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18 13:36
[땅집고] “헐, 버스 정류장 이름이 ‘권춘섭 집 앞’?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 이름이 달린 정류장이라니 너무 신기하네요!”
강원도 태백시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반인 이름을 따서 지은 버스 정류장이 있다. 삼수동 일대에 들어선 ‘권춘섭 집 앞 정류장’이 바로 그 주인공.
통상 연예인이나 정치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 이름을 따서 지은 정거장이나 도로는 있어도 일반 국민 이름을 적용한 역은 유일무이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언급될 때마다 주목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권춘섭 집 앞 정류장’이 생겨난 배경에는 눈물겨운 사연이 있다고 전해져 더욱 눈길을 끈다.
정류장이 들어선 강원도 태백시 삼수동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산간 지역이다. 면적이 113.91㎢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행정동이지만, 산을 낀 고지대인 만큼 개발이 더디고 인프라가 부족해 인구가 5350명에 불과하다.
이런 외딴 삼수동에는 권상철·김복녀 부부가 배추·감자·옥수수 등 밭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부부가 시내로 나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는데, 인구 밀집지가 아니라 마땅한 버스 정류장이 없을 정도로 교통망이 열악했다. 버스가 도로를 지나갈 때마다 기사에게 손을 흔들어 버스를 멈춘 뒤 즉흥적으로 탑승하는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중 1999년 아내 김씨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부부가 체감하는 교통 불편이 확 커졌다. 대도시에 있는 종합병원에 가려면 태백시청 인근 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김복녀씨가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바깥에서 버스를 오래 기다릴 수 없을 지경이 된 것. 이에 남편 권상철씨는 태백시에 ‘제대로 된 버스 정류장을 만들어 달라’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했다.
사연을 접한 태백시 측은 운수업체와 함께 부부의 집 근처에 버스 정류장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런데 인근에 마땅한 랜드마크 시설이 없는 터라 정류장명을 ‘권상철 집 앞 정류장’으로 명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일반 국민 이름을 따서 지은 정류장은 이렇게 탄생했다.
현재는 정류장 이름이 ‘권춘섭 집 앞 정류장’으로 변경된 상태다. 부부가 사망한 이후 아들인 권춘섭씨 이름을 따서 다시 지은 것. 현재 70대인 권춘섭씨는 아내가 작고한 뒤 홀로 배추농사를 지으며 태백시 삼수동을 지키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을 “단 한 사람을 위해 정류장을 만들어 준 태백시 행정에 너무 감동했다”, “지방에서 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이 대도시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려면 얼마나 불편할지 실감된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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