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19 08:00
[땅집고]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GBC 사업이 초고층 설계 변경을 두고 답보 상태에 빠졌다. 설계 변경안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삼성동 공사 현장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105층 1개동짜리 초고층 빌딩을 지으려고 했으나 사업성을 이유로 50층이나 70층 높이로 낮추고 건물 수를 늘리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그러면서 다시 화제가 된 게 ‘초고층 빌딩의 저주’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초고층 빌딩 건설은 주로 부동산 버블기에 추진된다. 그러나 정작 건물 완공 시점에는 버블이 꺼지고 경제 불황을 맞는다는 게 바로 초고층의 저주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그룹의 롯데월드타워(123층·555m)다. 2017년 개장한 한국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는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다. 건축허가를 받는데만 20년 이상이 걸렸고, 총 공사비는 4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엄청난 투자비와 운영 비용으로 건물 자체만으로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 ‘영구 적자 건물’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롯데그룹은 한국 최고층 빌딩이라는 상징성을 획득했지만 천문학적 자금을 건물 신축에 투자하는 사이 사업 다각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에 뒤처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롯데월드타워 공사기간을 전후해 롯데는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난, 사드보복, 면세점 취소 등 롯데는 유례없는 암흑기를 보냈다.
초고층 건물론의 원조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다. 이 전 회장은 1990년대 강남 도곡동에 102층짜리 초고층 삼성타운을 짓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주변에 교통혼잡을 초래한다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1998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초고층의 꿈을 접었다. 삼성은 사옥 대신 주상복합 타워팰리스를 분양했다. 초고층 빌딩 건축은 무산됐지만, 삼성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전자와 반도체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초고층 건물은 구시대 재벌경제의 상징물과도 같다. 건물 높이를 기업 자존심으로 여기던 1,2세 재벌회장과 달리 젊은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초고층 건물 계획과 다른 노선을 걷는 이유다. 당초 삼성동 GBC 사옥 예상 건축비는 약 3조7000억원대지만, 설계를 변경하면 건축 비용이 약 1조원 이상 줄어든다. 현대차 그룹도 100층 이상 초고층 설계안을 포기하고 대안을 검토하면서 초고층 랜드마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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