차수 공법 적용 없이 GTX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사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하수가 유출되면서 토사 유실이 병행되는데, 터널이 뚫려 있으면 토사와 지하수가 섞여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함께 빠져나간다. 암반층이 지하수가 천천히 땅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완충하는 역할을 하는데 터널 공사로 인해 암반층에 구멍이 뚫리면서 지하수 유입을 막아줄 역할을 하는 브레이크가 사라진다.
은마 아파트의 경우 탄천과 떨어진 거리가 400~500m정도로 지반침하 선행조건인 지속적이고 다량의 지하수 유입원이 존재한다는 조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조사를 통해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 침하 가능성이 확인된 지역이라면 방수 역할을 하는 차수 공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 경험상 비용과 공기 문제에 쫓기는 시공사가 이를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처럼 도면 설계에는 반영이 되어 있더라도 정작 공사 과정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국토부는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지반을 구성하는 암반층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균열 정도에 따른 변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 여부를 따지는 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 깊숙한 암반층에 하는 공사이고 발파가 없는 최신 공법으로 뚫어 안전하다고 단언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유럽 같은 경우 도심지에 터널 공사를 하면, 조사를 통해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지하수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차수 공사를 통한 완벽한 방수 시스템을 마련해 공사에 나선다. 물론 시간과 비용도 충분히 갖춘다.
우리나라도 사전에 지반 조사를 통해 침하 가능성이 있을지 확인하고 대책 마련을 하면서 진행한다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지하안전평가법으로는 토사 유실 정도나 연약 점토질에 의한 지반 침하 여부를 가려내기에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형식상의 평가만 가지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은마 아파트와 국토부의 갈등은 어떻게 보는가.
“앞서 언급했듯 C 노선이 지나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열차 운행으로 인한 영구적 진동 발생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터널이 들어서는 경암층은 암반층이 단단해 진동 전파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마 아파트 지역의 경우 진동 전달 과정에서 진동 정도를 완화할 만한 토사층이 없다. 사실상 아파트 단지 밑에 영구 진동기를 달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을 수 있다.
국토부가 제시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C노선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자료를 참고해 보면 진동 정도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자료를 보면 지하철 3호선과 은마아파트 이격거리인 33m를 기준으로 열차 운행 시 0.14㎝/sec의 진동이 발생한다고 나와 있다. 은마아파트와 터널 간의 이격거리가 55m인데, 지하철 3호선의 경우 진동을 흡수할 토사층이 있지만 GTX의 경우 경암층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진동이 더 멀리 전파될 수 있다.
계산해 보면 55m 기준으로 약 0.1㎝/sec 내외의 진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상당한 수준이다. 건설기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0.05㎝/sec 정도만 되어도 사람이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생활 소음이 잦아든 야간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하수 유출은 차수 공사로, 진동 문제는 철로에 흡입재를 까는 특수 시공으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노선이 확정된 이상 국토부도 예상 진동 범위나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해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고 해결책에 대해 주민들과 충분히 상의하면 된다. 이런 과정 없이 강행만 고집하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일 중요한 건 감리다. 공사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현장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관련 지역 주민들이 전문가를 섭외해 공사 현장에 직접 가서 감리에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좋다. 그렇게 하면 시공사도 시공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된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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