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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철근 누락' 전관업체와 맺은 수의계약 3년간 2300억원

    입력 : 2023.08.14 08:49


    [땅집고]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뉴시스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철근을 누락해 붕괴를 불렀던 설계·감리 참여 전관 업체들과 3년 동안 2335억원 규모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포함해 16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 18곳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쟁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LH 용역 77건을 따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업체들이 수주한 수의계약 용역 규모는 총 2335억원에 달한다.

    ■지난 5년간 LH 계약 따낸 21%가 전관업체…총 9조 규모, 수의계약도 수두룩

    가장 많은 수의계약을 맺은 A건축사사무소는 LH 출신이 창립했다. 현재 대표이사도 LH 출신이다. 3기 신도시 공동주택 설계용역 등 11건을 343억원에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1개 단지를 설계했으며, 3개 단지에선 감리를 맡았다.

    LH 처장·부장급 인사를 영입한 B건축사사무소는 고양창릉, 파주운정 등 신도시 아파트 단지 설계용역 6건을 275억원에 수주했다.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설계를 맡은 C사는 지난 3년 동안 수의계약으로 설계용역 6건, 269억원 규모를 수주해냈다. 검단 아파트 설계도 2020년 7월에 체결했으며, 50억5000만원 규모 수의계약이었다. C사는 LH뿐 아니라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SH)·조달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출신인 전관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량판 기둥 154개 전체에 전단보강 철근을 빠뜨린 것으로 조사된 양주회천 아파트 단지를 설계한 D종합건축사사무소는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대거 수주했다. 217억원 규모 계약 총 7건이다. 이 회사는 LH 처장 출신 등을 영입했으며, 양주회천을 포함해 철근 누락 2개 단지의 설계를 진행했다.

    앞서 감사원도 LH가 전관 업체와 수의계약하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공개한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LH가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년 3개월 동안 맺은 계약 1만4961건 중, 3227건(21.6%)이 전관 업체와 맺은 것으로 집계됐다. 계약 규모는 총 9조9억원에 달했다.

    LH가 전관 업체와 맺은 계약 3건 중 1건(34.1%)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특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LH “수의계약 규모 큰 이유 있어”…전관 영향력 차단 방안 검토중

    반면 LH는 지침상 설계 공모에 당선된 경우 수의계약을 하게 돼 있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라 2020년부터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동주택이나 설계용역비가 1억원을 넘는 공공건축물의 경우 경쟁 방식 설계 공모를 거쳐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공모 방식이 투명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LH 설계 공모 심사위원들이 심사 대상 업체의 LH 출신 직원들과 접촉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LH와 전관 업체가 체결한 계약 332건 가운데 58건 중,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에게서 전화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LH는 전관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설계·시공·감리 선정 권한을 외부에 위탁하거나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LH 사장은 "공공주택 설계·시공·감리에서 LH가 가진 권한을 과감하게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넘기겠다”고 했다. 이어 감리에 대해서는 "민간은 지방자치단체에 감리업체 선정을 위탁하는데, LH는 직접 선정하기 때문에 전관 문제가 생긴다"며 "감리 선정 권한을 LH에서 떼어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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