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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 배팅" 세계 최대 사모펀드가 최근 주목한 '이 분야'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23.08.12 07:41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침체한 시장에서 나 홀로 웃는 ‘스튜던트 하우징’

    [땅집고]대학생이 캠퍼스에서 책을 읽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어둡다. 높아진 이자율에 자산 가격은 물론 수익률도 떨어졌다. 대출 심사도 까다로워 신규 거래도 줄었다. 어디 하나 활발한 곳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럴 때도 어디론 가는 돈이 흘러간다. 그곳이 어딜까.

    최근 한 미국 부동산 투자 임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보통 리테일과 오피스에 투자를 많이 하던 회사인데, 최근 전략을 바꿨다고 한다. 스튜던트 하우징(Student housing), 즉 학생 주거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스튜던트 하우징 얘기가 주변에서 많이 들려온다. 스튜던트 하우징 시장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성장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 ‘스튜던트 하우징’ 나 혼자 오름세

    지난 몇 년간 가장 크게 임대료가 올랐던 자산은 멀티패밀리, 즉 임대형 아파트였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다. 리얼페이지(RealPage)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지난 12개월 동안 아파트 임대료는 2.3% 오르는 데 그쳤다. 이전 두 자릿수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하지만 스튜던트 하우징 임대료는 같은 기간 9%나 올랐다. 여전히 오름세가 가파르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 CBRE에 따르면 스튜던트 하우징 거래는 지난해 229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담보 대출 금리 상승으로 거래가 줄어든 다른 자산군과 다른 행보다. 코스타(CoStar)에 따르면 멀티패밀리 자산 거래는 올해 1분기 140억 달러가 거래되며 전년 동기 대비 74%나 줄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가격도 내렸다. MSCI 리얼 에셋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아파트 자산 가격은 약 8.7% 내려갔다. 스튜던트 하우징, 홀로 웃고 있다.

    [땅집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대학생 주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CBRE

    기관 투자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지난해 미국 최대 스튜던트 하우징 개발사이자 소유주인 ACC(American Campus Communities)를 128억달러(한화 약 16조원)에 인수했다. 학생 주거 성장에 역대급 배팅을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블랙스톤의 제이콥 워너 인수부문 공동 대표는 “스튜던트 하우징은 미래에도 계속해서 밝을 것”이라며 “전천후 자산군으로 사람들은 좋은 시절에도 대학교에 가고, 나쁜 시절에는 더 많은 사람이 대학교를 찾는다”고 말했다.

    ■ 팬데믹도 견뎌낸 자산…사전 임대 비율 90% 육박

    심지어 팬데믹 때 수업이 화상으로 이뤄지며 직격탄을 맞았을 때도 잘 버텨냈다. 상당히 많은 학생이 부모님과 함께 살기보단 대학 주변 거주를 선호했다. 캠퍼스로 돌아가는 것이 불확실하던 2021년 하반기까지는 임대료가 내려갔지만, 2022년부터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중단기적으로 장래가 밝은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높은 이자율과 엄격해진 대출 심사 기준으로 신규 개발이 더디면서 앞으로 임대료가 계속해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리얼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올해 가을 학기를 앞두고 사전 임대된 스튜던트 하우징의 비율이 85.7%에 달한다. 곧 8월 전에 90%에 육박할 전망이다. 2022년에는 최종 사전 임대 비율이 95.7%를 기록했었다. 일부 학교는 학생 주거 공간이 부족해 호텔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사라 로런스 대학과 샌디에이고 대학은 호텔을 임대해 단기적으로 학생들을 수용했다. 앞으로도 많은 대학이 학생 주거지 부족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따라 양극화 심해질 듯…중요한 기준은 ‘위치’

    문제는 앞으로다. 전문가들은 스튜던트 하우징 시장도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모든 시장에서 스튜던트 하우징이 두각을 나타내는 게 아니다. 미국 대학 등록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 미국 대학 등록률은 1.1% 감소했다.

    풋볼 등 스포츠팀이 강해 펀딩이 견고한 유명 대학 주변의 스튜던트 하우징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대학은 등록률 감소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스튜던트 하우징 시장도 결국 부동산 투자의 제1법칙, 위치가 가장 중요한 섹터다.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그 위치는 공급이 부족한 성장하는 유명 대학 주변이 될 것이다. /글=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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