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17 16:45 | 수정 : 2023.08.17 16:49
[땅집고] 부동산 부문 대출 부실화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벌어지는 등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새마을금고가 최근 10%대 고금리 적금 특판을 내세워 떠나간 고객 붙잡기에 나섰다.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 신길1동 새마을금고에서 출시한 연 6% 금리 ‘THE드림 정기 적금’ 상품이 하루 만에 조기 마감됐다. 이 상품의 판매 기간은 오는 30일까지였으나 이날 가입 한도 100명을 채우며 모두 소진됐다. 앞서 서울 종로중앙새마을금고는 1년 만기로 연 7.7% 금리를 제공하는 ‘MG뉴정기적금’을 출시했는데, 판매 이틀 만에 완판됐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더좋은새마을금고는 10.5% 금리의 정기적금 특판을 진행했다. 그밖에 개봉, 답십리, 용산 등 8곳 금고에서 용산새마을금고, 답십리새마을금고 등이 10%대 정기적금 특판을 출시했다.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가 각종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새마을금고는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에 만연한 대출 비리, 부실화 문제를 뿌리뽑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동성 위기에 회장까지 줄줄이 연루된 비리…‘고금리 특판’으로 덮나
새마을금고는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성격의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잔액은 2019년 말 1694억원에서 지난해 말 15조5079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 대출 관련 연체액도 지난해 말 602억원을 기록해 2021년 말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상반기에는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자금을 빼면서 수신잔액이 크게 감소했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지난 4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은 지난 2월 대비 6조9899억원 감소한 258조2811억원이었다. 3월과 4월 각각 3조1273억원, 3조8616억원씩 총 6조9889억원이 감소했다. 수신 잔액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약 12년 만이었다. 이와함께 새마을금고 전체 대출 연체율도 지난 6월 기준 6.4%대로 2022년 말 3.59%에서 크게 급등했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직원들의 비리가 줄줄이 터졌다. 지난 6월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약 600억원대 부실 부동산 대출로 폐업하고 화도새마을금고에 인수합병됐다. 동부금고 대출 담당자 등이 규정을 어기고 과도하게 대출을 내준 것이 문제로 드러났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까지 부동산 대출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검찰은 지난 3월 새마을금고가 사모펀드에 거액을 출자하는 과정에서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6월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펀드 자금 출자를 알선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한 캐피털 업체 부사장과 새마을금고중앙회 기업부 차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모두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측근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검찰은 박 회장을 대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했고, 약 일주일만인 17일 또다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 “새마을금고, 금융기관으로서 신뢰 회복 어려울 것”
업계에선 특판 상품으로 고객이 돌아오더라도 매년 반복되는 새마을금고의 비리와 부실화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마을금고의 대출 비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새마을금고에서 일어난 금융 사고는 총 85건으로, 피해액만 640억9700만원이었다.
고금리 특판 상품처럼 높은 금리로 예·적금을 판매하고 나중에 대출 상품을 충분히 팔지 못하면, 역마진이나 유동성 위기에 재차 노출될 수 있다. 이미 이달 초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전국 금고 1294곳 중 연체율이 높은 280곳을 부실금고로 선정해 관리에 나섰다. 이들 금고는 앞으로 공동 대출, 관리형 토지 신탁 등 신규 기업 대출 취급을 제한받을 전망이다. 중앙회는 부실금고 리스트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특판을 가입한 고객이 해당 금고의 건전성을 온전히 파악하긴 어려운 실정이란 이야기다.
내부에선 금융기관의 가장 큰 덕목인 ‘신뢰’를 저버렸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7월 초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가 불거졌을 때 직장인 익명 블라인드에 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작년말 고금리 상품을 중도 해지해 수익이 높아질 수 있지만, 위기를 넘기더라도 금융기관으로 신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업의 수장까지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반적인 새마을금고에 만연한 부실 문제와 재무 구조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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