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07 12:02 | 수정 : 2023.08.08 07:30
[인터뷰]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 이영출 회장 ①
[땅집고] “’LH 철근 누락 사태’(LH사태)가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현장에 기술 분야 최고 자격증인 ‘기술사’를 책임자로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면허가 없는 사람이 차를 운전하니, 당연히 사고가 나지 않겠어요? 현장에 시공기술사를 배치하지 않는 한, 철근 없는 아파트는 계속 나올 겁니다. LH 사태가 터졌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국내 건축시공분야 최고 전문가 단체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한시협)의 이영출 회장(74)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무더기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 부실 공사 가능성을 잡아낼 인력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인천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 원인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그는 현재로선 무량판 구조를 비롯해 모든 건축물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앞으로도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가 줄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회장은 건축공학과 졸업 후 40년간 건축시공 경력을 쌓았다. 올해 2월부터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장을 맡고 있다. 기술사는 기술 자격 분야 ‘종착지’로 불린다. 국내에는 총 84개 종목이 있다. 한시협에는 건축시공기술사를 비롯해, 건설안전기술사, 건축품질기술사, 건축구조기술사 등이 가입돼 있다.
이 회장은 “무량판 구조가 위험한 게 아니고, 철근이 부족하거나 콘크리트가 덜 굳었다는 것을 알아낼 사람이 현장에 없는 게 진짜 문제”라며 “교통사고가 났으면 운전면허 취득, 음주 여부를 먼저 따지고, 그다음에 차 종류를 보는데 지금은 차 종류부터 따지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6일 이 회장을 만나 이른바 ‘LH 사태’ 원인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LH 철근 누락 사태가 일어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장 인력의 역량 부족, 이를 방치하는 국내 건설산업기본법, 그런 법을 좌지우지하는 건설 카르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최대 문제점은 현장에 건축시공기술사가 없다는 점이다. 공사 규모에 맞는 자격자를 소장으로 내세워야 하는데, 우리나라 법은 그렇지 않다. 건물이 크나 작으나, 설계 전문가인 건축사에게 현장을 맡긴다. 건축사는 적정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 개수 등 공학적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이런 작업은 건축시공기술사가 한다.
결국 시공 현장에 시공 전문가가 없으니 당연히 사고가 나지 않겠나. 많은 사람들이LH 철근 누락 사태와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원인으로 무량판 구조를 지목하는데, 엉뚱한 데서 원인을 찾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면허 취득, 음주 여부를 먼저 살피는 것처럼 LH 사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고 차량 종류가 무엇인지와 어떤 부품이 고장 났는지는 다음 문제다”
-무량판 구조가 ‘LH사태’ 원인이 아니라고 보는 것인가. 무량판구조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 철근 1~2개를 뺀다고 해서 아파트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 무량판 구조는 없을 무(無), 보 량(樑) 자를 쓴다. 보가 없는 구조다. 그러나 보가 없다고 위험한 게 아니다. 무량판 구조는 슬래브(바닥면)가 얇으면 철근이 슬래브를 뚫을 수 있어서, 슬래브와 기둥을 튼튼하게 세우는 게 관건이다.
보강철근을 비롯해 보강 요소를 계산하는 것은 구조기술사들이 하는데,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 구조 역학상 필요한 철근 물량을 안전율(100 기준)보다 훨씬 높게 계산하기 때문. 대개 120~150 사이로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 수치를 200으로 볼 때도 있다.”
-그럼 전문가가 생각하는 연이은 붕괴 사고 원인은 무엇인가?
“무량판 구조 전수조사 계기가 된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는 ‘부실 시공’ 탓이다. 콘크리트 양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위에 물을 머금은 흙을 올리면서 무게가 가해졌는데, 여기에 중장비(소형 포크레인)까지 올리면서 바닥이 무너졌다. 기술사들은 사고 사진만 보고도 사고 원인을 알았다. 기술사들이 본 사고 원인은 모두 같다. 콘크리트가 제대로 양생 됐다면 사진처럼 철근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화정 아이파크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장에선 위험성을 인지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장 최고 책임자로 설계 전문가인 건축사를 두기 때문이다. 만약 그 자리에 건축시공기술사가 있었다면 결말은 달라졌다고 본다. 결국 제2, 제3 LH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현장에 건축시공기술사를 둬야 한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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