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19 07:32
[땅집고] 최근 전국 곳곳 아파트 단지마다 부실시공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에 짓는 3000억원짜리 랜드마크급 공연장 건물에서도 시공 관련 문제가 터져 나와 눈길을 끈다. 관객 안전과 직결된 소방부터 건물 외관 설계 및 시공까지 곳곳에서 부실 공사가 적발된 데다, 사업비가 당초 계획했던 금액에서 1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문제의 건물은 부산시 북항 재개발 1단계 구역 내 해양문화지구에 짓는 ‘오페라하우스’. 총 2만9542㎡ 대지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5만1617㎡ 규모 공연장으로 ‘제 2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표방한다.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공연을 열 수 있는 대극장 1880석과 소극장 300석 등으로 구성한다. 시공은 부산에 본사를 둔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맡아 2018년 5월 착공했다. 완공시 부산지역에선 최대 규모 공연장 건물이 될 예정이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은 현재 신라대 총장인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2008년 집권 시절 롯데그룹으로부터 사업비 1000억원을 기부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롯데그룹이 부산의 명산(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백양산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다가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데다, 원래 호텔·오피스 용도였던 부산 롯데타워를 초고층 아파트로 용도변경하려다가 특혜 논란이 불거진 터라 ‘롯데가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기 위해 부산시에 큰돈을 쾌척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이 젊은 시절 부산에서 일본에 진출해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키웠던 의지가 작용한 것”이라며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한 단순 기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2012년 국제 공모를 통해 설계를 확정했다. 건물 외관 콘셉트는 ‘진주를 품은 조개가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윗 조개껍데기와 아래 조개껍데기 사이에 조성하는 파사드(facade·건물 입면)를 반짝이는 유리 등 자재를 이용해 곡선 형태로 만들고, 공중 공연장으로도 쓸 수 있게 만든 윗부분은 지상과 연결해 산책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외관이 워낙 독특하다 보니 완공만 하면 단숨에 부산시 랜드마크급 건축물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모았다. 2018년 5월 착공해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첫 삽을 뜬 이후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건물 정체성과 직결된 외관이 비정형 곡면이라 시공 난이도가 높다 보니 공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것. 준공일도 2020년에서 2024년으로, 또다시 2025년으로 차차 미뤄졌다. 공기가 늘어나다 보니 착공 당시만 해도 2115억원이었던 공사비가 3050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도 문제가 됐다. 현재 공정률은 4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감사를 통해 부산 오페라하우스 공사가 원칙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수면위로 드러났다. 벌써부터 건물 곳곳에서 균열이 일어나 부실시공 논란이 터진 데다, 소방 배관 전체를 무자격자에게 용접 시공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관리·감독하는 감리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올해 7월 말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 추진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여 모두 12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며 “이에 대해 주의 11건·기관통보 10건 등 모두 21건의 행정상 조치를 취했으며, 관련자 징계 3건·훈계 7건·주의 8건 등 총 18건 신분상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는 감사 결과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물에서 균열 858개가 발견됐는데도, 이 중 84%인 720여 곳에 대한 균열 원인이 조사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벽체와 보 등 건물 주요 구조부에서 균열 104건이 발생한 것이 큰 문제가 됐다. 이런 구조적 하자는 건물이 기울어지는 부등침하 현상을 유발하고, 심각한 경우 붕괴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감사위원회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시공에 참여한 업체들 잘못도 꼬집었다. A사의 경우 관람객 안전과 직결되는 옥내 소화전, 스프링클러, 연결송수관 등 소방 시설을 설계와 달리 연결하는 시공 잘못을 저질렀다. 또 소방 배관 전체 용접을 무자격자에게 맡겨 당초 13억원이었던 시공비를 4분의 1 정도로 줄여 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B사 역시 건물 냉난방·급수·급탕에 쓰이는 스테인리스 강관 7000∼1만곳의 용접을 설계와 다르게 시공해 1억원 정도 부당이득을 손에 넣었다. C사는 지하층 골조 거푸집 공사 중 공조배관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미등록업체에 불법으로 하도급을 줘 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이 착공한 뒤 5년여 동안 서병수·오거돈 시장을 거쳐 현재 박형준 시장에 이를 때까지 이런 부실시공 문제를 감시·관리·통제하는 부산시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감사위원회가 지적한 문제 중 하나다.
업계에선 앞으로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보완 설계·공사에 따른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액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원 지적에 준공일이 2026년 10월께로 더 미뤄진 상태지만, 이마저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상우 부산시 감사위원장은 "감사 관련 피감기관에서 지적사항에 대한 자구책을 빨리 마련해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사위원회가 지적한 사항을 검토하고 있으며, 공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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